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시집 『아빠는 쿠쿠 기관사』펴낸 동시 작가 이사람

사진 출처 / 섬아이
사진 출처 / 섬아이

 

아빠는 쿠쿠 기관사

이사람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이면

아빠는 기관사

 

오빠와 함께

블록놀이를 하고 있으면

 

아빠가 운전한

기차가 정차하는 소리

칙칙 칙칙 치이이익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절한 안내양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쿠쿠

 

오빠와 나는

서둘러 수저를 챙겨들고

예약된 좌석에 앉아

 

저녁식사 시간으로

맛있게 출발

 

아빠는 아빠는

정말 멋진 쿠쿠 기관사

 

- 이사람 동시집 (『아빠는 쿠쿠 기관사』/2018. 섬아이 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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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휴식 같은 회복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동시를 읽는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의 마음을 갖고 싶어지면 동화를 읽는다. 다 자란 어른으로 살기 힘들 때 동시에 나를 묻곤 한다. 멀어진 순수를 되찾아가는 시간 여행이  엄마의 가슴처럼 포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느 집 정겨운 저녁 한 때로 들어가 쿠쿠 기관사 아빠네 아이가 되어 숟가락 하나 들어본다. 너무나 멀리 달리고 달려온 추운 어른이라서 염치없이 덩달아 끼어들고도 싶은 저녁 식탁이다. 갓 지은 하얀 밥 모락모락 구수한 한 편의 童畵,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맞벌이 가정의 따뜻한 그림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이 땅의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메마르고 흐려진 눈을 촉촉하고 맑은 아이의 시선으로 회복케 하는 동시의 맛, 투명한 생수의 맛 같다. 지난날 가부장적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으로는 감히 상상이 안되는 오늘날의 아빠상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어쩌면 이런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야말로 미래 지구촌 기관사가 되어 지구를 잘 이끌어 갈 것 같다. 바쁘게 일하는 서로의 빈자릴 제대로 메워주는 엄마와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한 독자로 하여금 구수한 밥 한 공기 뚝딱 먹은 듯 뿌듯함을 주는 시의 맛이 긴 여운으로 남아 한동안 즐거울 것 같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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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이상윤) /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첫 동시집 『아빠는 쿠쿠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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