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유발국…"무슨 배짱에 오리발?"
광명 전통시장을 찾아…느껴지지 않는 봄의 향기

12일 미세먼지에 예민해진 고객들이 발을 돌린 재래시장은 한산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12일 미세먼지에 예민해진 고객들이 발을 돌린 재래시장은 한산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벌써 남녘에서는 싱그러운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광양에서는 매화가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섬진강 줄기 따라 눈송이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정읍의 벚꽃축제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도심은 연일 뒤덮는 미세먼지에 아직은 봄의 기운을 알아챌 수가 없다. 도대체 도심의 봄은 어디쯤이나 온 것인지. 본지가 도심에서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봄 마중이다.

이에 본지는 경기도 광명시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시각은 오후 2시. 그런데 시장은 봄의 활기를 느끼기엔 아직은 이른 듯 을씨년스럽고 설렁한 분위기였다.

“시장에 봄을 찾으러 왔다고요. 뭔 소린지? 아하, 3월 중순이니 봄은 봄이죠. 쑥이 나온 지도 한참 됐고요. 요즘은 쑥도 비닐하우스 재배라 2월이면 올라오잖아요. 노지쑥은 이달 말이나 돼야 올라오고요. 지금은 돌나물, 냉이, 달래, 취나물, 머위나물 등이 한창이에요.

향긋하게 물이 올라서 지금 먹기에 딱 적기죠. 때가 때인 만큼 물량이 많으니 가격도 엄청 싸졌고요. 쑥 3천원이면 네 식구 너끈하게 쑥국을 끓일 수 있어 가격부담이 없잖아요. 봄 쪽파는 더 싸요. 한단에 3천원, 두 단 사면 5천원에 드려요.

재래시장 매대 위에 수북한 봄나물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현지기자)
재래시장 매대 위에 수북한 봄나물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현지기자)

그런데 찾는 사람이 예전 같지가 않네요. 미세먼지가 원체 심하니 손님들이 아예 이곳으로 나오질 않는 모양이에요. 다들 대형마트로 가버리는 것인지. 그러니 보다시피 시장골목이 겨울처럼 썰렁하네요.” 

이곳 재래시장에서 15년째 야채 판매한다는 김미자(43세)씨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이라며 그렇게 하소연이었다. 김 씨의 옆 야채 점포는 문이 닫혀있기까지 했다. 문 앞에 씌워놓은 비닐 위의 수북이 내려앉은 먼지에서는 한겨울의 한기가 느껴졌다.

그곳 맞은편 생선코너의 이진수(가명)씨는 손님이 많지 않으니 간혹 문을 닫고 며칠씩 쉬는 가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미세먼지에 타격이 크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표정이었다. 특히 그는 미세먼지 유발을 발뺌하는 나라에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이냐며 격양된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보세요. 이 시간이면 사람들이 왁자하게 붐벼야 할 판인데 사람이 없잖아요. 공기청정기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장난이 아닌데 누가 이런 날 밖으로 나오고 싶겠어요. 우리야 직업이 이러니 할 수 없는 거지만, 우리도 장사하고 집에 돌아가면 목이 따끔거리고 안 좋아요.

(사진=신현지기자)

청년 4명이서 장사를 하는데 돌아가면서 병원에 다닐 정도니 알만하잖아요. 감기에 한번 걸리면 쉽게 안 떨어져요. 다들 총각들이라 기운이 팔팔한데도 공기가 이러니 이길 장사가 없는 거죠, 정말 우리나라가 걱정은 걱정이에요. 하늘 보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어린 애들도 다 아는 그 사실을 중국은 무슨 배짱으로 지네 탓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민답니까. 또 그런 나라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또 뭡니까. 무슨 대처 방안을 내놔야 되지 않겠습니까.” 

본지 역시도 그것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그곳을 떠나 자리를 옮기니 칼국수 집 앞에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칼국수 한 그릇에 3천원, 이날 사무실이 근처라 가끔 들린다는 한 남성은 “저렴한 가격에 양이 푸짐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이다”라며 시장골목다운 분위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재래시장의 쇼핑 고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세먼지의 여파에 재래시장 안의 고객쉼터도 한산하다(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친구들과 이곳 재래시장을 찾았다는 한 여성은 집이 시장 근처이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 떨어진 구일역 부근의 대형쇼핑몰을 차로 이용한다고 했다.

“재래시장에 나오는 것도 미세먼지가 웬만해야 나오는 거죠, 전에는 가족들이랑 주말이면 재래시장을 오곤 했는데 지금은 안 오게 되더라고요. 더구나 재래시장은 특성상 실외 매대 위에 물건을 내 놓는 것이라 먼지에 오염됐을 게 분명한데 특별한 물건을 찾지 않은 이상은 솔직히 여기에 와 물건 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어요.

보세요. 다들 물건을 밖에 내놓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먼지가 없는 게 아니잖아요. 특히 우리는 애들도 어리고 가뜩이나 환경에 신경이 써야할 시기인데. 아무튼 여기 상인들이 안타까운 마음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우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내의 쇼핑이 심적으로 편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소리가 들렸던지 옆 건어물의 상인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즉, 이곳 재래시장은 실외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데 무슨 트집이냐는 것. “이것 보세요. 저기 저 지붕 안보입니까. 우리 이 시장은 전체가 지붕으로 막혀 있는데 먼지가 날아오면 얼마나 날아온다고.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없어 속이 타는데. 저 가리개가 보이지 않냐고요, 우리는 현대화 시장이라고요. 뭘 알고나 말하라고요.”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상인이 그렇게 소리를 높이자 당황한 여성은 황급히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고 본지 역시도 혹여 그 불통이 튈까 옆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니까 이날 초미세먼지 여파에 상인이나 소비자나 신경이 예민해져있기는 마찬가지, 본지의 취재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예 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향을 튼 옆 골목에서는 싱싱한 봄꽃이 한창이었다. 하늘을 부옇게 가리는 미세먼지 속에도 봄꽃들은 여지없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이른 봄에만 볼 수 있는 구근식물들이 다투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쪽도 설렁하기는 마찬가지. 몇몇 주부만이 봄꽃 앞에서 발을 멈춘 채 한참이나 망설이는 빛이었다. 시선은 환하게 꽃잎을 터트린 수선화, 튤립 등에 머무는 자세인데 상인은 연신 뭔가를 가리키며 설명이었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때는 야들이 젤이라고요. 거실에 야들 몇 개만 갖다 두면 미세먼지는 물론 습도도 싹 해결하고 좋다니까요.”

(사진=신현지 기자)

망설이는 주부들 앞에 꽃집 상인은 실내공기정화에 탁월하다며 흰수염을 길게 내려뜨린 폭스테일을 추천하고 있었다. 화분이나 유리컵에 심어 관상용으로도 그만이라고 했다. 틸란과 산세베리아 스투키, 애플민트 등도 실내공기정화에 좋다고 권했다.

결국 그 주부들은 화려한 봄꽃 대신 미세먼지를 해결해줄 흰수염의 폭스테일을 사들고 자리를 떠났다. 본지 역시도 실내공기정화에 도움 될 수 있다는 애플민트에 시선이 꽂혀 그것을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봄을 찾아 떠난 재래시장에서 미세먼지의 등등한 기세만 확인한 셈이었다.   

한편 광명시장은 광명시 위치의 재래시장으로 2010년 현재, 19,223㎡의 대지에 388개 점포가 성업 중에 있다. 하지만 1995년 12월 31일에 일어난 대형 화재는 광명시장 내에 있는 중앙상가 125개 상점과 광명시장 47개 점포가 소실되는 등 커다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광명시에서는 2000년 지하철 7호선 광명역의 개통에 이어 광명사거리에 인접한 광명2동과 광명3동, 광명4동에 의류매장과 가구점, 먹자골목, 금융 기관, 병원 등을 갖추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특히 2004년 7월  총 6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면서 광명시장은 아케이드(비 가리개 시설)와 도로 포장, 상하수도 정비 등 환경 개선에 현대화 시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한편 오늘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전체회의를 열고 미세먼지 관련 법안 8건을 의결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미세먼지 관련 법안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학교보건법 개정안,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대기관리권역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안,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등 8건이다.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미세먼지의 배출량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의 설치·운영 규정을 현행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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