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편집위원
윤장섭 편집위원

[중앙뉴스=윤장섭]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말의 뜻은 어려운 시절을 살았지만 그시절이 더 그립다는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으로 시작되는 동요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로 시작하는 이 동요 가삿말처럼 우리는 그시절을 그리워 한다.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환갑을 맞은 필자(筆者)도 과거 유년시절 뒷동산 곳곳에 피어난 진달래 꽃잎을 거짓말 보태지 않고 친구들과 자주 따먹곤 했다.

봉이 '김선달'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자연을 팔아 이득을 취한 사람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겠다고 했을때 파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으리라.

당시 상황으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선달'의 사업성에 칭찬이라도 할 일이다. 휘발류보다 물값이 비싼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연(自然)이 병들어 갈때 지구도 함께 병들어 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구가 병든다는 것은 결국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과 같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오염 물질은 이제 지처버린 자연이 품기에는 그 한계치가 넘어서고 있는 듯 하다.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미세먼지의 공격이다.

아주 작은 먼지를 바라보면서 "그까지 것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하면서까지 보여주었던 여러가지 징조들이 점점 공포스럽게 현실로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다.

미세먼지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자연과 마주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지만 감당할 능력이 버겁다. 삶의 질은 나아졌을지 모르나 환경 파괴로 인한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빈번해 지는 자연의 재앙(災殃)앞에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인공적 먼지 역시 더욱더 미세먼지 지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 살아있는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14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발 미세먼지는 화학무기의 위협과도 같다. 이웃을 잘못 만난 우리는 덩치 큰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발전속도에 맞추어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와 오랫동안 공존해야 할 판이다.

대한민국이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피해를 본다면 수판놓듯 경제적인 손실을 가감없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저들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주중대사를 불러서라도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볼 필요도 있다.

환경단체가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지금까지 환경단체들은 건설, 사드, 원전, 4대강, 급식 등 정부시책이 발표될 때마다 사사건건(事事件件) 감나라 배나라 했다. 찬성보다는 반대를 위한 투쟁에 나섰던 시민단체, 환경 단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다. 미세먼지 공포가 개인이나 기업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이렇게도 조용했을까?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민간 단체들이 정부를 향해 비상대책을 요구해야 하고 심지어 그들의 주특기인 촛불까지도 들고 거리를 나서야 하지만 정작 그들은 조용하다. 왜? 그럴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환경정책에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분노한다"며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애통한 심정으로 “어린 아이들 대신 먼지를 다 마시고 싶다"고 까지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30% 감축 약속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까맣게 잊었고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도 총리실로 떠넘겼다. 그러다가 지난 3월 5일 오후 6시 문 대통령은 환경부 장관으로 부터 ‘긴급보고’를 받았다. 비상저감 조치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닷새째 이어지던 날이다.

VIP의 불호령에 심복(心服)들은 민심을 달래는 시늉은 했지만 솔직히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하나도 시원스럽게 내놓지 못했다. 고작 2부제 카드를 만지작 거렸을 뿐이다.

미세먼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마스크'는 국민들의 필수 휴대품이 되었다.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이래야 고작 외출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대국민 호소 뿐이다. 그래도 높으신 분들이 시키는 일이니 말이라도 잘 들어야 살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이제 완연한 봄기운이 도는 춘(春) 3월이다. 남쪽의 따듯한 봄소식과 함께 삼천리 방방 곳곳에 맑은 하늘이 열렸으면 좋겠다. 출근길에 울리는 자식놈의 안부 문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 마스크 꼭 착용하세요"가 첫 인삿말이다. 꼭 이란 단어어 더 눈길이간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미세먼지와 마스크는 당분간 웬만한 핫 이슈도 다 빨아드리는 강력한 빨대가 될 듯 싶다. 그리고 더 강하고 무서운 미세먼지가 날아오면 이제는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 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비록 상상일 지라도 우리의 미래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수 있는 나라, 동요속 노랫말 처럼 꽃동네가 전국 방방곡곡에 널려있고 아카시아 꽃 향기 맡으며 과수원길을 걷는 것 같은 아름다운 나라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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