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한 통념은 없다 ·· ‘탈연애 선언’ 
연애에 대한 통념은 없다 ·· ‘탈연애 선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3.0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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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작가의 탈연애 선언
페미니즘에 기반
독점 연애라는 편견에 균열
폴리아모리와 바람피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가의 존속을 위해 저출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 결혼과 사랑은 온전히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 사랑을 할지 말지 또 누구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할지는 모두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선택에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 개인과 사회는 상호 영향을 주고 받지만 너무 과도하다. 특히 한국 사회는 더 그렇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연애란 여전히 결혼의 이전 단계로 인식된다.”

여성의 날인 8일 14시2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도우리 작가는 탈연애 개념을 만들고 탈연애 선언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도우리 프리랜서 작가는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연애의 유형을 거부하고자 사회적 이슈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러면 네이밍이 중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존 비혼 개념(결혼한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는 기혼과 미혼 개념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것)이 있다. 도 작가는 정상 연애의 개념이 고착화되는 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취지가 크기 때문에 탈(정상)연애라고 이름붙였다. 

2월 초 도 작가는 개인 유튜브를 통해 “탈연애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싶은 야망이 있다”며 광화문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매체에 관련 칼럼을 싣고 있었는데 도 작가의 뜻이 알려지면서 지난 2일에는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도 공개됐다. 

그렇게 도 작가는 탈연애 선언 팀을 만들었고 여성의 날에 <정상 연애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메가폰을 들고 탈연애 선언을 하고 있는 도 작가. (사진=박효영 기자)

기본적으로 도 작가의 탈연애 개념에는 페미니즘이 자리잡고 있다. 

뿌리깊은 가부장제 문화가 정상 연애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으로 보면 정상 가족은 △호주제 △성별 분업 △이성애주의 △1부1처제 중심으로 구성됐다. 가부장제에 따른 정상 연애의 패러다임이 공고하다는 게 도 작가의 주장이고 그것은 △남성 중심주의 △성별 역할극 △이성애주의 △1대1 독점 소유관계 등의 유형으로 개인들을 억압하곤 한다. 

도 작가는 데이트 폭력과 이별 살인 모두 남성 중심 정상 연애의 통념에서 파생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고정 이미지를 당연시하고 그로인해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통제된다고 본 것이다. 연애 편력이 상당한 남성에 대한 멸칭은 거의 없지만 여성의 경우는 “노는 여자”라거나 “걸레같다”는 등 무지 많다.

(사진=박효영 기자)
참가자들을 직접 모집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행사를 준비한 도 작가.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다고 남성들에게 탈연애 선언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남녀, 젠더를 불문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고민해볼 메시지가 있다.

이를테면 폴리아모리(다대 다 연애)와 모노가미(1대1 독점 연애)가 있지만 사실상 후자를 정상값으로 놓고 전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보통 상식으로 자리잡혀 있다. 탈연애 선언은 이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의 연애 감정은 언제나 유동적이고 특히 누군가와 애인 관계를 맺고 있더라도 또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바람핀다”는 기존의 표현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탈연애적 폴리아모리와 통칭 바람핀다는 것의 개념은 아예 다르다. 

도 작가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탈연애 맥락 속 폴리아모리에 대해 “여러 명을 만난다기 보다 서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상대를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마음의 변화가 결정권으로 행사됐을 때 그걸 존중하지 않는 관계를 거부하고 그걸 존중한다면 서로 폴리아모리가 되어 줄 수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각자 발언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인지상정이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해 도 작가는 “폴리아모리라고 해서 질투가 없다거나 없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질투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친구 간에도 질투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아주 강하다. 하지만 다들 조절할 뿐이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상대가 관계맺을 권리를 구속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폴리아모리로서 연인 간 질투를 느끼더라도 그걸 굳이 티내며 의무적으로 관심을 요구하며 상대의 섹슈얼리티를 구속하기보다 나에게 더 마음을 쏟게 하기 위해 유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탈연애가 모노가미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폴리아모리가 바람직하다고 압박을 주려는 것은 아닐 거다. 모노가미에 대한 강고한 지배력이 개인의 자유로운 본능과 의사를 억압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폴리아모리가 내세워졌을 뿐이다. 

탈연애 선언문을 들여다보면. 

먼저 “정상 가족주의가 비정상 가족을 구별해내고 미혼모·비혼모·다문화가정·성소수자·비혼 공동체 등을 문화적으로 제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처럼 정상 연애주의는 비정상 연애를 구별하며 차별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자유롭고 친밀해야 할 관계인 연애 관계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연애를 규정하는 방식과 인식이 구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규정된 연애 각본의 바깥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친밀성을 모색해 나가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에 정상 연애를 뜻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래는 선언문의 6개항이다. 

①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없고 연애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관계적 독점을 거부한다. 
②다종다양한 인간을 남자와 여자 역할에 가두는 성별 역할극에 반대하고 이를 강제로 수행하게 하는 이성애 중심주의에 반대한다. 
③젊을 때 연애하지 않거나 나이 들어 연애하는 인간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모두를 연애에 대한 강박에 빠지게 하는 정상 연애 중심주의에 반대한다. 
④연애 밖 섹슈얼리티 실천자들, 비독점적 연애 관계, 무성애, 비연애, 성소수자, 성판매 여성 등에 대한 혐오에 반대한다. 
⑤연애라는 이름으로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규탄한다. 
⑥연애라는 이름만으로 규정 불가능한 다양하고 풍부한 친밀성을 모색하고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를 뒤흔들고자 한다.

도 작가와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낭독했고 정상 연애의 죽음을 표현하기 위해 관 속에 담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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