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오태양 신임 공동대표
선거제도, 청년 주거, 모병제
2011년 안철수 청춘콘서트 때부터 현재까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너무 바쁜 와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저희같은 신생 정당은 기자들을 뵙기도 어려운데 너무 감사드린다. 꼭 면접 시험을 보는 것 같다.”

오태양 미래당 신임 공동대표는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래당 신임 지도부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카페에서 창당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새로 시작하는 의미로 기존의 ‘우리미래’에서 미래당으로 당명을 바꾸기도 했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소희 대표와 오태양 대표. (사진=미래당 제공)

미래당은 원외 정당이라 국회 안에서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카페 회의실로 기자들을 불렀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까봐 사전에 미리 참석 기자 명단을 확정하고 일일이 이름표를 만들었다. 메뉴를 묻고 직접 커피를 주문해 기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제동씨의 저서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를 선물로 나눠줬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우인철 대변인은 진행을 맡았다. 우 대변인은 소속 매체와 기자 이름을 호명해서 한 명씩 소개했다. 

모든 게 기성 정당의 기자회견 공식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참석 기자들은 어리둥절해졌고 동시에 재미를 느꼈다.

미래당은 청년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김소희 공동대표와 오 공동대표는 청년 문제를 기본으로 △정치제도 개혁 △주거권 확대 등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종교적 사유가 아닌 신념적 병역거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행했던 오 대표는 모병제를 화두로 꺼냈다.   

(사진=미래당 제공)
김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도봉구의회 후보로 출마했다. (사진=미래당 제공)

김 대표는 “국선 공인중개사와 같은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본다.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국선 공인중개사 제도를 도입해서) 처음 집을 마련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주거 환경이 좋은 것인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대출로 인해서 집을 사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밝혔다.

소위 “빚내서 집사라”는 것을 부추겼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활성화 기조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을 재산권이 아닌 주거권으로 보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대출 규제 등 여러 정책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 대변인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대표되는 청년 주거권 문제 해결을 시그니처로 내세웠을 만큼 미래당에게 부동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개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 오 대표는 “오는 4월15일이 정치개혁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원내외 7당이 배수진을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선거제도 개혁을 하기는 어렵다. 미래당도 당력을 모아서 올 봄에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지 그 방법론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소위 한국식 연동형이라고 하는 3가지(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 모델을 당론으로 제시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를 두고 “짝퉁 연동형”이라고 비판했는데 문제는 민주당 모델로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올릴 수밖에 없는 국회의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체 모델조차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4당만의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 있다는 입장으로 기울었다.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패스트트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최대한 제대로 된 연동형으로 협상해보려고 고심 중이다.

그러면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온전한 연동형이 담긴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과 협상을 한 뒤 그 다음에 패스트트랙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민주당 모델로 패스트트랙에 올려놓고 이후에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지. 중대한 고민거리다. 

(사진=미래당 제공)
자기 소신을 차분하게 말하고 있는 오 대표. (사진=미래당 제공)

오 대표는 “나는 패스트트랙을 무조건 먼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 이슈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어렵고 난해하다. 복잡하다. 골치 아프고 설명하기도 굉장히 어렵다. 다행히도 작년 연말에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가(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 다시 수면 아래로 떨어졌는데 무조건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패스트트랙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론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지만 선거제도에 대한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먼저 패스트트랙으로 태운 다음에 어디로 갈지 얼만큼 갈지 누구를 태울지 비용은 얼마가 들 것인지. 이런 문제들은 태운 다음에 협의를 해도 1년 안에 여러 절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의원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패스트트랙 조짐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을 두고 3가지 중에서 하나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①약속 이행(2018년 12월 5당 원내대표가 1월 내 선거제도 개혁안 본회의 통과를 합의)
②국회 보이콧할 거면 4당의 패스트트랙에 반발하지 않기 
③패스트트랙으로 갔을 때 의원직 총사퇴를 한다고 했으니 실제 그렇게 되면 총사퇴하기

오 대표는 “한국당이 주저하지 말고 3가지 중에 하나라도 하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미래당 제공)
선거제도 개혁은 미래당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다. (사진=미래당 제공)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20대 남성은 병역법에 따라 모두 군대에 가야 한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반 단기 복무 사병 위주로는 군사적 비효율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오 대표는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군 가산점제도, 남녀 불평등 등 이런 많은 문제들이 세부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전환기적인 제도적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준비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1950년대 한국군이 창설되고 징병제가 도입됐는데. 지난 70년간 징병제를 통해서 한국의 안보와 안전이 지켜진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70년간 너무 많은 젊은이들의 희생과 고통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20대들의 정서나 사회적 조건도 굉장히 많이 변화하고 있다. 언제까지 최저임금의 3분의 1,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청년을 가둬둘 것인가. 거기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권 유린이나 열악한 복지 그리고 규제 이런 것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낭비”라고 역설했다. 

(사진=미래당 제공)
김 대표는 청년당 이후 우리미래 시절에 합류했다. (사진=미래당 제공)

한편, 2011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청춘 콘서트 열풍을 일으켰고 그때 공감했던 청년 세력들이 청년당을 창당했었다. 청년당은 현재 미래당의 뿌리다. 청년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저조한 득표율로 해산당했다. 그때 일부 세력과 새로운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5년이 지난 2017년 우리미래를 출범시켰다.  

오 대표는 “내가 청춘 콘서트를 기획했고 청년들과 함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돌아보면 정치인 안철수 개인에 대한 국민적 환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그 당시 정치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었고 그게 만들어낸 기대치가 잠재돼 있었다. 그것이 충분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거대 양당의 순번제 집권 차원으로) 한 쪽으로 쏠렸다가 문제가 생겨 다른 쪽으로 쏠렸던 상황(이라서 안철수에 기대가 모아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미래당 준비를 하면서 청년당 스토리를 알게 됐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창당하고 해산하고 다시 창당하고. 그 사람들이 청년당 활동이 재밌으니까 다시 창당하자고 했다. 근데 그걸 해보고 나니까 청년당을 만들었던 분들이 되게 존경스럽더라. 청년당 활동이 되게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게는 씨앗과 같다. 청년당이 씨앗이라면 미래당이 새싹이다. 이제 나무로 클 때가 되지 않았나.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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