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최봄샘 기자
사진 / 최봄샘 기자

 

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힘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는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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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시인의 시는 잘 그린 한 장의 그림이나 사진 혹은 동영상처럼 느껴지는 묘미가 재미지다. 한 번 읽으면 그 그림이 뇌리 속에서 움직이며 재상영되는 맛은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이토록 생생하게 봄이라는 계절을 고양이를 통해 명징하게 묘사한 색체라니...  쌉쌀하고 상큼하다. 이미 알려진 익숙한 시인지도 모르지만 다시 모셔 보았다. 지난겨울이 포근했던 이들이거나 잔인했던 이들이건 간에 게으른 춘곤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양지를 끌고 와서 녹이라고 속삭인다. 고양이 털 날리듯 벚꽃 분분, 개나리 진달래 봄길마다 하품 터뜨리고 새싹들 눈 비비는 소리...꼬리 흔들듯 바람 살랑거리는 들녘에 팽팽하게 솟는 생명력, 거대한 고양이 입김 같은 아지랑이가 우리 안에도 모락모락 움트지 않는가? 진정 '봄은 고양이로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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