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더불어 태블릿 부각
오세훈의 총공세
태극기 부대가 과대 대표 
아직 가능성 있다고 보는 오세훈
마지막 호소로서의 중도 공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친박 태극기 부대에게 태블릿PC는 매우 민감한 고리다. 이들의 스피커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소위 ‘태블릿 조작설’에 기운 발언을 해서 전당대회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태블릿은 탄핵을 발동시킨 원동력이자 시발점이었다. 황 전 총리는 법치주의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태블릿에 대해서는 친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황 전 총리는 21일 밤 열린 KBS 토론회에서 친박 전사 김진태 의원이 태블릿 조작설에 동조해주기를 유도하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였던 황 전 총리를 숱하게 몰아붙였다. 그런만큼 조작설 옹호 발언을 그냥 놓칠 리가 없다.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 연설회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열린 MBN 토론회에서 “새롭게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셨으면 수습하셔야 한다. 조작 근거가 무엇인가. 이미 변희재씨 1심 판결에서 태블릿PC는 조작된 바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꼬집었고 황 전 총리는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탄핵과 태블릿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2년 내내 해왔다. 지난번에 내 의견을 말씀드렸고 그 얘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며 회피했다.

확전을 경계하는 황 전 총리에 대해 오 전 시장은 24일 여의도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친박 태극기 부대에) 편승해 정치적 실리를 취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결격 사유”라며 “(전당대회 판세상 황 전 총리가) 이기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행보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과학적인 그리고 꽤 오랫동안 재판을 거쳐 태블릿 PC의 조작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결을 했다. 그런데 이런 판결이 신뢰를 받지 못 하고 그 틈을 비집고 특정 계층과 지역에서 조작 뉴스가 힘을 얻고 있고 그것을 또 황 후보가 인용을 하고 거기에 편승한 것이다. 지도자는 자기 세력과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을 설득하지 못 하고 민주노총 세에 업혀가는 정치적 선택을 함으로써 국민과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과 똑같다”고 거듭 비판했다.

황 전 총리는 구체적인 재반박을 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했을 때 다시 친박 표심의 눈치를 보는 과정이 재현될까봐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상처다. 나도 그 아픔이 뼈에 사무쳐 있다. 그렇다고 과거에 묶여 있을 수는 없다”며 “국민의 삶보다 중요한 논쟁은 없다. 미래 이슈보다 앞서는 과거 이슈는 있을 수 없다. 이제 갈등과 분열의 시대와 완전히 결별하고 국민을 향한 통합의 시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둔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당대표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합동TV 토론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시장, 황교안 전 총리가 23일 오전 MBN 토론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태블릿이나 탄핵이나 모두 극렬한 친박 지지자들로부터 황 전 총리가 자유롭지 못 한 지점이 부각될 이슈다.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이런 이슈들은 더 많이 수면 위로 나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 전 시장은 “요즘 여론 전파 속도가 과거와 달라 몇 시간 안에 전파되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체화하고 숙성 시키는 데까진 시간이 걸린다. 2~3일만 더 있었다면 이렇게 아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황 전 총리에 대한 공세를 통해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좀 더 부각했으면 하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최근 나온 몇 개의 지표가 나한테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변화된 양상이 당심까지 미치기엔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 하고 바로 투표에 들어간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장 연설회에서 태극기 부대의 영향력이 부각되고 이게 재차 언론에 보도되면서 오 전 시장이 1위는 커녕 2위 자리도 김 의원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실제로 결과가 그렇게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 지금 당내에 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스러울 정도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태극기 부대의 스펙트럼도 넓다는 차원에서) 교육 수준이 굉장히 높고 사회생활 많이 하신 분도 많다. 그런 분들이 속으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 후보를 연호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그 분들이 마음 속으로 다 김 후보의 의견에 동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당대회에 많이 입장해봐야 2000~4000명인데 거기에 1000명만 들어와도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다. 이것을 보고 당이 극우화 되고 김 후보의 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하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끝까지 호소하고 있는 오 전 시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동안 계속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중도층 표심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한 개혁 보수 노선을 가야한다는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극복, 탄핵 인정 등을 화두로 던져왔다. 오 전 시장은 22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마지막 연설회에 참석해서 끝까지 이 지점을 호소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이번 전당대회 기간 내내 여러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만 골라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고 했다. 탄핵을 인정하자. .도로 친박당. 탄핵 총리로는 총선 필패다. 5.18 망언도 사과하자. 더 이상 오른쪽은 안 된다. 중도로 가야한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외쳐왔다. TK(대구경북)에서도 PK(부산경남)에서도 야유와 삿대질 속에서도 표 의식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외쳤다. 이 피눈물나는 충심 진정 이해 못 하시겠는가? 나는 이게 바로 지난 선거에서 우리를 외면했던 일반 국민들의 마음 임을 절실히 알기 때문이다. 보수 우익을 강화하면 중도는 따라온다? 중도는 실체가 없다? 국민은 현명하다. 국민 이기는 선거 없다.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반성없이 탄핵 부정하고 우리를 따르라고 하면 국민은 또 다시 분노하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당내 선거니까 당원들의 마음에 드는 소리만 골라하며 우리만의 축제를 벌이면 국민 마음은 저만큼 멀어져 간다.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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