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브로드밴드, 가입자 315만명 케이블TV 2위 업체 티브로드와 합병 추진
유료방송시장 이통사주도 3강 체재 개편…합산규제 재도입 강력 '변수'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한 LG유플러스에 유료방송시장 2위 자리를 위협받게 될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업계 2위 티브로드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인터넷TV(IPTV) 3개사와 크고 작은 케이블TV 회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유료방송시장은 통신사 주도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는 합산규제 제도의 재도입 여부가 이번 유료방송시장 개편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SK 브로드밴드, 가입자 315만명 케이블TV 2위 업체 티브로드와 합병 추진

지난 18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태광그룹은 각각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인수합병(M&A)을 논의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합병 법인의 1대 주주, 태광그룹이 2대 주주가 되는 형태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양사가 체결한 뒤 합병 비율 등 세부 조건 협상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의 주요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 온 CJ헬로나 딜라이브와 달리 가입자 315만 명을 보유한 티브로드는 그동안 M&A 매물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유료방송 순위가 뒤바뀌자 SK텔레콤이 적극 나서면서 M&A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하면 약 762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 LG유플러스가 확보하게 될 총 781만 명을 턱밑까지 쫓아가게 된다. 유료방송시장 1위인 ‘KT 계열’(스카이라이프 포함·986만 명)과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점유율이 33.3%를 못 넘게 하는 ‘합산규제’ 부활 법안이 다시 논의되면서 관련 절차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KT의 딜라이브 인수가 좌절되면 투자 여력이 있는 SK텔레콤이 추가 M&A를 통해 2위 탈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CJ헬로 지분 인수에 8000억 원을 쓴 LG유플러스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이 유료방송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디어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며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부문이 가입자 포화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성장이 정체된 반면 IPTV는 매출 효자로 등극했다.

2009년 2204억 원에 불과했던 통신 3사의 연간 IPTV 매출액은 2016년 2조4277억 원으로 10배 이상으로 늘었고 지난해 처음 3조 원을 돌파했다. IPTV는 2008년 11월 도입 이후 2016, 2017년에 각각 매출과 가입자 수에서 케이블TV를 역전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잇달아 케이블TV 1, 2위 업체 M&A를 추진하면서 송출 플랫폼(케이블, 인터넷)에 따라 나눴던 유료방송시장 구분도 무의미해졌다”며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등 신기술과 키즈, 교육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고=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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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시장 이통사주도 3강 체재 개편…합산규제 재도입 강력 '변수'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도 케이블업체 티브로드 인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산규제가 관련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5일 전체회의와 법안심사2소위를 열어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방송시장의 공공성을 위해 2015년 3월에 일몰제로 도입, 지난해 6월 자동 소멸됐다.

이후 합산규제는 규제를 철폐하는 글로벌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과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앞서 국회 과방위는 지난달 22일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25일 논의에서 이동통신사와 케이블업계의 최근 M&A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를 인수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뒤질세라 SK텔레콤과 티브로드가 M&A 막바지 절차에 돌입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양사는 “확정된 것은 없으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3년전 독과점을 우려해 SK텔레콤과 CJ헬로의 M&A를 불허했던 정부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융합을 통해 이통과 케이블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KT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계열(KT, KT스카이라이프)이 30.86%로 1위지만, 경쟁사들이 케이블 인수에 성공하면 양사 점유율은 대폭 늘어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점유율 4위(11.4%)에서 CJ헬로를 인수할 시 24.43%로 업계 2위까지 뛰어오른다. SK텔레콤 역시 티브로드와 몸집이 합쳐지며 23.83%로 증가한다.

KT 역시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 업체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검토중이었으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검토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합산규제가 도입된다면 KT측은 사실상 타사 인수 추진이 불가능하다. 점유율이 가장 작은 곳인 현대HCN 조차도 KT계열과 합쳐지면 점유율 36.02%로 33%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 또한 입장이 변했다. 점점 위축되고 있는 케이블 사업을 M&A를 통해 출구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그동안 합산규제에 찬성해왔던 딜라이브는 최근 재도입 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규제 없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구글, 넷플릭스 등의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또한 국회에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 공식화로 촉발된 유료방송시장 새판짜기가 자칫 규제로 인해 잘못될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국회 또한 과거처럼 합산규제 재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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