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는 ‘멘즈테리어’ 증가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멘즈테리어가 늘고 있다. (사진= 신현지 기자)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멘즈테리어가 늘고 있다. (사진=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평범한 것은 싫다. 아니,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싫다. 오로지 유일한 나만의 것. 특히 그것이 나만의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공간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지마켓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인테리어 관련 상품의 남성 구매율이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다. 이에 남성(men)과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멘즈테리어’란 신종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공무원 김다원(가명)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구입한 작은 아파트 내부 바닥의 타일과 보일러 파이프 부분만을 업체에 의례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혼자 해냈다. 비용 절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평소 자신의 공간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라 이번 기회를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구입한 아파트가 12년 된 낡은 집이라 손 볼 게 너무 많았다. 거실뿐만 아니라 전체를 뜯어 고쳐야만 했다. 그래서 처음엔 인테리어 업체에 의례할까도 생각했는데 예상 비용이 약 3천5백정도의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었다. 

비용절감은 물론 내게 맞는 특별함으로 채워

더구나 업체 사장님들이 권하는 가구 구성들이 너무 획일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보일러 들어가는 바닥과 창문 공사 등 감당할 수 없는 부분만을 업체에 맡기고 그밖에 것들은 모두 다 내가 완성했다. 거실의 벽 페인트, 안방 벽지, 장판, 싱크대, 조명 등까지 약 2개월 걸려 완성했다. 

물론 그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있지만 그것을 실물로 짜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여러 관련 잡지들을 보면서 나만의 공간을 그려봤는데 막상 일을 도전하려니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전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일을 하겠다고 나서니 의외로 나처럼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고 또 관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검색 사이트가 많아서 도움이 되었다.

특히 거실을 어떻게 꾸며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관련 인스타그램에서 올린 사진을 보고 나도 과감히 가구를 버리고 여백을 남겼던 것이 만족스럽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이 꾸민 공간에 지극히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그의 24평 거실은 전체가 화이트와 우드 톤으로 화사했다. 40대 남성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늑하고 부드러워 이날 초대 받은 그의 지인들은 그가 결혼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혼자 불편 없이 잘 지내기 때문이라며 은근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주방업계는 남성의 취향에 맞춘 가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한샘 제공)
남성의 취향에 맞춘 가구들을 선보이고 있는 주방업계 (사진= 한샘 제공)

나만의 공간에서 누리는소확행

특히 그가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주방 겸 와인 바로 쓰이는 공간인데 그는 이 부분의 가구들을 무광택 질감의 우드로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돋보였다. 그는 “퇴근 후 내 집에 와 와인 한 잔에 몸을 녹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며 “특별히 돈 들이지 않고 또 누구 간섭도 없는 내 집에서의 소확행에 여전히 혼자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강지원(가명)씨도 최근 자신의 오피스텔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3년 동안 함께 했던 방 안의 잡다한 가구들을 치우고 침대만을 남겨 여백을 두었다. 거실은 화이트 톤으로 곳곳에 녹색의 화분을 두어 식물과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직접 목공예 공방에서 배운 기술로 주방과 침대 사이를 가림막을 설치해 간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주방 코너에 목공소에서 직접 골라온 나무를 잘라 물품 보관 활용도를 넓혔고 거실의 소파를 창가에 두어 바깥 풍경과 연결했으며  거실 벽에는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자신만의 영화관을 만들어 특별한 공간을 꾸몄다. 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공간에 블랙과 화이트의 소품으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렇게 자신의 공간을 꾸민 강지원씨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스타그램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평소 해외 인테리어 전문 사이트를 둘러보았던 것이 이번 작업에 중요한 몫을 했고 우연한 기회에 목공예를 배운 것이 그를 ‘멘즈테리어’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집꾸미는 것, 여성만의 전유물 아니야...

이에 지난 24일 자신의 방을 소개한 강지원씨는 “우리는 남자가 집안을 꾸미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방 정리는 물론 주변 정리를 해왔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집안 꾸미기를 마치 여성의 전용물처럼 생각하는 건 달라져야 할 것이다.”며“ 종일 일에 지쳐있다가도 이 공간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나면 내일을 준비할 힘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남성들은 ‘랜선 집들이’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랜선 집들이란 직접 꾸민 방 사진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현재 약 62만여개의 관련 게시물이 활동하고 있다. 이에 한 인터넷 공개자는 "어떤 방을 만들고 싶은지 기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준비를 꼼꼼하게 하지 않고 시작하면 오히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렌드를 읽는 문화 관련자들은 이처럼 남성들이 집안 꾸미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즉, ‘나 혼자 산다’ ‘집사부일체’ ‘집밥 백선생&rs quo; 등 TV 프로그램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홀로족이 증가하면서 남성들도 자신만의 공간을 특별하게 꾸미는 일에 자연스럽게 편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주방업계는 남성의 체형 및 취향에 맞춘 주방 싱크대와 침대, 소파 등으로 남성 고객층 확보에 주력을 두고 있고 가구 업계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 업계도 리빙 부문만큼은 성장률이 2017년 11.9%,에 이어 2018년 3월 중순 20%를 넘었는데 이는 주방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멘즈테리어’ 증가인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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