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한파주의보’ ·· 김경수 구속 이후 ‘꼬이고 꼬여’
국회는 ‘한파주의보’ ·· 김경수 구속 이후 ‘꼬이고 꼬여’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0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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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이후 보이콧 현실화
김경수 법정구속 이후 민주당 스탠스
한국당의 공세 더욱 강해져
만나긴 만났으나 타협 어려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긴 설날 연휴가 끝나고 정치권은 각각 뽑아낸 민심의 내용에 대해 부각하기 바쁘다. 문제는 민심이 단일하지 않다는 것과 5당이 각각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나 여러 정부의 경제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 무엇보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시킨 법원을 지탄하는 민심에 방점을 찍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난국에 대한 국민의 신음을 부각하고 있고 전당대회 시즌과 맞물려 당권 주자들의 강성 발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국회를 파행시킨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고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개혁 후퇴에 우려하면서 한국당의 몽니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의 고질병인 진영논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종의 뇌피셜(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마냥 말하는 행위)이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여야 다 할 말이 많지만 이렇게 되면 2월 임시 국회는 더더욱 개점 휴업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원내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서 국회에서 만났지만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 했다. 기본 얼개는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라 민주당에 여러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고 민주당은 강력하게 디펜스하는 형태다. 바른미래당은 항상 그렇듯이 중재하려고 하지만 워낙 쟁점 이슈들이 많아서 절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군불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손혜원 의원 등 여러 이슈들로 이미 지펴지고 있었고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에 대한 임명 사태로 한국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대치 국면이 현실화됐다. 

한국당은 일련의 여권발 이슈들을 ‘권력형 비리’로 네이밍해서 개별 특별위원회나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연일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조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임에도 임명이 강행됐다는 것이고 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 하지만 인사 청문회 등에 한국당이 비협조적이라 헌법기관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청와대의 임명 강행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중간에 한국당이 내부 문건으로 5시간 반 “릴레이 단식 농성”을 기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거센 조롱과 역풍을 맞았지만 김 지사의 법정 구속(1월30일) 이후 다시 대여 공세 분위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판사들의 보복(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가능하게 한 정치권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기조에 역습하기 위해 김 지사를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으로 스탠스를 설정했고 <사법농단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향후 국민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논박 △성 판사의 자격을 공격할 기세다. 물론 성 판사도 △선고기일 연기 △컴퓨터 업무방해죄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 1년6개월 초과해서 선고 △정황 증거들로만 판단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을 보였지만 민주당은 판결에 대한 논박을 하기 보다는 성 판사의 이력(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 출신이자 사법농단 연루)을 문제삼고 법관 탄핵으로 압박하려는 모양새였다.

이 대목에 대해 한국당은 물론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3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민주당의 보복 프레임을) 아주 강력하게 비판한다. 국민들은 이런 일(여권 인사와 연루된 댓글 조작이나 이에 따라 법적으로 여권에 불리판 판결이 내려지면)이 있었던 걸 없었던 것으로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여권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보고 평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같이 출연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공격한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다만 너무 허탈하고 격양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치 국면이 풀리고 2월 임시 국회가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회의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야 대치 국면이 풀리고 2월 임시 국회가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회의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연히 3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에 민주당이 불복하고 있다는 공세를 할 수밖에 없고 이 지점에서 대치 정국은 더욱 풀기 어렵게 꼬이는 형국이 됐다. 

정치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보면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하고 현직 광역단체장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실력으로 법관 탄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2심 재판부가 압박감을 느껴서 무죄를 선고해줄 여지가 생긴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 대선에서 김 지사가 수행 관리를 총괄했던 만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윗선의 커넥션을 규명해야 한다며 아우성이다. 

분명 대여 공세 수단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사위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과 9세 손자의 개인정보를 무단 취득해서 공개한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고 △최교일 한국당 의원의 미국 출장 스트립쇼 논란에 대해 국회 징계안을 제출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자기가 비판받을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방어하고 상대당이 비판받을 사안에 대해서는 총공세를 해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정국은 △1중(한국당의 김태우·신재민·손혜원에 대한 특별검사 및 국정조사 촉구) △2중(한국당의 조해주에 대한 해임 촉구를 조건으로 국회 보이콧) △3중(김경수에 대한 여야 갈등 불씨) △4중(곽상도와 최교일 건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으로 꼬였다.  

일단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협상 테이블에서 ‘김태우 특검, 손혜원 국조, 조해주 자진 사퇴’ 등을 우선 요구했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러한 대여 공세용 정쟁 국회에는 협조하기 어렵고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고수했다. 홍 원내대표는 손혜원 국조에 반대하면서 전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위한 특위 설치를 역 제안했다. 물론 한국당은 불수용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손혜원 국조에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고 홍 원내대표의 특위 설치 제안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답답한 국회 상황을 꼬집고 외국 의회의 좋은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은 답답한 국회 상황을 꼬집고 외국 의회의 좋은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는 10일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의장의 초청으로 방미 일정에 오르게 되는데 여야 5당 지도부의 동행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일단 가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렇게 정국이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의 양보로 뭔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동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싸움을 하더라도 국회를 열고 논의해서 결론을 내야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민이 국회를 심판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현재 국회의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회의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만 현재 모습은 비정상적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를 열어놓고 해야 한다”며 거듭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 

또한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안을 부결시킨 것이나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경청한 것 등을 거론하며 “크게 감명받았다”고 말했고 우리 정치권에 “싸움을 하긴 하되 논리로 싸움하는 의회 그리고 이에 승복하는 의회. 이런 의회상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의회상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아침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장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 너무도 많다”며 “미세먼지 대책, 체육계 개혁, 카풀 대책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 개혁 과제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문제와 최저임금 개편에 관한 국회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맞춰 초당적인 외교안보 협력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국회 상황이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의 복층 요구에 민주당이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일단 국회를 정상화 한 뒤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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