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바른정당 때부터 청년 조직 튼튼
성향은 보수적이더라도 
진영논리와 내로남불 자유로워
손 대표의 중도 철학
모두 다 아우르는 항아리 정당
청년 발표자들 9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기성세대에 비해 청년은 이중 잣대와 뻔뻔함을 특히 싫어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소수당의 청년 조직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덧 창당 1년을 맞은 바른미래당이 전면에 청년을 내세운 이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식 기조 연설을 통해 “이제 청년들이 찾는 정당이 됐다. 젊고 역동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 사회를 보고 있는 장지훈 당원과 김정수 부대변인을 보라. 이 청년들이 바른미래당의 미래이고 바른미래당이 대한민국의 미래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자신은 고령이더라도 청년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거대 양당은 덩치가 큰 만큼 자기 약점은 감추고 남의 단점만 공격하는 내로남불의 성격을 자주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소수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각자 추구하는 이념 포지션은 다르더라도 개혁적이거나 내로남불 소지로부터 자유로울 여지가 많다. 청년의 선택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바른정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혁 보수 노선을 내걸고 대권 주자 유승민 의원을 통해 청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른정당이 청년 대변인단을 조직했던 것이나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토론 신봉론’ 역시 능력만 본다는 청년 중심 당 운영의 일환이었다. 국민의당의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의 조직도 탄탄한 편이었다. 물론 평화당과 갈라지면서 상당수 청년들이 떠나갔다. 

먼저 손 대표가 보는 바른미래당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손 대표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과정부터 적지 않은 잡음이 있었다. 심지어 당명을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지금도 지지율이 정체된 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억측도 당 안팎으로부터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하태경 최고위원과 1위를 한 손 대표가 손을 맞잡고 들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1년 전 통합파와 반통합파가 피터지게 싸우던 국민의당이 있었다. 이혜훈 의원이 2기 당대표로 뽑혔지만 뇌물 논란(검찰이 무혐의 처분)이 일고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아들 논란이 생기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던 바른정당도 있었다. 두 당은 각각 내부 사정이 좋지 못 했다. 무엇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전제한 여론조사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확신에 가득 찼고 진통 끝에 통합이 완료됐다. 

그런 의미에서 손 대표는 더욱더 초심을 강조하게 된다. 

이를테면 “오늘 우리는 1년 전 우리가 힘을 합쳤을 때의 대의와 통합의 정신을 돌이켜봐야 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첫 발을 디뎠을 때의 그 마음, 기본과 원칙의 정신을 돌이켜봐야 한다. 민생과 미래, 정치 개혁의 깃발을 들고 삼삼오오 광야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이미 우리의 지난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뭉쳤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 주요 인사들이 한 무대에 올랐다.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 명분은 “지난 수 십여년 간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 국민을 갈라놓았던 이념과 지역주의를 극복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대의 속에서 출발했다. 위기와 분열 앞에서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이 손을 맞잡고 함께 새로운 통합의 정치를 해보자는 것”이고 더 나아가 “결코 기득권 양당의 패권주의와 패권 정치에 굴복하지 않았다. 조정과 중재, 조율과 합의를 통한 민주적 다원 정치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당한 제3정당으로서 대안 정당으로서 오직 민생과 미래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는 이야기다. 

진보, 보수, 중도라면 모든 정치 스펙트럼을 다 포용하는 말 그대로 항아리 정당인데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른미래당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보수이든, 진보이든, 영남 출신이든, 호남 출신이든, 젊은 사람이든, 나이 많은 사람이든”이라며 최근 개혁 보수 단일 노선을 주창하고 있는 유 의원과 선을 그었다.

이념적 정체성이 중요한 게 아니고 중도를 표방해서 일종의 흑묘백묘론을 해보자는 것인데 정작 바른미래당은 언론 지면상에서 보수 야당으로 범주화됐고 일반 국민의 뇌리에 단일한 이미지로 각인되지 못 했다.

구형모 화성시의원과 주이삭 서대문구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의 연설이 마무리되고 이후에는 청년 9명이 연달아 나와 각각의 스토리를 들려줬다. 스타트는 구형모 경기도 화성시의원과 주이삭 서울시 서대문구의원으로 얼마 되지 않은 지방선거 당선자이자 기초의회 1인 정당으로서 의정 활동을 설명했다. 

청년 기초의원이 끝나고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수민 의원이 무대에 올라 “모두가 힘들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흙 심은 데 흙나는 불평등한 사회가 참 답답하고, 모든 기회가 봉쇄된 꽉 막힌 사회가 막막하고, 견고한 기득권이 참 두렵다. 청년을 잘 알지 못 하면서 필요할 때만 소비하는 정치판과, 현실을 비판하고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청년들이 우리 바른미래당에 모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년들이 10개 법안을 만들어냈다. 현장 실습생 근로자 보호법안, 뮤지컬 진흥법, 암호화폐 금융거래 포함법 등 이 법안을 들고 직접 손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며 발의에 성공한 사실을 어필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 차원에서 운용하던 내일 티켓(미래로 가기 위해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는 티켓 형식의 입법 프로그램)을 당 차원으로 확장 중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수민 의원, 강경은 청년 당원,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이내훈 청년당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승환 시드콥 대표, 이무열 목사, 3기 청년정치학교 커리큘럼,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 원장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밖에도 △강경은 청년 당원은 내일티켓 프론티어에 참여했고 △이내훈 청년 당원은 <야 개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법(층간 소음에 애완동물도 포함되게 하는 것)>을 만들어냈고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2019년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 기부를 청년에 사용했고 △이승환 시드콥 대표는 청소년과 청년 지원 교육 사업을 하고 있고 △재단법인 마중물 대표를 맡고 있는 이무열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을 지원하고 있고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 원장은 3기 청년정치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원내 가장 고령인 손 대표가 창당 1년을 맞아 청년 위주 정당으로 완벽하게 재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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