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 임박…국민연금 행보에 재계 ‘긴장’, 세대교체도 '주목'
주주총회 시즌 임박…국민연금 행보에 재계 ‘긴장’, 세대교체도 '주목'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03.0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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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슈퍼 주총…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주목'
국민연금이 바꿀 주총 풍경은?…재계 '초긴장'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세대교체'
국민연금 영등포지사 (사진=우정호 기자)
국민연금 영등포지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올해도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특정일에 집중되는 '슈퍼 주총' 현상이 재현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주총 시즌은 약 630조원을 굴리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후 맞는 첫 정기 주총 시즌이 됨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의 행보에 재계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또 이번 주총 시즌엔 60개 대기업 집단 계열사 중 23곳의 오너일가 등기이사 임기가 올해로 만료돼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해도 슈퍼 주총…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주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현재 911개사(코스피 397개사+코스닥 514개사)가 주총 개최일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이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27일에 가장 많은 226개사(24.8%)가 주총을 열기로 했다. 다음으로 그 전날인 3월 26일에 179개사, 마지막 주 29일에는 92개사가 주총을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세 날짜에만 497개사(54.6%), 즉 절반 넘게 쏠려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예년보다 주총 쏠림이 완화됐다"면서도 "결산과 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주총이 3월 중순 이후에 몰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첫 번째 맞는 주총 시즌인 만큼 국민연금의 행보에 이목이 쏠려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장사는 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포함해 300개에 가깝다.

국민연금이 집사(Steward)처럼 국민의 돈을 충실히 관리하기 위해 어느 범위까지 주주권 행사에 나설지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경영권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한진가 측과 KCGI가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 경영방향, 지배구조 등을 두고 어떻게 표대결을 벌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작년 11월부터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

또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떻게 방향타를 잡을지에 대해서도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올해 첫 주총을 갖는다. 구체 날짜는 미정이지만 통상 3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3월 22일과 29일 중 하루가 될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는 이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상무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전환하는 안건을 올려 의결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퇴임 여부가 재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SK 주총은 3월 27일로 예정 됐다. 구광모 신임 회장이 취임한 LG는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가 그룹 계열사 이사회까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주총은 3월 26일로 예정됐다.

아울러 이달 27일 열리는 한화 주총에는 최근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가 관심이며, 올해 주총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진칼은 아직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JB금융지주 제4회 정기주주총회 (사진=중앙뉴스 DB)
JB금융지주 제4회 정기주주총회 (사진=중앙뉴스 DB)

국민연금이 바꿀 주총 풍경은?…재계 '초긴장'

올해 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국민연금이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부터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율이 5% 이상이거나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 비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투자기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포스코 등 297곳에 이른다. 국내 주식시장 상장사(2110개)의 14.1%를 차지하는 수치다.

국민연금은 배당정책 수립, 임원보수 한도의 적정성,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 4가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스스로 배당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LG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2.7% 감소했지만 배당금을 53.8% 늘렸다.

포스코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6.4% 감소했지만 배당금은 25% 늘렸다.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위한 '주주제안' 칼을 빼들자 현대그린푸드는 스스로 배당확대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고배당 정책은 기업의 탄력적인 경영활동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을 덜 하면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올라서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너 갑질'이나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는 각기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일률적인 기준을 강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국민연금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세대교체'
 
한편 지난달 25일 재계 및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60개 대기업 집단 계열사 중 23곳의 오너일가 등기이사 임기가 올해로 만료돼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삼성그룹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현대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각각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차 등기임원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지주사 및 주요계열사 등기임원 임기가 다음달로 끝난다.

LG그룹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권영수 LG 부회장 등이 채울 전망이다.

우선 기업 오너들 대부분은 등기이사 선임에 필요한 주식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선임 안건은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각 기업별로 상황에 따라 재선임 여부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있어 애초에 이번 주총 안건에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단연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 여부가 관심거리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오너일가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의 임기만료는 10월 말로, 이번 주총이 임기 내 열리는 마지막 정기주총이다.

안정적인 연임을 위해선 이번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상정돼야 하지만 재계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대법원 상고심 결과가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선 그의 연임이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도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이번 정기주총보다 향후 임시주총을 통해 결정할 가능성을 우세하게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3세인 정의선 체제에 한 발 더 다가설지도 주목된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경우, 그의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보다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현대차 사내이사를 비롯해 기아차 기타 비상무이사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으나 무난하게 재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그룹 총괄로 올라선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부터는 기아차에서도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의 이사진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승연 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이 최근 만료된 만큼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특히 작년 10월 이태종 전 대표의 사임으로 사내이사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등 주주행동주의 바람 등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장의 복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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