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청년 비대위원 면담에 부담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전당대회 이후
홍철호 비서실장 전달도 안 돼
배현진 전 대변인 입장 밝히기 어려워
윤기찬 대변인 내가 낸 아이디어
패스트트랙 요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그나마 다른 판단을 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구성원들도 면담 제안에 대해서는 끝내 수락하지 못 했다.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자유한국당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한다. 현재 원내에서 한국당만 학제개편 이후에 18세 하향을 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제정연대는 작년 6.13 지방선거 내에 쟁취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삭발식, 노숙농성, 정치인 면담, 기습시위, 문화제 등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끝내 한국당의 당론을 변화시키지 못 했다. 지난 1월29일 국회 정문 앞에서는 100여명의 만 24세 이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시민들이 모여 <한국당 국회의원 얼굴 소환> 퍼포먼스를 했다. 

지난 1월29일 <한국당 얼굴 소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이 자리에서 이다슬씨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사람을 뽑고 싶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 주권을 행사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제개편을 전제로 선거연령 하향을 말하고 있다.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것과 똑같다. 나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선거연령 하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원내 4당은 즉각 18세로 하향할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제정연대는 한국당과의 접촉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본지 기자는 정현호 한국당 비상대책위원과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선동 의원에게서 선거권 연령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확인했고 제정연대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청소년과의 면담을 수용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현호 비대위원, 김선동 의원, 김병준 비대위원장, 홍철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비대위원은 “언제든지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1월31일~2월8일까지 9차례 통화 시도 중에서 7번을 받지 않았고 콜백이나 답장을 주지도 않았다. 

사실 정 비대위원은 작년 11월16일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우리 당에서도 비대위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을 구성할 때 청소년 참정권 하향을 위해 최민창 위원을 참여시켰다. 비대위의 첫 사업으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고 나는 만 18세 하향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혁신위원회 2기에서도 청소년 참정권을 제안했었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면담 요청에 호의적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정 비대위원은 분명 “(선거권 연령 하향과 학제개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고 다만 “(선거권 18세 하향이 완료되면) 통합적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선거권 하향이 이뤄지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교육개편을 논의할 수밖에 없고 교육 모델을 바꿔야 할 시점이 온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18세 하향과 학제개편 추진을) 동시에 해야 하는 조건부라기 보다는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한 논지에 학제개편이 붙는 순간 조금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는 것이다.

정 비대위원은 단독으로라도 면담을 수락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비대위원은 “개인적으로 (둘을) 분리해서 보자는 주의이고 (이후에) 다시 통합적으로 봐야한다. 일단 분리해서 보고 그 다음에 교육개편 논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지금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교육과 지식이 과연 미래에 필요로 하고 있는 역량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 비대위원은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이 문제에서 만큼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도 이 문제에서는) 열려 있다. 왜냐면 비대위 청년특위를 인선할 때 청소년 참정권을 다루고 그런 인물로서 위원 선임을 할 것이라고 했을 때 좋다 우리도 다뤄야 한다고 이렇게 말했다. 그 다음에 여러 요구들이 (국민들로부터) 올라왔을 때 우리 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그걸 빠르게 제도권에서 받아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청소년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그런 것들(선거권 18세 하향)은 빨리 (한국당이) 반영해서 제도권에서 논의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의원도 11월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뭐 우리가 야당이 돼서 (학제개편 이전에도 선거권 18세 하향을) 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열어 제끼자 그런 식으로 스스로 혁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연구원장으로서 당 지도부에 학제개편 이전에 18세 하향을 제안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제안할 수 있다. 학제개편을 하려면 시간이 되게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이 안 자체를 (당내에서 제대로) 한 번 논의를 해야 한다. 우리가 그 문제를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김 의원은 “그게 당론으로 당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논의를 해야하는데 그건 아직이다. 아마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선거권 연령이나 이런 걸 다 올려서 같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의원들은 학교의 정치화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한국당의 당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의총에서 의제로 나오면) 나는 (학제개편 이전에 해보자고)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8월20일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연찬회에 참석한 김 의원은 비대위 산하 좌표와 가치 재정립 소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하향를 제안한 바 있다. 여기서 학제개편을 단서로 달지 않았었다.

김선동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의 면담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김 의원은 2월1일~8일까지 3차례의 통화 끝에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 면담을 하기 보다는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부와 면담하는 것을 권장했고 △새로 들어설 청년 최고위원과의 면담을 추천했다. 물론 김 의원은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그때 본인이 면담에 나설 수 있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홍철호 의원은 8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제정연대를 만나주는 것은) 그렇게는 못 해준다. 이 이슈가 과거에 엄청나게 우리 당에 중요한 이슈였다. 비대위원장이 다시 비대위에서 (이 문제에) 불을 붙인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라를 위해서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학제개편을 안 하고 고등학교 교실에 정치가 들어가는 것은 안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비대위원장과 결부시키고 싶지 않다. 비대위원장은 이제 마무리해가는데 면담하고 자기 생각을 얹어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예정된 전당대회 이후 마무리되는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고 있을 때 뭔가 제정연대와 정 비대위원의 만남이 성사됐다면 좋았겠지만 궁극적으로 불발됐다. 

배현진 전 비대위 대변인도 작년 11월16일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몇몇 한국당 구성원들이 18세 하향 문제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낸 만큼 관련해서 비대위원장의 입장을 듣고 싶다는 물음에)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이 분명하기 때문에 소속 위원들의 개인 의견과 제안이 곧장 당론이 되고 의총에서 주 현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아니”라며 “당론이란 것을 정하는 데 여러 과정을 거치고 신중한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강민진 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사람들이 안 만나줄 것 같았다. 충분히 예상했다”며 “4당이 다 동의하고 있으니 한국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선거권 연령 하향을 올려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진 위원장은 제정연대를 통해서 선거권 연령 하향 이슈를 주도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민진 위원장은 제정연대를 통해서 선거권 연령 하향 이슈를 주도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장 패스트트랙(총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에 올리게 되면 2020년 4월15일 총선에서 만 18세 시민도 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한국당은 학제개편(초등 6년/중학 2년/고등 3년)을 완료한 다음에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졸업한 뒤 만 18세에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제정연대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투표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학제개편을 시급히 완료하고 18세 하향을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당이 학제개편 로드맵을 마련해서 18세 하향을 추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한편, 장능인 비대위 청년 대변인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원래 그 학제개편과 연계해서 18세로 하향하자는 당론을 처음 만들 때 그 아이디어를 내가 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2016년 12월23일~2017년 3월29일)이 있었을 때. 일단 내 개인 생각은 그렇지만 김선동 의원에게 여쭤보고 따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는데 과연 한국당 내에서 18세 하향에 대한 전향적인 목소리가 공론화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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