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까지 4당과 한국당 각각 제출해라
패스트트랙은 한국당 패싱 방지용
선거구 획정안 변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이 현실화되자 자유한국당은 “의회 민주주의 파괴”이자 “의원직 총사퇴”를 불사하고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경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패스트트랙을 활용해야 한국당을 패싱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은 한국당 패싱이 아니라 한국당의 선거제도 패싱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며 “패스트트랙은 협상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고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협상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패스트트랙은 협상을 촉구하고 미래를 위한 정치 개혁에 동참하라는 촉구”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패스트트랙을 밟아야 한국당이 오히려 패싱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모두가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는데 한국당만 묵묵부답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고 실제 패스트트랙이 거론되자 한국당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위원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4당 단일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뒤에도 한국당이 협상 채널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원내외 7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과 시민사회는 간절히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고 있다. 민주당도 자체 모델을 제시하는 등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원내 협조를 받기 위해 절차에 임하는 모양새다. 

심 위원장은 4당과 한국당에게 데드라인을 통보했다. 10일까지 각각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와 최종 모델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4당은 현재 100% 연동형과 민주당식 3가지 모델(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을 놓고 단일안을 도출하기 위해 줄다리기 중이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논의가 이렇게 표류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당에게 있다. 여야 모두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힘주어 말해왔고 그래서 정개특위가 구성되어 내가 정개특위 위원장이 됐다. 작년 12월 말에 5당 원내대표들이 1월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아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론도 없고 1월 말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한 어떠한 유감 표명도 없으며 이후 책임있는 계획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회를 보이콧해 선거제도 개혁 논의조차 봉쇄해버렸다. 지금까지 한국당의 이러한 태도는 거짓 약속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사실상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4당과 한국당에게 10일까지 각각 패스트트랙 여부와 선거제도 최종안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국회법 85조2에 따라 엄연히 법률적으로 명시된 절차가 패스트트랙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 자체에 협치 파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파의 날치기 등 일방주의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특정 정치 세력의 몽니로 입법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바로 이렇게 선거제도에서처럼 한국당의 몽니를 견제하라고 만든 합법적인 책임 수단”이라며 “국회법을 무력화해서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패권 정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도는 합의에 의해 처리하는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고들 말씀하신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합의 관행은 결국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개혁 회피의 명분으로 악용되어 왔음이 분명하다. 좋은 관행은 법 위에 있지만 나쁜 관행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렇게 한국당 압박용으로 패스트트랙이 활용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처리하는 것 역시 입법 절차라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연동형을 골자로 한 ①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바로 ②선거구(지역구)를 획정하는 안이 <획정위 →문희상 국회의장 →행정안전위원회 “선거구 법률” 개정안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2020년 4월15일 21대 총선 전까지 ①②이 완료돼야만 하는데 한국당과 4당의 협상이 어그러지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먼저 ① 패스트트랙(330일) 이후 ② 패스트트랙(330일)으로 가게 되면 총선 날짜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①을 먼저하고 ②을 해야 하는 것인지 ①②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는 것인지 유권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심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제안에 대비한 실무적인 검토는 끝나있는 상태”라며 “첫 번째(①)가 패스트트랙으로 확정되면 획정위에서 그 내용대로 (②)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획정위에서 안이 왔을 때 상임위에서부터 저지하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공직선거법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 획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법조문이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 위원장은 획정안과 선거법 두 가지를 올해 12월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시 말해 공직선거법 24조2의 1항~6항에 따라 “획정위가 획정안을 내면 지체없이 상임위를 개최하게 돼 있다. 그 다음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회부하게 돼 있다”며 “패스트트랙이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정도하면 270일이다. 본회의에서 60일 안에 의결하게 돼 있는데 본회의 운영권은 국회의장이 갖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271일자에 처리될 수도 있고 330일이 지난 첫 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12월까지 (①②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내년 선거치르는데 큰 지장없다”는 계획이다.

심 위원장은 재차 “패스트트랙에 올린다고 하더라도 최후의 방어선이지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다. 정개특위 위원장 임기 안에서는 한국당이 언제라도 협상을 한다고 하면 논의 테이블을 열 용의가 있다. 패스트트랙을 비난하기 이전에 책임있는 실현 계획을 내놨으면 한다. 한국당이 책임있는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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