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왜 ‘습관성 파행’을 반복할까
국회는 왜 ‘습관성 파행’을 반복할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2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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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보이콧
두 달에 한 번 꼴?
국회 파행을 빌미로 여당 압박
여당은 야당의 문제의식에 무반응
강적들 ‘민병두·김갑수·신지호·이준석’
결국 선거제도 개혁으로 대결 정치 변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월17일까지였던 1월 임시국회는 허송세월로 끝나버렸다. 여러 조건부로 국회를 열 수 있다던 자유한국당과 무조건 국회를 열고 논의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빚어진 촌극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월 국회가 사실상 무산된 것을 선언한다. 여당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국회를 어떻게 열 것인가에 대해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하기 보다 온통 총선을 위한 정략적인 다툼과 정치적 놀음에만 올인했다. 오늘도 여당 시도지사들을 불러올려서 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했는데 안타까움이 들었다. 파탄난 경제에 민생을 챙기기는 커녕 야당 공세에만 관심이 있구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주장해왔던 김태우 특검법,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김경수 지사와 관련된 드루킹 특검법 등을 앞으로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 5당 원내대표들과 문희상 의장이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 했다.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원내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한국당이 주장하는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정치 공세로 보고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조건없이 국회를 열고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따져 묻는 방식 외에는 한국당의 공세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1야당 입장에서 연말연시 여권에 타격이 될만한 커다란 이슈들이 줄지어 터졌다. 그러나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손혜원 의원 등 떠들썩했던 이슈들이 현재로서는 상당 부분 휘발됐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된 것에 대해 재특검을 주장하는 부분도 비현실적이라 대여 공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5.18 망언으로 역풍을 맞았고 전당대회의 극우적 흐름 등 되려 한국당이 공격받을만한 여지만 커져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당은 국회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여권을 압박하지 않고 그냥 내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스캔들 성격의 공세 이슈 외에도 한국당이 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책 비판 이슈들도 많다. 

나 원내대표가 거론한 것만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주휴수당 근로기준법 개정 △최저임금 산업범위 조정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탈원전 방지를 위한 에너지법 개정안 △대통령 비서실 파견 제한 입법 등 6가지다.

한국당이 아무리 요구해도 민주당이 쉽사리 뭔가를 내주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일단 홍영표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 출석 등 이미 자기 임기 중에 3번을 한국당에 양보했던 만큼 더 이상 정치 공세에 넘어갈 수 없다는 속내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발씩 양보해야 국회 정상화가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를 대표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속이 탄다. 당장 25일 11시 문 의장 주재로 5당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지만 무난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 기원 공동성명>만 발표됐지 국회 정상화는 빈손으로 끝났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손혜원 의원 국조에 여당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고려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로 대체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한국당도 국조를 청문회 수준으로 낮추면 신재민 폭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청문회 등을 같이 여는 것으로 하자고 하는데 민주당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추가적으로 물밑 협상이 진행될 수 있어서 극적인 대타협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사실 20대 국회 전반기였던 작년 내내 쟁점 이슈(김영철 방한·방송법·권성동 법사위 문제·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드루킹 등)와 무쟁점 이슈가 뒤섞여서 국회는 숱하게 파행된 바 있다.

2012년 5월 이후 국회 선진화법이 제정됐고 더 이상 날치기를 비롯한 ‘동물 국회’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교섭단체인 한 정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국회가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선진화법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갑질 △상임위 안건 선정 관련 간사 협의 관행 등 국회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서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겠지만 우리 정치 문화를 근본적으로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23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국회 보이콧 현상에 대해 의미있는 논의가 있었다. 

입법 과제로 정당끼리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민병두 의원. (캡처사진=TV조선)

게스트로 출연한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요구가 뭔지 모르겠다. 취업 비리였다가, 선관위원 사퇴(조해주)였다가 굉장히 이것 저것 늘어놓고 있어서 이것 중에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는 건지 둘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인지”라며 “실제로 우리는 입법 과제를 갖고 야당과 만나려고 한다. 저쪽도 입법 과제를 가지고 만나야 하는데 흠집 과제만 갖고 만나려고 한다. 입법 과제로 만나면 대화가 된다”고 말하자 신지호 연세대 객원교수는 “민주당이 야당일 땐 더 했다”고 응수했다. 

민 의원은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올릴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 공정거래법 정부개정안,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모든 걸 패스트트랙에 올리자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국당에 경고했다. 

(캡처사진=TV조선)
너무 잦은 한국당의 보이콧을 지적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 (캡처사진=TV조선)

고정 패널인 문화평론가 깁갑수씨는 “최소한 내가 정당 정치를 30년 넘게 지켜봐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야당이 5시간 반 단식해서 조롱거리가 됐는데. 국회 보이콧이라는 것은 굉장히 비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에 등장했는데 한국당의 첫 국회 보이콧이 6월, 9월, 10월, 12월. 2018년은 2월, 4월, 11월. 2019년 들어와서 2월. 두 달 세 달 거르고 국회를 보이콧하는가. 그럼 언제 일하는가. 그렇게 (보이콧할) 명분이 많으면 문재인 정부는 진작 문 닫아야지. 뭐든지 트집을 잡아걸어 싸우는 건데 논쟁, 토론, 고성, 옛날식 몸싸움까지 포함해서라도 뭘 일을 하면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나 안해 그리고 나가 버린다. 이게 반복되니 어떻게 된 일인가”라며 한국당을 성토했다.

듣고 있던 민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의 SNS를 뒤져보라. 정말 보이콧을 할 때는 무엇인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관철하는 것 아닌가. 단식으로 조롱받고 있지만 정말 단식까지 한다면서. 설날 떡국먹고 다니는 것 사진 다 올린다. 대보름날 윷놀이 하고 다니는 것 다 올린다. 그러고 세비받고 그러고 장외 투쟁하고. 그게 무슨 보이콧인가. 그냥 유희다”라고 거들었다.

(캡처사진=TV조선)
너무 잦았던 국회 보이콧. (캡처사진=TV조선)

이에 신 교수는 “민주당이 뇌송송 구멍탁이라고. 18대 국회 때 광우병가지고 등원도 안 하고 몇 달이나 그렇게 한 것이 누군가.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는 야당이 되면 무조건 뒷다리 걸기 뒷다리 잡기 이거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데모크라시(Democracy)가 아니라 비토크라시(Vetocracy)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국회의 고질적 병폐”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웬만은 해야지 두 달에 한 번 보이콧하는 정당이 어디 있는가”라며 한국당이 해도 너무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관계 자체가 문제다. 상대당을 악으로 보기 때문에 작은 흠결이라도 자기에게는 매우 중대하고 당장 국회를 멈춰서라도 관철시켜야 하는 정의로운 행위로 포장될 수 있다. 야당의 당내 선거에서 흔히 나오는 구호가 잘 싸우겠다는 것인데 이게 효율적으로 싸우겠다기 보다는 강경 야당론의 차원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민주당 입장에서는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가 유입되는 것이 식량 주권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서 장외 투쟁할 명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당 입장에서 현재 제기되는 수많은 여권발 악재가 국회를 멈춰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중대한 문제일 수 있다. 

(캡처사진=TV조선)
신지호 교수는 비토크라시를 말했다. (캡처사진=TV조선)

신 교수는 양당의 보이콧 모두 “도찐개찐 그거 여기서 따져가지고 뭐하는가”라며 양비론을 폈다. 

민 의원은 “국회의원 정말 심각하다. 2, 4, 6월 국회는 2004년 국회 개혁하면서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 자동으로 열리는 국회를 보이콧 한 예가 거의 없다”면서 김씨와 함께 한국당의 행태가 심각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또 다른 게스트인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송언석, 장제원 의원까지 다 엮어서 같이 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그냥 물타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은 실제로 손 의원 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았던 것이고 그거 외에도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공익제보자 지위라든지 이런 야당의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다 뭉게고 넘어갔다. 거래하는 입장에서 (한국당이) 정말 짜증나는 거래처일 수 있다. 하지만 거래처의 입장을 반영해서 하나라도 편을 들거나 양보한 것이 있느냐. 민주당이 사실 우리 이걸 양보했다고 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광우병 얘기가 나왔지만 정권 출범한지 3개월 만에 밖으로 나가서 몇 달 동안 길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총선 치르자마자 밖으로 나갔다”며 신씨와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심각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은 2008년 광우병 정국 외에도 2013년 11월 18대 대선에서 국가기관의 댓글 공작과 관련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상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적이 있었다. 

신 교수는 “한국당이 싸움의 기술이 약해서 그렇지 옛날에 민주당은 이거보다 두 배 세 배 싹 리스트를 제출했다. 그렇게 하지말고 (민주당이 한국당이 요구한 것들 중에) 여기서 덜 아플 것 같은 걸 하나라도 받겠다(고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는 “한국당이 문제제기를 하라고. 대신 의사당 안에서 단상에 나와서 거기서 싸우고 해야할텐데 문 닫아버리고 나와버리면 뭐 어쩌자는 건가”라며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입장에서 보이콧을 해도 민주당이 전혀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데 국회에 들어와서 싸울 것은 싸우고 논의할 것은 논의하면 요구사항이 전혀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급기야 민 의원은 “공식적으로 세비를 반납하자. 1월달에 1000여만원. 2월달에도 국회 한 번도 안 열고 1000여만원 가까이 된다. 세상에 윷놀이하면서 1000만원씩 받아가는 직업이 어디 있는가. 세비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이콧 중일 때 국회의원은 상임위와 본회의 등 공식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매일 당 아침 회의는 열리고 의원들마다 여러 정치적 행위들도 지속된다. 국민 여론 지평에서는 강력한 대여 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어서 민 의원이 말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다. 

(캡처사진=TV조선)
한국당이 요구하는 것들. (캡처사진=TV조선)

결국 적대적 공존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15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단식을 마치면서 “한국 정치의 악마가 민주당도 한국당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의 악마는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드는 지긋지긋한 대결 정치다. 연동형(비례대표제)으로 가는 길은 그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 모두가 사는 길이다. 정책과 의견대로 국민께 평가받고 지지받고 이것을 토대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인해 거대 양당은 엄청난 정치적 특권을 누려왔다. 못 해도 제1야당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다음 선거에서 집권하기 위해 여권을 죽도록 공격하는 정치 문화가 공고해진 것이다. 외부의 적이 죽기살기로 달려드니 여당은 정부와 청와대를 무조건 옹호하기만 한다. 이러한 정치 문화를 구조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습관성 국회 파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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