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위원장 스코틀랜드 대안 주장
김준우 변호사의 우려 권역별+준연동은 최악
봉쇄조항 폐지는 일단 나중에
오태양의 불길한 시나리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현재까지의 국회 상황은 어찌됐든 자유한국당을 패싱하고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으로 가기 직전이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패스트트랙 단일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결국 정당 득표율 반영 비율 싸움에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노림수도 만만치 않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원정수) 300명의 (비례대표) 75석을 가지고 권역별로 배분하는 틀을 전제로 한다면 사실상 100% 연동형은 불가능한 안이다. 그러니까 3당의 입장에서 여기서 최대한 연동형이 반영되는 그런 안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위원장은 사실상 4당 패스트트랙 단일안에 대해 100% 연동형은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민주당과 3당은 단일안의 범위를 놓고 △정수 300명 고정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 △초과 의석 불가 △권역별 등 4가지 조건으로 합의했다. 100% 연동형은 300명 기준 정당 득표율 10%를 얻으면 30석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심 위원장은 현재까지 합의된 조건에서 100% 연동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당의 주장대로 50% 연동형인 준연동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즉 [민주당 50%≦단일안<3당 100%]로 단일안이 성안될 것으로 보이지만 3당은 최대한 100%에 가깝도록 협상력을 발휘해본다는 계획이다.

①스코틀랜드 모델
그럼에도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코틀랜드가 총 의석을 고정시키면서 최대한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AMS(Additional Members System)라고 연동형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긴 하는데 그런 방식이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합의된 범위 안에서 즉 300명 정수를 늘리지 않고도 스코틀랜드 방식을 택하면 온전한 연동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방식은 △1단계(300석 전체를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 △2단계(각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카운팅) △3단계(지역구 당선자 숫자가 배분받은 의석을 넘어서는 경우 그 정당은 비례의석을 못 받고 넘지 않는 정당들만 놓고 다시 계산해서 득표율에 비례해서 재분배)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하승수 위원장은 원외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위원장은 “그 방식으로 광역 의회와 같은 경우는 천정배 의원(민주평화당)이 법안 발의도 해놓은 상태다. 그니까 지금 민주당이 말하는 짝퉁 방식이 아니라 연동형 정신에 맞게 선거를 했는데 초과 의석이 안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안 생기면 그대로 가는 것이고 생기는 경우에만 조정하는 게 스코틀랜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225대 75로 하되 민주당이 말하는 것은 정당 득표율의 50%만 보장해주자는 게 핵심이다. 그게 아니라 일단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고 혹시 초과 의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총 의석이 늘어나지 않게 조정하는 스코틀랜드 방식이 있다. 요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②‘권역별’과 ‘준연동’의 결합은 최악
김준우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정치개혁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협상 상황을 보면서 한 가지 우려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혁을 바라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100% 연동형만 고집한다는 게 아니라 어차피 준연동에 권역별을 하면 양당제 강화”라며 “권역별과 준연동을 섞으면 누더기 입법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준연동이면 전국 단위, 100% 연동형이면 권역별. 오케이 여기까지는 된다”는 설명인데 최악은 권역별과 준연동이 결합하는 모델로 수렴될 경우다.

김 변호사는 “수도권(지역구)에서 한국당이 몰살당해도 득표율 30%을 얻(어 일정한 의석수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게 권역별로 쪼개면 (모든 의석이) 이게 다 한국당으로 간다. 3당 아래는 무조건 안 좋다. 자민련(자유민주연합)과 같은 지역 당이 아니라면”이라며 “(민주당이 아주 오래 전부터 권역별을 당론으로 설정해놔서 어렵지만)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서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평화당과 정의당 그리고 민주당 사이의 갈등은 그 지점인 것 같다. 그래서 그 지점에 대해 밖에서 비판을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 연동형 이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준연동+권역은 개악이다. 개혁이 아니다. 요정도의 포인트가 하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준우 변호사는 권역별과 준연동이 결합되면 개악이라고 강조했따. (사진=김준우 변호사 페이스북)

민주당이 50% 준연동은 포기해도 최소한 100% 연동형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권역별을 포기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서 김 변호사의 희망사항이 실현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권역별에 준연동이면 너무 변수가 많고 측정이 안 돼서 국민에게 설명도 어렵다”면서 재차 주장했다.

③봉쇄 조항
이번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국은 원외 정당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연동형이 도입돼야 원내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준연동으로 바뀌더라도 독소조항이 있어서 원내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189조 1항에 따르면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득표하였거나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각 정당에 대하여 얻은 득표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한다”고 돼 있다.

준연동 하에 정당 득표율 1%(3석÷2=1.5석)를 얻으면 1석이 보장돼야 하지만 189조 1항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러면 이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까지 4당 패스트트랙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논외인 상황이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은 △연동형 도입안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조정법 △5.18 왜곡처벌법 등 5가지로 압축됐다.

하 위원장은 “(봉쇄 조항 3%를) 낮추는 논의는 없을 거다. 내가 알기로는. 일단 큰 틀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것은 그 다음 문제다. 지금은 선거제도는 큰 틀의 문제가 있고 세부 쟁점이 있는데 차후에 논의를 하면 된다. 지금 그 논의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연동형이냐 아니냐 그 문제가 정비되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다. 제도가 바뀌면(연동형이 도입되면)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도 바뀐다. (원외 정당도 사표방지심리로부터 더 자유로워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동당은 7개 정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 연석회의에서 그걸 강력하게 주장했다. 원외 정당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연동형이라는 큰 산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게 하나의 발목이 될 수도... 발목이라기 보다는 두 번째 관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임에도 원외 정당들은 연동형 도입이라는 대의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④한국당의 ‘작전’과 민주당의 ‘부담’
오 대표는 최대한 극렬 투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한국당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4당이 패스트트랙 단일안에) 합의하면 한국당이 정개특위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어제(12일)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극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태극기 부대 쪽에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권이 이런 폭거를 자행하면 준비해라. 우리 바로 장외로 나가서 의원 총사퇴를 불사한다. 이렇게 스탠바이 신호를 준 것 같고. 하나의 고비가 있는데. 정개특위에서 망치 두드려야 하는데 합의안이 발표된 즉시 내가 보기엔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 농성 시작해서 스크럼 짤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오 대표는 “그러면 강대 강 조치로 간다. 그거를 4당이 물리력으로 했다고 하면 이제는 한국당이 장외 투쟁을 할 것이다. 의원 총사퇴 선언을 하고 근데 그게 선언한다고 사퇴가 되는 게 아니니까(회기 중에는 본회의 무기명 표결을 거쳐야). 선언만 하고 길거리로 태극기 부대와 함께 나갈 수도 있다. (이전까지는 선거제도 관련해서 여론이 시끄러워지고 주목을 받으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이 정국이 좋지는 않다. 만약에 그렇게 가면 민주당이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으니까”라고 내다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대표는 한국당의 정략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표는 2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먼저 “나 원내대표가 엉뚱한 걸 던진 게 잘못됐다고 보는 점도 있지만 오히려 저렇게 해놓은 것이 민주당이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을 거다. 한국당이 극단적으로 가버리면. 집권 여당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있기 때문에. 아마 정개특위에서 의사봉을 못 두드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개특위 의결이 되더라도 2020년 초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의 조직적인 불참이 될 수도 있는가) 그렇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의 반란표가 나올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의원 정수 270석으로 축소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 △여성 후보 공천 30% 의무화 등을 선거제도 개정안으로 발표했고 12일 대여 강경 교섭단체 연설을 했다. 오 대표가 보기에 나 원내대표가 보인 일련의 흐름에는 정략이 숨어 있다.

정치 불신과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에 국민 여론으로 보면 나 원내대표의 의석수 축소와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은 달콤할 수 있다. 즉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합법적으로 저지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정개특위 논의 방향과는 엉뚱한 밑밥을 깔아놓는 것이다. 그 뒤에 4당이 강제로 선거제도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여론 세팅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만약 한국당 의원들이 정개특위 회의장(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을 먼저 점령하고 물리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려고 했을 때 국회법 144·145조에 따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혹시나 경위들에 의해 한국당 의원들이 질질 끌려나가거나 그러면 그게 언론 지면상에 도배될 수밖에 없다.

어찌됐건 민주당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거대 정당이고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다는 점 하나, 한국당이 동정론을 얻는 여론이 형성된다는 점 둘,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진다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의결을 포기하거나 패스트트랙 이후의 본회의 표결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암울한 시나리오다.

또한 바른미래당 내에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의 개혁 입법 공조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심 위원장은 13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른미래당 같은 경우는 어쨌든 합리적인 보수와 중도를 겨냥하는 정당인데. 민주당과 입법 연대를 하는 게 우선 정서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러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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