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방에서 수강생들이 핸드메이드 소품을 배우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이용한 ‘세포 마켓(Cell Market)’이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의류, 농산물은 물론 손뜨개, 인형옷 만들기, 인테리어 소품, 액세서리, 가방, 목공예 등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까지 SNS 기반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셀슈머들이 증가다. 이에 핸드메이드 소품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재밌잖아요. 저희는 오늘 처음 나온 건데 남자 친구랑 커플 지갑 만들려고요.”
이날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1층에 위치한 한 가죽공방에서 한지일(회사원)씨의 말이었다.  한 씨 커플은 기초 작업으로 무난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지갑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강사의 권유를 물리치고 커플지갑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공방 안에는 한 씨 커플 이외도 여러 명의 수강생들이 가죽을 다듬고 자르며 제작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 수강생 C씨는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넣은 체리색의 손지갑을 옆 수강생들에게 내보이며 방금 완성한 제품이라고 환한 웃음이었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지갑이 나왔어요. 예쁘죠. 저희 엄마 선물이에요. 엄마가 핑크를 좋아하셔서 체리핑크로 만들었는데 좋아하실 것 같아요. 다음은 가방을 만들어 보려고요.”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었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재가 가죽이라 재료비가 좀 비싸기는 해요.”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C씨는 부천에서 올라와 배운다고 했다. 수강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번 받는 수업시간은 2시간 30분. 처음 두 달 기초과정 30만원에 현재는 중급과정 40만원이라고. 물론 재료비는 별도이며 개인의 감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은 가죽공예 원데이클래스 90시간을 익혀야 소품 6가지와 가방 2~3개를 만들 수 있다고.

그런데 C씨는 가죽공예 말고도 핸드메이드 악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중이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죽공예의 수강도 온라인 판매와 관련에서 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에 수강생들이 다들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특히 손지갑 단계를 거쳐 가방 제작 단계에 들어선 주부 K씨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1인 창업을 생각중이라며 온라인 판매 과정을 되묻기도 했다.

“아이 낳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고 또 감도 떨어지고. 그래서 복직을 포기했는데 언제까지 놀 수는 없잖아요. 가죽공예를 배워 거창한 창업은 무리고 기회가 온다면 온라인 핸드메이드 소품 판매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요즘 주위를 보니 많이들 그렇게들 하시고.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수제가방 판매도 있더라고요.” 

핸드메이드 수제향수를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개봉동의 한 목공예 공방에도 수강생들이 모여 기초과정인 DIY인테리어 소품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 여성들도 무리 없이 따라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의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목공예 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원규 강사는 일주일에 3번 4시간씩을 이곳에서 기초와 중급반 강의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 취미로 배우기는 하지만 창업을 생각하고 배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목공예공방 (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목공예 핸드메이드 소품이 인기라며 목공예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많이 도전하고 있다고. 이날 기초과정을 거쳐 중급반 과정의 K씨도 1인 마켓 (세포 마켓 Cell Market)’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물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다면서.

“저희 친정이 시골인데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에 고추며 콩 등을 올렸던 것이 계기였어요. 아는 지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팔면 안 되냐고.” 그렇게 시작한 농산물 온라인 판매에 이제 김장철이면 찾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늘었다고. 더욱이 이런 경험이 K씨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되어 평소 관심 갖던 목공예를 배우게 되었다고.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1층의 핸드메이드 수제향수 판매대에도 수강생들이 향수 만들기에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수강생들은 차량용 방향제, 섬유향수, 핸드워시, 탈취제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향을 배합할 수 있다는 것이 수제향수의 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찾아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아 퍼퓸(향수) 디자이너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는 귀띔이었다.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퍼퓸(향수) 디자이너 H 씨는 젊은층에서 연인끼리 취미나 혹은 선물용으로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창업을 생각하고  배우는 주부들도 꽤 있다고 했다. 수제향수에 관심 있고 특히 후각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판매장이 필요없는  온라인 1인 마켓에 도전할 만하다면서.  

이처럼 직접 제작하고 1인 판매까지 도전하려는 예비 크리에이터들이 늘면서 세포마켓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쇼핑 관련 피해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센터에 접수된 SNS 쇼핑 관련 피해 상담은 498건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8% 증가했다. 반품거부, 연락 불가, 배송지연 등 피해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SNS 사업자들이 통신판매나 통신판매 중개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판매자들은 전자상거래보호법이나 소비자보호법의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1인 온라인 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곳인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판매업체와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사업자 등록번호, 통신 판매신고번호, 판매업체의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한편 지난해 12월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19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에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기술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는 1인 마켓으로 발전하고 '셀슈머'(Sell-sumer, 판매자 겸 소비자)가 이미 온라인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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