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사 5곳 계약해지 통보…카드사-자동차업계 싸움으로 번지나
현대차, 카드사 5곳 계약해지 통보…카드사-자동차업계 싸움으로 번지나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03.07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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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인상, 중소가맹점은 인하’
현대차, 카드사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카드사 5곳에 계약해지 통보 초강수
쌍용·GM·르노, “상황 예의 주시 하겠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카드수수료 인상, 실적 부진 부진 속 車산업에 악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카드 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여파로 수수료율이 높아진 현대기아차가 가맹계약 해지에 나서는 등 자동차업계와 카드사들과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10일부터 5개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통보한 것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자동차가 5개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예고하자 쌍용·한국GM·르노삼성 등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술렁이고 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실적 부진을 근거로 카드 수수료율 인상 반대 입장에 힘을 더했다.

카드사,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인상, 중소가맹점은 인하’

3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한·삼성·현대·케이비(KB)국민 등 카드사들은 현대자동차,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케이티·엘지유플러스 등 통신사,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항공사, 주요 대형마트 등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1일부터 인상했다.

이번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라 중소가맹점은 수수료율은 추가 인하하고, 대형가맹점은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지출 혜택을 대형가맹점이 가져가는 만큼 관련 비용을 수혜자들에 부담시키도록 했다.

2012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지난해 11월 연매출 50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수수료율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편안은 올해 1월 말 시행에 들어갔는데, 인상 대상인 대형가맹점은 시행 유예기간을 둬 3월부터 새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이 카드사와 개별 가맹점 간 가격 협상에 끼어들 일은 아니다”며 “새 수수료율 체계는 적격비용 검증을 통해 마련된 만큼, 가격 협상 갈등이 소비자한테 불편이 초래될 만한 상황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 (사진=신한카드 제공)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 (사진=신한카드 제공)

현대차, 카드사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카드사 5곳에 계약해지 통보 초강수

4일 현대차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도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통보한 수수료율 조정안(1.8%대에서 0.12~0.14%포인트 인상)에 대해 인상 폭을 조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가맹점과 카드사 간 계약이 실제로 해지되면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10일까지 수수료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소비자는 현대차 차량을 구매할 때 신한·삼성카드 등 계약 해지 대상인 5개 회사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번 수수료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 당국은 500억원 이하 우대·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는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걷는 `마케팅 비용 개별화`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지난달 수수료율 인상을 대형 가맹점에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신한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배경에 대해 상호 성실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간 수차례 인상 근거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와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일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해 협상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현대차 자동차 부문만 따지면 영업이익률이 1.4%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래 최악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통상 소비자들은 자동차 가격의 15~20% 수준인 선수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예컨대 4000만원인 싼타페를 판매하면 약 600만원을 카드로 지불한다. 이 금액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이 1.8%대에서 1.9%대로 0.1%포인트 오르면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현대차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10만8000원에서 11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현대·기아차 전체 매출과 카드 사용률을 고려하면 연간 약 270억원에서 315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논의를 제안하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도 "일단 가맹점과 협의를 지속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는 현대차의 동결 제안을 수용해 해지 통보를 면했다. 

평택시 쌍용차 본사 (사진=쌍용차 제공)
평택시 쌍용차 본사 (사진=쌍용차 제공)

쌍용·GM·르노, “상황 예의 주시 하겠다”

현대·기아자동차가 5개 카드사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해 계약 해지를 예고하자 쌍용·한국GM·르노삼성 등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술렁이고 있다.

카드 수수료인상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카드사와 계약해지를 통보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 그룹을 제외한 자동차 업계는 ‘카드사와 끝까지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여타 자동차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현대차 그룹의 결정에 섣불리 동조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카드수수료 인상조치를 저지하고 싶은 것은 업계의 공통적인 사안이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현대차와 달리 계열 카드사가 없다는 점에서 해당 카드사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자칫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할 경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대차는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카드사를 계열사로 거느렸다는 점이 타 업체들과 확연하게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앞서 정부는 현대차가 ‘시장지배력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고 밝히며 현대차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업 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GM도 “내부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르노삼성 관계자 역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현재 카드사 업계와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수수료가 인상된 상태지만 추후 조정해 수수료 인상분을 소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카드수수료 인상, 실적 부진 부진 속 車산업에 악재”

이 가운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국내 신용카드사들과 카드수수료율 인상 갈등을 빚는 현대차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KAMA는 6일 “신용카드사들이 3월 1일 일방적으로 0.1~0.2% 포인트의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해 자동차업계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인상을 강행한 것은 자동차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내 완성차업체는 내수 10만8617대, 수출 14만2987대 등 총 25만1604대를 판매했다.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KAMA는 카드수수료율 인상 반대 근거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실적 부진을 꼽았다.

KAMA는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5%로 IFRS(국제회계기준)적용 이후 최저 실적이며, 금융 등을 제외한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1.4%다. 한국GM은 4년간 총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판매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쌍용차도 2017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으며, 르노삼성도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AMA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감안해 신용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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