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합의 불발
5.18로 코너에 몰려 매달리는 한국당
4당 대 한국당으로 한반도 진단 갈려
선거제도 문제에 대한 민주당과의 공감대
한국당 빼고 4당 합의안으로 패스트트랙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주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지도부가 방미 일정을 수행하고 돌아온 뒤 한 주의 시작을 맞았지만 국회 상황은 꽉 막혀 있다.

남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존의 입장은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긍정론과 자유한국당의 부정론 그리고 바른미래당의 절충론으로 분류될 수 있다. 5당이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각자 평론을 내린 것을 봤을 때는 사실상 한국당의 부정론과 4당의 긍정론으로 나뉘었다.

우선 멈춰있는 국회 상황부터 살펴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회동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김관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18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지만 빈손으로 헤어졌다. 연말연시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한국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에도 이번 협상 결렬을 보면 사실상 5.18 민주화운동 망언 3인방(김순례·김진태·이종명) 사태로 코너에 몰린 한국당의 처지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존에 요구했던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조해주 사퇴 중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소한으로 손혜원 국조만 받아달라고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아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등 야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손혜원 의원 등 여러 이슈들로 여권을 몰아붙였다. 특히 한국당은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임명을 기점으로 전면 보이콧에 돌입했고 설 연휴 직전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의 심장부와 연결고리를 내세워 더더욱 대여 투쟁의 고삐를 죄고 있었다. 전당대회를 맞아 당권 주자들의 강경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릴레이 “단식” 농성이라는 투쟁 타이틀로 여론의 조롱을 받기 시작하면서 힘이 빠지더니 지난 8일 가짜뉴스 유포자 지만원씨를 국회로 불러들여 5.18 공청회를 열어 망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한국당 지도부는 명백한 망언에 대해 해석의 다양성 차원으로 첫 대응을 보이는 등 초기에 사태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 했고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추천 문제로 4당의 공격을 받을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침 일찍 회동했다가 협상이 결렬된 채로 헤어진 세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전의 기회를 잡은 민주당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한국당 몰아붙이기에 총력을 쏟았고 4당의 공조도 순조로웠다. 손혜원 국조 공격에 이해충돌 국회의원 전수조사로 역제안했던 카드도 힘을 받게 됐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전수조사를 받을 수 있지만 손혜원 국조는 별도로 꼭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를 내걸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당이 김 지사 건에 대해 청와대를 찾아가 대선 불복 프레임을 걸었던 만큼 오히려 5.18 망언 사태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한 제명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중재의 묘를 발휘해왔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조 상임위원에 대한 사퇴 결의안에 합의해서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양당이 무조건 정상화와 손혜원 국조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이 중재안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우선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손혜원 국조를 통크게 받을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오전 열린 상무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방미 기간 중에) 한국당이 별도의 방미 외교 활동을 추진하면서 공식 일정 이외에 비공식적인 5당 지도부의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논의 자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매우 아쉽다”며 “사법제도 개혁과 민생 개혁을 선거제도 개혁과 묶어서 4당이 동의한다면 일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걸어놓고 추후 한국당과 논의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날 열린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5.18 망언 3인방부터 먼저 논의해야 하느냐 그동안 제소된 의원들(29건)부터 순서대로 해야 하느냐를 두고 한국당과 4당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서 정국 경색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언제 국회가 다시 정상화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분간 국회 정상화는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주 수요일(27일) 2차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 등 두 가지 슈퍼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미의 목적도 결국 2차 회담을 앞두고 각 당이 비핵화 전략을 미국 조야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큰 틀에서 둘로 나뉘지만 구체적으로 각 당마다 확인했던 미국의 분위기와 자기 주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5당 모두 펠로시 의장 등 미국 의회의 대북 불신과 반 트럼프 정서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4당은 이번 방미단과의 교류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면서 당위적인 차원의 목소리를 냈고,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과속을 우려하는 미국 의회의 분위기를 부각했다.

좀 더 일찍 귀국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미 회담에 대해 (미국 민주당이) 우려는 하지만 잘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상당히 높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해가 다르긴 하더라도 한반도 냉전 체제를 종식시키는 북미 회담의 중요성이라든가 그 의미에 관해서는 상당히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당위적인 차원에서 이해찬 대표는 △남북한 8000만명에게는 비핵화 협상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성공해야 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북한은 과거와 달리 변화하고 있다(배급체계·정치 리더십·핵과 경제 병진 노선 수정)는 2가지 지점을 미국 의회에 전달했는데 전자는 동의를 얻었지만 후자는 반신반의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이해찬 대표는 대북 정보 부족으로 인한 미국 민주당의 편견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의회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해찬 대표는 대미 공공 의원 외교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출신의 긍정론과 유승민 의원과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의 부정론이 상존하고 있어서 한반도 문제에 단일한 당론이 모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도부는 당내 부정론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런 것까지 고려된 관점으로 김 원내대표는 18일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큰 흐름이 잡혔고 이러한 대세를 잘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해서 조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고 북을 믿되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큰 틀을 잡았다.

김 원내대표는 방미 일정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이러한 입장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무엇보다도 북한의 과감한 선제적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하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이뤄져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큰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관영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따르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데 정동영 대표는 18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의회가 특히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인 민주당이 한국 국민들의 생각을 직접 듣고 이해하게 됐다는 것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며 “펠로시 의장의 말은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쇼에 불과하다, 증거가 필요하다 등 본인의 심증에 있는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보지 말고 한반도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고 △2차 회담이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고 △지난 400일 동안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었던 것도 증거이고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영변 핵 시설(북핵 능력의 80%)을 폐기하면 사실상 비핵화의 완료라는 점 등 4가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대표는 낸시 펠로시 의장을 적극 설득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상무위에서 “대표단은 이번 2차 북미 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한반도 평화라는 8000만의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문제임을 강하게 전달했다”며 반 트럼프 정서와 대북 불신이 강한 펠로시 의장과의 토론을 통해 “결국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입장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는 작년과 달리 미국 조야의 긍정적인 조짐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국무부 아틀란틱 카운실 등 전문가 집단들의 긍정적인 반응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 이전에라도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이 가능하다는 것 확인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로드맵을 합의한다면 미국의 상응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국무부를 통해 확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이 한미 소통과 워킹그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미국 조야의 변화를 감지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 외교안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 의원은 “(2차 회담에서) 포괄적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이 합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제재 완화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 자산 한반도 배치 등 군사적 조치 자제를 3YES로 지칭해서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당의 3NO(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종전 선언·제재 완화·한미 군사훈련 중단 불가)가 “이번 방미를 통해 3YES 정책으로 전환됐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의회 방문을 통해 확인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은 뉴욕에서의 일정 특히 UN에서 UN 대사를 비롯한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측 의중까지도 심층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내린 결정이다. 워싱턴에서의 의례적 행사 이외에도 이번 방미는 수없이 많은 비공식 막후 대화 또는 여러 가지 우회적인 정보 확인을 통해 단순히 형식적으로 드러난 측면 뿐 아니라 가려진 측면까지도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17년 아시안소사이어티나 아틀란틱 카운실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다가 공감을 못 얻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며 “드디어 무언가 되는가보다 하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고 말했다.

즉 “부정주의자는 회의주의자로 바뀌고 회의주의자는 기대하는 낙관주의자로 바뀌어 있었다”며 “한때는 워싱턴에서 이상한 의견으로 취급받던 내 입장도 이번에는 가슴 펴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존재론적인 입증”이라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남북 관계의 과속을 우려했고 미국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방미단을 꾸렸다면서 “미국 조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당과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3YES(외교적 대화·한미 동맹·한미 정책 공조)와 3NO의 원칙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최근 보도를 보면 하노이 회담에서 적당한 스몰딜(비핵화 합의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제거와 같은 미국 안보 차원에서만 합의)이나 어느 정도 제재 완화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당과 미국 의회는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했다”는 것이고 그동안 △남북관계가 과속해서 북한의 협상력만 키워줬고 △한미일 공조가 중요한데 한미일 관계의 경색에 대해 걱정했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나 원내대표는 2차 회담 이전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도출 △로드맵 없는 스몰딜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점 △그러한 제재 완화가 이뤄지면 비핵화는 요원해진다는 점 등의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펠로시와 1시간 반동안 길게 토론을 진행한 여야 방미단.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한편, 이번 방미 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논의도 있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방송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선거제도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께서 방법이 없다면 그런 안까지도 열어놓고 검토를 해보자고 하는 좀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며 “(민주당 당론인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과) 정의당, 평화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가지고 있는 안들을 한 번 조율해서 (4당) 합의안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안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여러 검토가 있을 거다. 어쨌든 4당이 동일한 안을 빨리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민주당·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합의안을 만들어서 패스트트랙으로 올리자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이고 바른미래당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당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면 그것만으로 한국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연내 본회의 통과도 가능하다는 게 이해찬 대표와 이정미 대표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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