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제재 완화” ·· 블러핑인가?
폼페이오의 “제재 완화” ·· 블러핑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1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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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 거론해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의전과 의제 투트랙 협상
ICBM과 핵 리스트까지 로드맵
상응조치의 왕 제재 완화에 버금가는 것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그동안 미국에서 제재 완화가 직접적으로 먼저 거론된 적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2주도 안 남은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일)을 앞두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블러핑으로 해석된다. 말 그대로 제재 완화라는 큰 선물을 해줄 생각이 없더라도 거론하는 것만으로 유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시간으로 15일 아침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미국 <CBS>와의 인터뷰 및 <중동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데 매우 희망적이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 (사진=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은 당장 16일에 미국 실무팀을 아시아에 파견해 2차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스톡홀롬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1월19일~21일)과, 평양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2월5일~8일)와 긴 실무 협상을 치른바 있다. 

제재 완화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아직 의전 외에 하노이 선언문에 들어갈 의제를 두고 북한의 통큰 결단을 유도할 여지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남은 시간동안 의전과 의제로 투트랙 실무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정설로 굳어졌고 플러스 알파로 무엇이 제공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결국 미국의 제재 완화 카드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라는 커다란 요구사항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①국제 사찰단의 검증 하에 영변 폐기 →②핵 동결 →③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 폐기 →④1단계 핵 리스트 신고 →⑤검증 및 폐기 →⑥2단계 핵 리스트 신고 →⑦검증 및 폐기 →⑧완전한 비핵화> 수순에서 ④까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와 관련 로드맵에 합의하는 시나리오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제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라며 “나는 이번 정상회담이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가능한 한 멀리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어떻게 창출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나갈 것이다. 전적으로 우리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미국 정부의 전통이었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 완화 불가 방침을 수정해서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아갈 수밖에 없고 성공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왼쪽)이 지난달 19일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미 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런 맥락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레이건 전 대통령이 소련 핵 군축 협상 때 견지했던 원칙)는 말을 해왔다”며 “우리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그렇게 하는지(비핵화 조치)를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검증하는 시점까지 북한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 부과해온 제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 수 년간 미국은 북한과 협상해왔지만 우리가 한 것은 확인도 안 하고 무턱대고 물건을 사는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뭔가를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나서 그들에게 아주 많은 양의 뭉칫돈을 건네거나 경수로 건설에 합의해줬다. 그리고 북한은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실패 역사를 환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폼페이오 장관은 “구체적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많은 협상에 참여해왔고 이 가운데 전부 알려졌던 건 아니고 최근 들어 상당 부분 알려지게 됐다”면서 말을 아꼈지만 2차 회담을 목전에 두고 좀 더 전략적인 수를 쓰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어 “북한은 오늘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위협”이라며 최소 ICBM 폐기는 내줘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상응조치로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평화협정 협의체 구성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들과는 비교도 안 될 알맹이인 제재 완화가 꺼내졌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북한의 어떤 조치와 맞교환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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