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집중 위해? 여론 의식용 생색내기?
알짜배기는 그대로…핵심 3개사는 남겨
KCGI, 조양호 회장 차명 보유 지분 의혹 제기
시민단체 노조, 조양호 회장 퇴진 목소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사진=우정호 기자, 한진그룹 제공)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사진=우정호 기자, 한진그룹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임원 겸직 계열사를 9개사에서 3개사로 줄이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한진그룹 측은 ‘업무 집중’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 갑질 논란으로 인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다.

한편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조용히 지나갔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퇴진 운동이 벌어졌다.

다가올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조 회장의 차명 보유 지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임원 겸직 계열사 줄이는 조양호…핵심 3개사는 남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지주회사 한진칼, 그룹 모태 ㈜한진,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등 3개사 이외의 계열사 겸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는 비등기임원으로 겸직 중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의 경우 임기 만료 시 이사회에서 중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나머지 계열사는 연내 겸직을 해소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에 대한 이사 연임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57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대한항공 정기주총은 오는 27일로 정해졌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대한항공의 주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절대안전체제 유지 및 안정 경영을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서 항공전문가인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핵심 계열사 임원을 내려놓지 않은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 갑질 논란으로 인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다.

이는 그간 꾸준히 지적돼온 조양호 회장의 계열사를 통한 고액 연봉 수령과도 연관 있다.

조 회장은 2017년 해당 계열사를 통해 총 66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대한항공이 28억원, (주)한진이 12억원, 한진칼이 26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와 지난 2014년 한국공항에서 급여를 받은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3개 회사가 조 회장의 연봉을 전담했다.

결국 6개 회사 대표이사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조 회장의 연봉은 별반 달라지지 않으며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식 (사진=대한항공 제공)
지난 4일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식 (사진=대한항공 제공)

 창립 50주년 맞아 ‘새로운 100년’ 만들겠다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퇴진 외치는 목소리도...

한편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지난 4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창립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창립 50주년 취지와는 다르게 조용히 지나갔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퇴진 운동이 벌어졌다.

이번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행사는 내부 행사로 진행됐다. 이에 본사 격납고에서 임직원 1500명이 창립 50주년을 자축했다.

행사는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 다양한 부문의 임직원에 대한 수상, 미래 도약을 약속하는 케이크 커팅, 사내 합장단 및 전직 객실여승무원동호회 합장단의 축가, 임직원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로 만든 50주년 엠블럼 공개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50년 동안 대한항공의 두 날개는 고객과 주주의 사랑, 그리고 국민의 신뢰였다"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대한항공의 새로운 100년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대항항공은 창사 50주년을 맞아 직원 불이익 해소에 나섰다. 앞으로 대한항공 임직원은 회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수 또는 단순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더라도 승진, 해외주재원 등 인원 선발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단, 성희롱, 횡령, 금품∙향응수수, 민∙형사상 불법행위, 고의적인 중과실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례 등은 제외된다.

이번 결정은 노사 화합으로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조 회장은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해 책임을 져야했던 직원들이 과거 실수를 극복하고 일어서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인사상 불이익 해소로 임직원들이 화합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창립 행사 다음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 직원 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참석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박창진 지부장은 징계기록으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발표에 대해 "그동안 대한항공은 (고객들로부터)사소한 컴플레인이라도 있으면 직원을 쥐잡듯이 잡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며 "이처럼 악랄한 경영을 해왔던 그(조 회장)가 신이 된 듯이 면제부를 주겠다고 했다. 이것은 얼마나 전문경영인으로 자질이 부족한지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있었던 '조양호 일가 퇴진 4차 가면 집회' (사진=우정호 기자)
지난해 있었던 '조양호 일가 퇴진 4차 가면 집회' (사진=우정호 기자)

이날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위임장 대결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는 11일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 공시가 열리면 금융감독원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신고와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권유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된다.

대한항공 이사 연임은 정관상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할 때, 이사재선임 반대측에서는 국민연금 보유지분 11.7% 외에 11.6%의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계열사 임원직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따라서 20%가 넘는 외국인 지분이 재선임에 중대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정상영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그동안) 조 회장 일가는 각종 불법과 오너 갑질 문제로 대한항공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대한항공 이사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이번 조 회장 이사 재선임 반대는 대한항공, 한 회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닌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은 3월말에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는 27일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이사 재선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CGI, 조양호 회장 차명 보유 지분 의혹 제기…이사 재선임에 영향 미칠까

이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명 보유를 통해 지분을 숨겨두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6일 대한항공 임직원과 관련 단체 명의로 된 한진칼 지분 3.8%에 대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결정에 따라 한진칼 주주명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임직원 2명과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 등 단체 명의로 된 지분 224만1629주(3.8%)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분의 평가액은 500억원을 넘는데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으로 신고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KCGI는 "이에 한진칼을 상대로 해당 주식의 취득자금 조성과 운영진 선정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으나 한진칼 측은 자금 출처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이 지분 취득·의결권 행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KCGI는 대한항공이 해당 단체 운영자금을 일부 출연했거나 대한항공 특정 직책 임직원을 통해 (단체)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해당 단체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어 "대한항공이 (해당 단체에) 자금지원을 했거나 운영진 선정에 관여했을 경우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상 신고를 즉시 이행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고일부터 6개월간은 해당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한진그룹은 입장자료를 내고 해당 주식이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무관하다며 관계성을 부인했다.

한진그룹은 해당 주식에 대해 "대한항공 자가보험, 대한항공 사우회,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이 대한항공 본사 주소로 기재된 주식 224만1629주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한진칼 특수관계인의 차명 주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이 주식이 한진칼 설립 당시인 2013년 8월 대한항공 인적 분할 과정에서 대한항공 주식이 한진칼 주식으로 전환된 것이며 주식 명의자는 대한항공 직원·직원 자치조직을 대표해 한진칼 해당 주식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한진칼과 한진칼 특수관계인은 해당 주식에 대해 일체 관여한 바가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한편 KCGI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칼에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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