오세훈의 출마 전략
북 콘서트 형식으로 유력 정치인 초대 안 해
전통적인 시장주의자
문재인 정부의 중국 경도론 비판
“보이지 않는 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나름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빅3(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 중에 하나지만 대세가 빅2로 기우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조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다. 

오 전 시장이 1월31일 14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홀에서 저서 <미래> 북 콘서트를 열고 3가지(외교안보·저출산 고령화·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자기 비전을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다른 주자들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를 하고 여러 화려한 공약들로 채워서 출마 선언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지루한 정책 강연을 선택했다. 무려 3부에 걸쳐 3시간이나 잡아놨다.     

오세훈 전 시장은 자기 정책과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세훈 전 시장은 자기 정책과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런 오 전 시장에게 최근 화제가 된 이슈가 핵 개발이다. 

오 전 시장은 “북핵만 없으면 안보 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막연히 믿고 있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며 “중국만 하더라도 (여러 군사 무기들을 한반도를 향해) 이렇게 배치해놨다. 엄청난 군사력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우리의 안보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여러 외교적 카드를 구비해놔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핵 개발이나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도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의 그런 판단은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 회장이 2015년 내놓은 <퍼거슨 보고서>에 기반하고 있다. 

오 전 시장에 따르면 퍼거슨 회장은 한국의 객관적 현황 분석을 통해 △경제력과 기술력 뒷받침 △국제사회의 핵 개발 제재는 단기간으로만 지속 △북한처럼 핵 실험 없이도 시뮬레이션으로 실전 배치 △핵 물질 확보 △NPT(핵확산금지조약) 10조에 따라 탈퇴 △북한의 급변 사태 △한일 공동 개발 등의 근거들을 도출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핵 개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결론적으로 퍼거슨 회장은 미국이 완벽한 핵우산 제공으로 한국에게 북핵 위협으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확신을 줘야한다고 강조했고 오 전 시장은 외국 전문가도 인정한 한국의 핵 개발 능력을 우리 정부만 외면해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핵 개발 논의에 대해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는 야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체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장단점이 있듯이 야당이 존재하는 민주 국가에서 한국당이 핵 개발 논의를 진지하게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에도 이득이라는 게 오 전 시장의 구상이다.  

오 전 시장은 “오해하지 말라. 내가 핵 개발하자고 이런 화두를 꺼내는 게 아니다. 이런 미국의 인식과 국제사회의 인식 우리의 실력을 어떻게 북핵 폐기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에 이 얘기를 했더니 몇몇 언론이 전당대회 나가려고 우클릭을 한다. 극우적 발상을 한다. 이렇게 비판을 한 걸 봤다. 분명히 말하지만 핵 개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입장에서 선택지를 넓히고 그걸 바탕으로 정부여당이 좀 더 융통성있는 핵 폐기 전략을 국제사회와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자라는 차원에서 제기했다”고 거듭 역설했다.

특히 “오늘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구구절절 핵을 개발하자는 얘기를 설명해도 또 내일이면 어떤 신문은 오세훈이 핵 개발하자고 했다고 또 쓸 것이다. 걱정이 되지만 위험 부담을 안고 이런 주장을 안 할 수가 없다. 2월 말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 성과 여하에 따라 암울한 현실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외교는 현실주의에 입각해서 봐야 한다면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까지 인용해서 자기 주장을 강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홀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진=박효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초부터 대화의 손길을 뻗은 배경에 대해 오 전 시장은 △대 중국 수출 급감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극심함 대북 제재 △중국의 대북 제재 용인 기조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즉 김 위원장이 작년 초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사실상 핵 보유국 선언을 함과 동시에 이를 지렛대 삼아 경제 개발에 나서기 위해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 해서 북한이 태도 변화를 한 것이 아니고 원래 계획대로 그렇게 했을 뿐이라는 게 오 전 시장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이 경제 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데 오 전 시장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故 황장엽 전 위원장(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을 수행한 박덕홍씨의 일화를 소개했다.  

박씨가 쓴 회고록에 따르면 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부하들에게 총과 달러 중에 하나를 선택해보라는 퀴즈를 냈다고 한다. 달러로 총을 살 수 있고 총으로 달러를 뺏을 수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총이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철학을 주창했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 정치학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힘이 중요한데 최빈국인 북한이 택할 전략은 비대칭 군사력을 완성시켜줄 핵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오 전 시장은 북한의 핵 폐기 가능성을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전 시장은 미국이 셰일 가스를 통해 석유 보유량을 대폭 늘리게 되자 자신만만하게 미중 무역 전쟁을 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중국이 꼬리를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경도된 외교 전략을 펼쳐서 중미 둘 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게 오 전 시장의 판단이다. 외교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가 그걸 모르지 않을텐데 아무래도 대미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오 전 시장의 보수적 관점에서 중국에 경도됐다고 보인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경도된 선택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행보가 중국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느냐는 이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방중갔다가 언론인은 폭행을 당하고 대통령은 혼밥 논란에 휩싸였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중국에 경도된 정책이 중국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

다만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다는 홀대설만 언급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가 중국 편향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경북 성주 주민들과 진보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그대로 실행해서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하기도 했고 북미 대화를 연결해주고 위기 때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재했다. 

오 전 시장은 분명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오 전 시장은 “(한국이) 핵 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경기를 일으키는 게 중국”이라며 “(사드 배치로) 중국이 경제 제재를 많이 했다. 할 수 있는 것(분야의 거래 상품)을 다 하고 싶었지만 못 한 것이다. 대부분 소비재 보다는 중간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은 전체 중에 30%였다. 만약 동남아나 일본도 30% 정도 되면 중국이 관광 수요로 우리를 압박 못 한다. 중국이 몽니를 부릴 때 동남아로 바로 생산 시설과 물량을 이동시킬 수 있는 전략을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 국가는 미국이다. 패권 국가로서 미국은 이미 핵 보유국이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국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 개발이 한미 관계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행사 종료 직후 저자 사인을 해주고 있는 오 전 시장.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오 전 시장도 “북핵을 폐기해야 한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굴종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뤄지는 남북 대화는 우리에게 적응시키는 우리와 싱크로율을 높여가는 관여 정책이 돼야 한다”며 현실주의적인 노선 외에 대화 노선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이어 “남북 경제협력이 남북 상호 국익을 위한 비전으로 기능한다면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화가 될 것이다. 그러려면 투자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의 서문에는 경제의 본질이 서술돼 있다. 

오 전 시장은 “경제는 결국 시장이라고 하는 장에서 각자 계산적이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인간의 욕구가 현실적으로 부딪치고 갈등하면서 만들어내는 경제 현상이 부를 창출한다”며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담 스미스의 기초 이론을 강조했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칙이다. 오 전 시장은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역사 속 패권 국가들의 번영을 설명하면서 유대인의 성공하려는 욕구를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대단히 큰 어떤 산업적인 혁명에 의해서 서구의 경제가 분수령을 맞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바탕에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의 창의성과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자 하는 도전과 모험의 정신이 있는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각자 잘 살기 위해서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이고 그게 성공하면 부를 만들어내고 실패하면 그 노하우를 가지고 다음에 도전하면서 그런 사회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종교의 잣대를 들이댄다든가 문재인 정부처럼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들이댄다든가. 정치적 이상주의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경제는 질식하기 시작한다. 경제는 철저히 자유시장 질서에서 자유롭게 본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때 부의 창출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기자들과 짧은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오 전 시장.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과 짧은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오 전 시장. (사진=박효영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경제 정책 대안 ‘아이노믹스’와 유사한데 국민을 규제 대상으로 소극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I)를 아이답게 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처음부터 자유시장 질서에 대해 정부의 심판 기능을 전제해놓고 설계했다. 시장은 시장으로만 존재할 수 없고 이론적으로 설계될 때부터 국가의 규제 기능을 전제한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한 번 성공한 시장 참여자는 계속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적절한 규제 기능이 없으면 이들의 소수 시장 독점으로 이어진다고 봤던 게 스미스의 이론이다. 그래서 스미스는 시장 독점을 제일 싫어했고 공정한 경쟁을 가장 강조했다. 많은 아이를 아이답게 하는 것은 적절한 정부의 규제로 볼 수 있는데. 시장과 정부의 균형잡힌 관계는 인류 경제사의 영원한 화두였고 ‘고전적 시장경제 →케인즈의 수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복지 국가’ 등으로 발전해온 패턴이 있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이데올로기라고 깎아내렸지만 3가지 구성 요소인 △가계 소득 증가 △가계 생계비 축소 △사회안전망과 복지 확충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경기 불황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다수 서민 약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시장경제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편,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이번주에 연달아 있었는데 오 전 시장은 공식 출마 선언을 설날 연휴 전에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과 캠프 관계자는 행사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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