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교섭단체 만들어주는 선거제도라고 비판
패스트트랙에 강하게 저항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폄훼
심상정 의원의 발언 곡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석 정의당 대변인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 사연은 뭘까.

나 원내대표는 18일 아침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 참석해서 “한국 정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았을 경우에 구도는 어떻게 되느냐. 한국당, 민주당, 정의당 구도로 된다. 이 연동형의 핵심은 뭐냐.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어주는 그런 선거제도다. 그래서 저희가 결단코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오늘 아침 조선일보의 분석은 20대 (총선) 득표율 기준으로 한 것이고 19대 득표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정의당이 내년 선거에서는 교섭단체가 된다고 본다. 결국 의회 세력이 한국당, 민주당, 정의당의 경우로 되면 어떠한 법을 우리가 통과시킬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좌경화되는 소지는 다분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정오 즈음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너무 좋은 게. 이렇게 되면 정의당을 위한 길이다. 결국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만 살아남는 길이다. 내가 그 얘기를 듣고 화낼 일이 뭐가 있어. 그러니까 이정미 대표도 좋아해야 되는 것 아닌가. 되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말했다)”고 웃으면서 전했다. 

최석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오히려 반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 60년을 지배해온 거대 정당 소속 제1야당 원내대표가 소수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중에 정의당을 딱 지목해서 경계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13석(총 의석의 37.9%)이고 정의당은 5석(1.6%)이다. 

실제 정의당은 2012년에 창당된 이후 끊임없이 내공을 키워왔고 20대 국회에서 △개헌 권력구조 절충안으로 총리추천제 제안(2018년 3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대상에 강원랜드를 포함시키자고 제안(2018년 10월)하는 등 한국당을 반응하게 만들 정도로 존재감을 보였다. 이밖에도 △정당 지지율 10%를 돌파하거나 △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한국당에게 갈수록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이런 정의당이 실제 의석마저도 교섭단체 규모(20석 이상)가 된다면 한국당에게 꽤 위협이 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사실 정당의 존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뭐냐. 비례대표 공천이라도 좀 하는 그렇게 정당의 존속을 하겠다는 그런 거래”라고 폄하했다.

최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29석)과 평화당(14석)은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해서 또 좀 그랬다”면서도 현재 의석이 더 많은 두 당보다 정의당을 더 경계한 것에 대해 흐뭇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키워주는 등 선거제도 법안에 대한 4당의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절차는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라면서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난했다. 

이를테면 “기자로부터 들었다. 심상정 위원장한테 물어봤다고 한다. 왜 심상정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게 됐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그러니까 심 위원장한테 (기자들이) 물어봤다고 한다. 도대체 이거(4당의 선거제도 단일 합의안) 어떻게 (계산)하는 것이냐고. 여러분들도 잘 모를 거다. 대답!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은 알 필요없는 이런 기형적인 제도 왜 만들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모델에 대해) 그 짧은 시간에 설명해달라고 했다면 예를 들면 컴퓨터 안에 0과 1(이진법)의 수식이 나오는 암호상자와 같은 회로를 다 알아야 될 필요는 없지 않느냐. 1을 넣었을 때 결과가 나오는 그걸 알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도로 말씀을 한 것 같다. 백블(백그라운드 브리핑)할 때 여기서 2시간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취지로 말씀을 한 거지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는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제 심 위원장은 전날(17일) 22시가 넘은 시각 국회에서 4당의 선거제도 초안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 복잡한 계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 한다는 취지로 국민은 컴퓨터를 사용만 하고 부품을 일일이 다 아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단일안의 내용은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 △전국 정당 득표율의 50%(준연동)와 지역구 당선자를 합산해 의석수로 배분 △권역별 의석 배분 △석패율제 적용 △남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기존 병립형으로 배분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 개혁 등이 있는데 이걸 전국민에게 바로 이해시키는 것은 무지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심 위원장의 의도는 국민들에게 준연동 비례대표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되 그걸 모든 국민이 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실 진단을 거론한 것으로 읽혀진다.

최 대변인은 “선거법을 만드는 의도와 취지 그리고 방향이 제일 중요하고 그 결론이 나오는 복잡한 것들은 컴퓨터 쓰는 사람들도 모르지 않는가. 그런 비유를 할 때 자주 썼던 말씀이긴 하다. 컴퓨터에 넣어서 답이 나오는 것을 아는데 그 안에 회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누가 아느냐.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렇게 여러 번 말씀을 하셨다. 나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라는 말은 그건 뭐 국민을 무시하고 배제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누구나 그걸 이해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투여되니까 그거 복잡한 것들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한 것이다. 방점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지 않겠는가. 자주 쓰는 관용어구다. 오해가 있으면 본인이 직접 풀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말은 한 분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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