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중재’의 달인 ·· 13가지 제언
김관영 ‘중재’의 달인 ·· 13가지 제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3.13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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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연설과 달리 온건하고 합리적
평온한 국회 분위기
주로 초당적 기구 설치 제안
다른 정당의 긍정적인 평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전날(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대여 강경론과는 달랐다. 온건하게 근거를 들어 비판했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적대적 공생에 대해 비판했다. 무엇보다 특정 정치 세력을 공격하기 보다는 국익을 정말 생각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고성과 삿대질도 없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했고 “최근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사회적 기구를 통해 일단락된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홍영표 원내대표와 전현희 의원(카풀·택시 TF 위원장)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평소 온건한 중재자의 면모로 문재인 정부를 비평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려고 애썼다. (사진=박효영 기자)

맹공 기조로 여권과 대치했던 나 원내대표의 연설과는 달리 김 원내대표는 여권을 칭찬하는 대목을 곳곳에 배치했다.

우선 김 원내대표는 “지난 두 달 간 여당과 제1야당의 국회 보이콧 공조를 보고 제3교섭단체의 대표로서 절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며 “오랜 기간 우리 정치를 퇴행시켰던 기득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더불어 한국당이라는 말의 진면목을 보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소에는 철저하게 진영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방을 비난하다가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는 어찌 그리도 찰떡궁합을 잘 맞추는지. 작년 예산 심사 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3교섭단체를 제외하고 두 당이 야합해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도 그 예다. 말로는 민생과 국익을 내세우고 속으로는 철저하게 당리당략만을 계산하고 몸으로는 국회 개회조차 거부하는 구태 정치.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말연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대여 공세할 카드(김태우·신재민·손혜원 등)가 많았고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검사 등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용 국회에는 응하지 않겠다면서 거부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임명 강행 이후 2월부터는 한국당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민주당은 민생 국회를 열자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결국 나 원내대표의 백기투항으로 3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연설문 속 “김정은 수석대변인” 파동으로 정국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의 연설 중에는 전날과 달리 고성과 삿대질이 없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김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께 약속한 미세먼지 공약이 허언이었음을 또 이 정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 실패와 소득 불평등 심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판결 이후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를 나열하면서 “이 자리에 계신 민주당 의원들이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해왔던 일들을 지금 본인들이 다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아래와 같이 13가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①청와대 개혁 ②대통령의 인사 철학 변화 ③국회 특권 내려놓기 ④선거제도 개혁 ⑤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및 2020년 최저임금 동결 ⑥경제 패러다임 변화 ⑦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법률 제정 ⑧미세먼지 문제 범국가적대책기구로 해결 ⑨저출산 대책 ⑩자살예방정책 ⑪미투 입법 ⑫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당적 협력 ⑬남은 20대 국회 플랜

①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기능 축소 △특별감찰관 조속히 임명 △청와대 조직과 예산 대폭 축소 △청와대의 야당 소통 등으로 세분화됐는데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야당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정례적으로 회동할 것을 재차 제안한다. 한 달은 여야 당대표들과, 다른 한 달은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다양한 민심을 제대로 청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②과 관련 김 원내대표는 “논공행상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정부에 공정한 인사 시스템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공공기관 인사는) 전문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인사들이 사장 등 임원이 되는데 제대로 된 경영은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무차별 투하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남은 임기 동안 하나하나 바로잡으라”고 요구했고 국회에는 “7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진영·박영선·최정호·조동호·김연철·박양우·문성혁)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도덕성 자질은 철저히 검증하되 정책 수행 능력의 검증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인사 청문회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게 실질적으로 기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의원 개인용 모니터에 떠있는 연설문 원본. (사진=박효영 기자)

③에 대해서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나 한국당 소속 장제원·송언석 의원 등 국회의원의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문제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재판 청탁과 같은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고 실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국회 윤리위원회의 준엄한 판단을 촉구한다”며 “19대 국회 김영란법 제정 당시에 반영하지 못 한 이해충돌 방지 관련 부분을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현재 선거제도 공조를 하고 있는데 김 원내대표는 ④과 관련 “국민 한 명 한 명의 투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가장 잘 반영할 단일안을 만들어 빠른 시간 내에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⑤은 경제 분야에서 바른미래당의 보수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김 원내대표는 “최저임금과 관련 지난해 우리 사회는 지독한 진통을 겪었다. 2년간 29%나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최악의 소득 불균형 지표, 일자리 지표, 제조업 침체에서 확인했다”며 “지금은 2년간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안해 숨고르기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규정했고 ⑥에 대해 “이제 시장의 활력을 제공하는 경제정책으로 바꾸자. 기업들의 창의력이 하늘을 찌를 수 있게 정부는 물러서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규제 혁신과 관련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북돋을 수 있게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를 넘어 네거티브 규제(금지 항목 외에는 모두 허용) 도입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에도 제출된 규제법안의 경우 법안 심의 단계에서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평가해서 보고하는 과정을 마련하고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국회 내에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바른미래당도 그렇지만 김 원내대표는 양당을 중재하는 역할에 방점을 찍어놨다. 그런 의미에서 ⑦은 매우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한국 사회의 갈등 심화 이슈는 산적해 있다. 예컨대 △5.18 민주화운동 폄훼 △탈원전 정책 △국민연금제도 개편 △대입 제도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협력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문제 △사립유치원 제도 개선 △워마드와 일베 △가짜뉴스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 등이 있고 김 원내대표는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을 “지독한 갈등 사회”라고 규정하면서 “국회가 입법으로 사회적인 갈등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⑧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푸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미세먼지 30% 감축, 종합관리대책, 대통령 직속기구, 한중 정상급 의제 격상 등 4가지 공약을 내놨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문 대통령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제안한 범국가적 기구 설치를 수용하고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선임하려 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⑨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즉 성인지 예산안과 같이 “저출산 인지 예산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저출산 예산을 재분류하고 예산이 출산, 보육, 교육에 얼마나 충실히 기여하는지에 국가의 재정 지출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⑩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단연코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며 “올해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예산은 218억원 정도다. 이웃 일본이 연간 8000억원을 책정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관련 예산 역시 현재보다 10배 이상 배정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제안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민관이 함께하는 특별 기구 설립을 통한 자살예방 정책의 체계적인 수립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⑪과 관련 작년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상의 반이 여성이라는 것을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알아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번에는 “(아직 입법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20대 국회가 서둘러 미투 입법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⑫은 바른미래당 내에서 햇볕 정책을 계승했던 국민의당 출신과 강경 안보론자인 바른정당 출신이 혼재돼 있어서 가장 첨예하다. 

그런 맥락에서 김 원내대표는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에 공히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연설이 끝나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찾아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마지막 ⑬은 1년여 남은 20대 국회에서 해야 할 과제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김 원내대표는 여권에 향후 추진해야 할 정책 목록을 만들어 “야당에게 제출하고 협조를 요청하라”고 했고 야당에는 “이 목록에 대한 논의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도면에서는 “여당은 정부의 실정이 있다면 국회에서 야당에게 매맞을 각오를 하자”고 했고 “제1야당은 정략적인 비판이 아닌 건설적인 대안으로 국회 운영에 협력하자”고 각성을 촉구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내용이었던지 한국당은 아직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나머지 3개 정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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