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우생마사] 입춘(立春)에 대길(大吉)의 희망을 걸고
[박종민의 우생마사] 입춘(立春)에 대길(大吉)의 희망을 걸고
  • 박종민
  • 승인 2019.02.0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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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입춘지절이다.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 번째에 든 절기로 새봄을 알리는 시그널로 달력에 나타내는 절후절기 적 표시이다. 이제 곧 봄이 오니 일에 나설 채빌 하란 신호다. 그러므로 입춘은 농부가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맞이하며 좋아하는 절기이다.

예부터 전해내려 오길 식견깨나 있는 선비와 농부들은 추운 겨울을 집안에서 글을 읽고 공부하고 휴식하며 칩거하면서 입춘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가 입춘 날이 되면 입춘 시(時)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글귀를 써서 대문 또는 현관문에 붙이며 다가올 한해의 길운을 빌고 소망하는 행위를 해 오곤 했다.

미신행각이라 폄하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전래(傳來)의 미풍양속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종의 샤머니즘이라 할 믿음 행각으로 자기와 가정의 안위와 안녕에 대한 소신행위이다. 

 삼동(三冬)내내 추위와 겹친 얼어붙은 불황불경기에 우리 모두가 몸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갇혀있었었다. 게다가 이런저런 경색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침체분위기가 연말연시를 거치면서도 풀릴 기미가 없다.

대춘부(待春夫)라 했던가? 뭔가는 새롭게 달라지겠지? 하면서 당연히 새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속에 윤회하는 세월의 흐름은 이제 입춘지절된 것이다. 얼음장 밑으로 졸졸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하는 새봄의 시작점을 알리는 푸른 신호등이 켜지는 것이다.

시대와 시세에, 시류에 민감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하며 나약하기만 한 서민들이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새봄이 열리는 것이다. 그처럼 새봄이 되길, 입춘이 오길 갈망했기에 입춘이 반가운 것이다. 소시민, 또는 농부에겐 차가운 겨울 삼동은 오직 칩거(蟄居)의 시절이며 운둔(雲屯)의 계절이었다. 새봄 되길 학수고대 기다리는 것이었다. 

 즐겁게 살아가면서 삶을 만끽하며 즐기는 사람들에겐 겨울은 풍요 속 안락한 휴식과 휴양의 계절이기도 하리다, 하지만 보통 소시민들에겐 휴양 휴식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이다. 잠시도 쉴 새 없이 생(生)의 전선에서 치열하게 다퉈야하고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때론 부닥쳐오는 힘듦에 치욕을 견뎌 이겨내야 하고 때때로 곤혹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고 쓴 인내를 치러내야 한다. 그런 인생살이 자체가 농사(農事)농(農)자라 하겠다. 농사는 농업인만이 가지는 업(業)이 아니다.

농사를 직업으로 가졌을 때엔 농업이며 농사를 직접 짓는 이가 농업인이겠지만 농사 농자의 농(農)은 농업인이 가진 직업의 농사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농사농자를 살펴보자. 굽을 곡(曲)자 밑에 별 진(辰)자로 돼 있다. 꼭두새벽에 별을 이고 나갔다가 저녁에 별을 이고지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사방팔방이 캄캄한 새벽이며 어둠에 찬 밤이다. 시야가 흐리고 어두우니 자연스레 고개를 숙여야하고 허리를 굽혀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굽을 곡(曲)자가 등장한 것이 아니겠나. 그처럼 인생 삶의 과정 과정이 농사 이리도 싶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길러 가르치고 직장 잡아 시집장가 잘 보내고 살림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두고 자식농사라고 들 하며 농사에 비유 하곤 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매사에 임하고 관리하며 생활해나가는 것 그것이 곧 농사인 것이리라.

그만큼 공이 들고 정성이 들고 의욕과 열정이 있어야하고 연구하며 공부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 들여가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 삶이리다. 마치 농사꾼이 어느 작물을 파종하고 싹 띄워 길러 열매를 맺게 하여 수확해내는 모든 과정의 이치와 똑 같은 것이다.

잘 되길 바라며 빌고 빌며 기구하며 기원하는 것이다. 종교적인 성향을 떠나 자기와 자기가정의 안녕질서를 위해 기구와 기원을 글귀에 새겨 내 거는 게 입춘 날의 서정이다. 신(神)이, 조상님이, 나와 우리를 도와주길 원하기 보다는 우선은 자기스스로의 안위를 소망하며 바라는 것이다.

입춘에 우리 모두의 대길의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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