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은 25년간 반복된 카드
미국 입장에서 가격이 너무 비싸
김정은 독재 체제 조금씩 전환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 입장에서 제재 완화를 해주려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어야 한다. 물론 북한은 힘들게 보유하게 된 핵을 절대 쉽게 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트럼프를 지난해에 겪어 보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뒷배를 갖고 있으니 만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정은이 임하는 전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내가 하노이가서 트럼프를 초조하게 만들어서 비건과 김혁철의 실무 협상 때는 사인해주지 않다가 중요한 핵심 란을 공란으로 남겨놨다가 즉석에서 트럼프의 돌발적인 성격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격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얕본 자신감이 섞여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 결렬 진단 및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봤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교수가 보기에 김 위원장은 1년 전에도 비슷한 전략을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6.12 싱가폴에서 그렇게 했으니까. 똑같으니까. 실무 협상에서 (미국이) 합의해주지 않았다. 트럼프의 과시욕을 잘 자극해서 합의문을 때렸다. 김정은도 트럼프가 지금 국내 정치에서 코너에 몰려있으니 조급할거야. 버티고 있다가 잘 조절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거기까지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장사와 거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은 만만치 않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김정은보다 훨씬 멘탈이 강하다는 것을 모른 거다. 트럼프가 김정은보다 훨씬 더 이익 지향적인 것을 모른다. 그리고 워싱턴의 국내 정치 메커니즘을 김정은이 잘 몰랐던 거다. 판을 깨는 게 트럼프에게 훨씬 이익이 되는 것을 몰랐다”며 무엇보다 “내놓은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고 상품이 너무 상품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말로 두 번 달지 않는다는 미국의 계속된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라며 “이걸 세 번째 팔아먹으려고. 제네바 합의(1994년) 때도 영변 동결과 주류 50만톤 받았다. 9.19 공동성명(2005년) 때도 영변 동결하고 주류 50만톤 받고 영변 불능화하고 테러 지원국 지정 해제받았다. 거기서 끝났다. 그걸 또 꺼내놨다. 미국이 볼 때는 이거 예전부터 다 샀던 상품이다. 그걸 포장해서 그럴 듯하게 내놓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르니 가격 흥정이 되겠는가. 절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통큰 결단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래서 김 위원장이 영변으로 뭔가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고 했다면 하나 이상이 더 필요했다.

김 교수는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예전에 샀던 걸 또 내놓고 가격도 터무니없는데 그러면 원 플러스 원 세일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나 더 내놔란 말이다. 김정은은 못 내놓는 거다. 그래서 김정은은 65시간을 기차타고 가면서 트럼프를 자신만만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오만함, 민주주의 국내 정치의 역동성,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가 갖고 있는 과단성과 돌파력 이런 걸 전혀 생각 못 했던 것이다. 자기가 독재자니까 그런 걸 잘 모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략에 대해 “북핵 문제에서 최종적인 비핵화는 끝까지 불확실 영역으로 놓고 시간끌고 계속 살라미로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북한의 1인 독재 체제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위험성을 조금씩 전환하지 못 한다면 경제 성장과 개혁개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의 안보 위협을 자기가 만들어내면서 그 안보 스스로의 본래 레짐(형성된 체제) 속성을 바꾸는 것이 있지 않으면 다시 말해 김정은이 독재 정권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정권이기 때문에 대남 도발을 일삼는 정권이기 때문에 그 안보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들이 생기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레짐의 성격을 바꿔야 안보 위협이 근본적으로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깥에서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게 평화체제라면 내부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 정권교체나 민주화나 북한의 정치적 변화다. 최소한 그 변화가 없다면 그게 같이 평화체제와 결합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비핵 평화 모델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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