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2심’ ·· 가해자 위력 추궁 ‘3년6개월’ 법정구속
안희정 ‘2심’ ·· 가해자 위력 추궁 ‘3년6개월’ 법정구속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01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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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피해자 검증했고 2심은 가해자 검증
피해자의 고통 공감
안희정 전 지사의 잘못을 엄중히 따져물어
위력의 행사에 대해 엄밀히 판단
피해자의 폭로 경위 공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위력 행사가 인정되느냐가 핵심이었다. 2심에서는 1심과 정반대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위력으로 인해 짓밟혔다고 인정됐고 안 전 지사는 구속됐다. 폭행 협박이 아닌 위계 서열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위력으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1일 15시50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2017년 7월~2018년 2월까지 총 10차례).

구속 수감되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전 지사는 1심(2018년 8월14일)에서 무죄를 받았다. 조병구 부장판사(서울서부지방법원)는 고소인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면서 사실상 피해자 검증에 나섰다. 당시 조 판사는 성폭행을 당했는데 어떻게 일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느냐는 ‘피해자다움’을 앞세웠고 여성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홍동기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는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9차례에 걸쳐 범행했다”며 “피해자가 지방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특징과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피고인의 지시를 순종해야 하고 내부적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 채 뉴스에 출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범행 자체로도 성적 모멸감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근거없는 이야기가 유포돼 추가 피해를 봤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호감이 형성돼 성관계가 있었을 뿐이고 도의적, 사회적, 정치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질 이유가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고 강조했다.

홍 판사는 피해자의 처지에 공감했고 가해자의 잘못을 추궁했다. 고로 안 전 지사에 대해 실형 선고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 청소년 기관에 5년간 취업 제한 조치를 내렸다. 

조 판사는 피해자의 언행을 근거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홍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직접 겪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비참한 심정과 여러 디테일들을 진술했다고 봤다. 무엇보다 폭로(2018년 3월5일)를 결심하기 전까지 안 전 지사에게 호의적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지점 이를테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을 진솔하게 고백했던 것도 범죄 피해의 상당성을 더하게 만들었다. 

특히 홍 판사는 성범죄 피해자가 겪을 불안한 심리상태를 고려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100% 진술 정황이 일치하기는 어렵고 그러한 작은 불일치성을 근거로 피해자의 고백을 배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죄를 물었다. 동의로 이뤄진 성관계라는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을 철저히 따져 물었다. 이를테면 처음 성폭행이 발생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맡게 된지 한 달밖에 안 돼 적응하기도 벅찬 상태였는데 온전한 합의에 이뤄진 성관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안 전 지사가 지속적으로 김씨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혔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2018년 3월6일 페이스북)이라고 자백했고 △“괘념치말라”(카카오톡 전송)고 한 것 등을 봤을 때 동의없이 성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판단됐다.

여성계는 미투 운동이 승리했다면서 2심 판결을 환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성계는 미투 운동이 승리했다면서 2심 판결을 환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판사는 분명 유력 대권 주자이자 광역단체장으로서 완벽하게 고용 권한을 갖고 있는 안 전 지사가 김씨에 대해 위력을 갖고 있는 위치라고 봤다. 하지만 그 위력은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홍 판사는 유형적 위력(말이나 분위기로 직접 위협)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에서 오는 무형적 위력이 분명 작용했고 안 전 지사가 이를 통해 김씨를 성적으로 유린했다고 봤다. 
 
김씨는 지난해 3월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최근에 (안 전 지사가) 나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얘기를 했다. 미투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약간의 기색을 보이셨던 것 같은데 (안 전 지사가) 미투를 보면서 그게 너에게 상처가 되는 건 줄 알게 됐다. 미안하다. 너 그때 괜찮느냐. 그렇게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래서 오늘은 안 그러시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에는 또 그날도 그렇게 하시더라”고 증언했다.

홍 판사는 김씨의 위와 같은 배경에 주목했다. 즉 작년 초 미투 파문이 한창일 때에도 안 전 지사가 사과를 하는 척 하면서 또 성적으로 유린하자 피해자가 참을 수 없이 모든 것을 걸고 폭로할 수밖에 없게 된 경위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홍 판사는 2017년 8월 안 전 지사의 집무실에서 강제추행이 이뤄졌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무죄로 봤다. 

페미니스트 권김현영씨는 2심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심 무죄와 2심 유죄. 두 개의 판결에서 가장 큰 차이는 질문을 누구에게 하는가. 재판은 누구에 대한 재판인가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재판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재판했다”며 위력을 가진 가해자의 잘못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가해자의 항고 포기와 즉각적인 수용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김씨도 변호인을 통해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그 분리가 내게는 단절을 의미한다.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라며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 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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