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명 규모의 자영업자
독자적 정책 분야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되 자영업자 보호
경영과 노동 동시 병행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규모가 작든 크든 자기 점포를 운영하면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문재인 정부의 아픈 고리다. 일반 시민들의 소득을 높여서 경제 성장을 모색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임금을 높여줘야 하다 보니 이들이 고용한 알바생들의 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많지만 600만명 규모의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자영업자들을 초청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청와대.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를 개최하고 “국내 자영업과 소상공인 규모는 작년 말 기준 564만명으로 월급없이 일하는 가족 110만여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 2682만명 중 25%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종사자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올해는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와 금액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파동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경제 환경을 정책적으로 재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만 너무 오르다보니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그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 데다 높은 상가 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고 최저임금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한 측면이 있었으리라 본다. 카드 수수료 인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의 조치가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국회 입법 사항인 보완 조치가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했듯이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독자적인 경제 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에 대한 개념을 다시 규정했다. 누군가를 고용하는 경영자의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노동을 엄청 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경제 주체를 노사로 나누는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자영업자를 경영자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자영업자는 경영과 노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호칭은 사장님이지만 실상은 자기 고용 노동자에 해당하는 분이 많고 중층과 하층 자영업자의 소득은 고용 노동자보다 못 한 실정”이라며 “2022년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전용 상품권이 발행된다. 이른바 할인 깡 같은 불법 유통을 철저히 단속해 지역 상권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수렴된다. 

그것은 “전국 구도심 상권 30곳의 환경을 개선해 지역 특성에 맞는 테마 공간과 쇼핑, 지역 문화와 커뮤니티, 청년 창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통시장도 적극 활성화하겠다. 올해 전통시장 지원 예산이 5370억원으로 크게 증액됐다.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주차를 허용했더니 이용객 30%, 매출 24%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을 10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도 공언했다.

(사진=청와대)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한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약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자영업자 115만 가구가 혜택을 받는 근로장려금을 3조8000억원으로 확대 △한국형 실업 부조 도입 등을 추가적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나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나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게 참 창피했는데 자식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했겠느냐. 그러나 그 시절 우리 국민은 그렇게 가족의 생계를 지켰고 희망을 찾았다. 지금도 골목 상인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에는 희망을 가지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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