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위협하는 온라인 쇼핑…온라인 쇼핑에 자리 내주나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 매출 급감에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위기
돌파구 찾기에 나선 대형마트들

서울시의 한 이마트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의 한 이마트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20여 년간 국내 유통시장을 주도해온 대형마트가 자리를 위협 당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SSM)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혔지만,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제는 대형마트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1~2인 가구 단위로 생활하는 비중이 높은 20~30대 젊은 층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보다는 온라인몰이나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 마저 실적 부진으로 무디스 신용 등급 강등 위기에 처하자 대형마트들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대형마트 위협하는 온라인 쇼핑…온라인 쇼핑이 편한 2030, 1~2인 가구들

지난 15일 금융전자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급감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할인점 영업익은 전년 대비 26.4% 떨어진 4천397억 원,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무려 79.0% 감소한 84억 원에 그쳤다.

매출 역시 하락세다. 이마트는 매출이 11조5천223억 원으로 1.4% 줄었고, 롯데마트는 0.1% 줄어든 6조3천1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더 심각하다. 롯데마트는 매출이 1조4천9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고, 영업이익은 81억 원 적자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유통 업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었다. 온오프라인 유통 업태를 통틀어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유통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전년 대비 2%포인트 하락한 22%였다.

이 같은 대형마트의 위기는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연간 매출은 2015년부터 해마다 역신장세를 보였다.

2015년 전년 대비 3.2% 감소를 시작으로 2016년 -1.4%, 2017년 -0.1%, 지난해 -2.3%로 하락세를 보였다.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대형마트 매출 비중도 2015년 26.3%에서 지난해 22%까지 감소했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대형마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유통 환경이 빠른 속도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1조2천94억 원으로 연간 기준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했다.

12월까지 합하면 110조 원을 소폭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7년 온라인쇼핑 거래액(91조3천억 원)보다 약 20% 늘어난 수치다. 또 온라인 쇼핑이 전체 소비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보다 5%p 증가한 26%를 기록했다.

한편 산업부 측은 이같은 상황을 “온라인 및 전문점 성장에 따른 고객 감소의 영향으로 식품·의류·잡화 등 모든 상품군의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쿠팡·G마켓·11번가·티몬·위메프 등 e커머스 업체들은 생필품·가공식품 등 그간 대형마트가 강점을 보여온 상품군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대형마트의 가장 강력한 분야인 신선식품에도 손을 뻗쳤다. 쿠팡이 유료회원 가입자를 대상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는 공통으로 월 2회 휴일마다 의무 휴업을 해야 하는 규제도 골목상권과의 공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일단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규 출점 역시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과의 상생협력 절차가 필요해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의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 이들은 1~2인 가구 단위로 생활하는 비중이 높아 대형마트보다는 온라인몰이나 편의점을 주로 이용한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 매출 급감에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위기

이에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조차 작년 4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은 615억원으로 2017년 4분기보다 58.9% 급감했다. 오프라인 매장 중 전년과 실적 비교가 가능한 기존 점포의 매출은 7.4% 감소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이마트는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8% 줄어든 4,6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몰과 각종 전문점들이 성장하며 대형마트의 입지를 위협하면서 이마트는 좀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

초저가 공세로 대응하고 있지만 등을 돌리고 있는 젊은 층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여기에 출점 제한,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 휴업, 대형마트 의무휴업 4회 확대 등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시행까지 앞두고 있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이마트는 갈수록 신음하고 있다.

이마트는 급기야 최근 대형마트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의 덫에 걸려 국제신용평가사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2일 이마트에 대해 현재 ‘Baa2’인 기업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투자적격’으로 분류되는 10단계 중 9단계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은 “기존 점포의 매출 성장률이 부진하고 비용 압박이 커지면서 지난해 실적 중에서도 특히 4·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실적 약화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롯데마트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한 롯데마트 지점 (사진=우정호 기자)

돌파구 찾기에 나선 대형마트들

대형마트에 대한 위기감이 계속 이어지자 각 업체들은 실적 부진 점포는 줄이고, '온라인 사업'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스마트 스토어 금천점'과 '세상에 없는 미래형 오프라인 할인점' 콘셉트 의왕점을 오픈했다.

또 이 점포들에는 전자가격표시기와 디지털 게시판, 인공지능(AI) 서비스 안내로롯 등 차세대 스마트 기술들을 대거 도입해 점포 효율화를 꾀했다. 또 올해도 점포 효율화와 수익성 중심의 상품 경쟁력 확보, 이커머스 강화 등으로 실적을 회복할 수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10년부터 코스트코를 겨냥해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트레이더스’를 시작했고 매출이 지난해 1·4~3·4분기 1조4,4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9.5%가량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마트 역시 온라인 투자가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사모투자펀드(PEF) 어퍼니티·BRV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았고 e커머스를 전담할 법인도 새로 만든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법인에 투자한 금액은 외자유치 성격이라 차입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온라인몰인 ‘이마트몰’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온라인 물류센터도 김포·용인에 이은 3호를 올해 안에 추가할 계획이다. 거점이 될 온라인센터도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다시 연다.

아울러 점포 수를 효율화하고 전문점을 육성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울산 학성점 등 매출이 부진한 점포들을 매각했으며 한 곳은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변경했다.

반대로 성장세가 좋은 이마트트레이더스는 계속 늘리며 힘을 싣는다. 월계점과 부천옥길점·부산명지점 등 3개 점포가 올해 새로 출격한다. 일렉트로마트·삐에로쑈핑·부츠 등 각종 특화 전문점도 강화한다.

이마트는 2016년 147개였던 점포 수를 현재 143개까지 줄였고, 서울 창동점 등 10여 개 낙후 매장에 노브랜드 등 전문점을 입점시키는 등의 리뉴얼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이마트는 실적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지난 14일 올해 사업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3월 출범하는 온라인 통합법인 매출을 3조 원까지 늘리고, 창고형 할인마트 트레이더스 신규점포 출점, 상품 및 서비스 강화로 외형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연결기준 순매출액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0조800억 원,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15조6천8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는 소비양극화, 최저임금인상 및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고객 수 감소와 비용상승으로 대형마트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며 "올해 영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할인점 본업에 충실한 영업, 온라인 통합 법인 출범 및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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