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지 기자)
금방 시드는 생화 대신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인기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난 7일 딸의 졸업식을 앞둔 주부 C씨는 집 근처의 꽃 가게를 찾았다가 그냥 나왔다고 한다. 장미 한 송이 8천원, 소박한 안개꽃 한단 섞어 다섯 송이를 포장한다고 해도 5만원. 그 가격이면 딸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주는 게 실속 있다는 생각에서였단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각 학교의 졸업식에 꽃값이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이처럼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꽃시장의 졸업식 특수는 옛말이 되었다.

특히 올해는 졸업식 시즌이 2월에서 1월로 앞당겨지면서 꽃값의 고공행진에 꽃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꽃값에 수요가 한층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이후 꽃 수요 감소...

“예전엔 졸업식하면 꽃다발 선물이 기본이었잖아요. 가슴에 안고 손에 들고... 다들 꽃을 들고 사진 찍느라 막 정신없었잖아요. 그게 또 졸업식 추억이고. 그래서 우리가계는 2월이면 어느 학교가 졸업하는지 메모해놨다가 그 교문 앞에서 꽃을 파느라 온 식구들이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옛말이 된 것 같아요.꽃집 20년에 올해처럼 불경기는 없었는데. 김영란법 생기면서 차츰 수요가 줄긴 했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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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에서 20년째 꽃 가게를 한다는 E씨는 졸업시즌인데도 오전 내내 손님이 하나 없었다며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세태변화를 하소연했다. 반면 상가의 맞은편 선물코너에는 졸업시즌에 맞춰 준비한 물품에 고객들 걸음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대신 사탕부케, 초콜릿으로... 

“다음 주 친구 졸업식 있는데 꽃 사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꽃 비싸다고 사지말라 하더라고요. 사탕부케나 아니면 초콜릿 사오래요. 쿠키도 괜찮고 메이크업 브러쉬 세트도 괜찮다고요. 저도 졸업선물에 꽃 대신 뷰티 세트를 선물로 달라고 해서 받았어요. 

요즘 제 친구들 그래요. 필요한 것 미리 말해달라고 하면 말해줘요. 그럼 선물 사는데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받는 사람도 필요한 것 받으니 실속 있고요. 꽃은 예쁘기는 하지만 금방 시들어 돈이 아깝잖아요. 친구 졸업 선물비용으로 2~3만원 정도 생각해요. 꽃값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죠.”  

친구 졸업 선물로 꽃 대신 평소 친구가 좋아하는 사탕부케와 초콜릿 등을 선물하겠다며  고르고 있는 두 여고생은 예쁜 바구니와 카드까지도 꼼꼼히 챙겨 계산대에 올려놓는 세밀함을 보였다.   

"선물 뭐할까 필요한 것 말해..."

이처럼 졸업시즌에 필수처럼 여겨졌던 꽃이 사라지고 대신 실생활에 필요한 선물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과 받을 사람이 선물을 꼭 찍어 지정해주는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무례하지 않게 된 것은 요즘 구매자들이 그만큼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에 있다.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 포스터 (사진 =서울시 제공)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 포스터 (사진 =서울시 제공)

이에 졸업식장은 물론 화려한 공연장과 각종 행사장에 싱싱한 생화 대신 시들지 않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또는 향기 짙은  비누꽃, 쿠키 등 받는 사람의 평소 취향에 따라 점점 선물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달 회사원 A씨도 세종문화회관 피아노리사이틀에 평소 연주자가 좋아하는 호두쿠키를 직접 구워 가 연주자들과 가벼운 종파티를 열었다.   

화훼농가 생화소비량 전년 비해 30% 감소

하지만 이 같은 선물 트렌드에 화훼농가는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달 16일 광주·전남지역 화훼농가 등에 따르면 매년 생화 소비량이 줄어 올해 생화소비량은 지난해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광주 원예농협의 거래량은 20만9천710속으로 4년 전 23만9천67속에 비해 12% 가량 줄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2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첫 영업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선정된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39세 미취업 청년들의 참여로 인테리어나 공기정화 식물, 부케, 꽃 화분 등을 트럭에 싣고 이동하며 판매하고 있다.

총 10팀 20명 청년이 선발됐으며, 이들에게는 플라워트럭 1대와 차량 운영비, 창업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플라워트럭은 3년간 운영평가 후 일정 기준을 통과한 성실 운영자에게는 무상 양도 된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지난 2월 4일부터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화 헌화 캠페인'과 '1만 송이 국화 무료 나눔행사'를 실시했다.

이 캠페인 역시 생화 소비가 급감함에 따라 경조사 시 생화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마련됐다.헌화 시 사용하는 플라스틱 조화는 생화보다 색상이 화려하고 가격이 저렴해 많은 성묘객이 선호하지만, 대부분이 화학염료로 물들인 값싼 중국산으로 쉽게 퇴색되고 잘 썩지 않아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 지역 농촌에서 생산된 생화를 소비하면 지역 화훼농업 활성화와 꽃 소비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조사 시 생화 사용이 어려운 화훼 농가를 돕고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가치 있는 소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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