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역할
화장품 점주들 뭉쳐야만 하는 이유
4개 현안
우원식의 연대 결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 때문에 약자성이 부각되고 그런만큼 법적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 노동 인권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하지만 자영업자 그중에서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각종 갑질을 당하지만 점포를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어려움이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점주들의 노동조합 역할을 하고 있다. 편의점, 요식업 등 다양한 업종에 협의회가 들어섰는데 화장품 업계에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생겼다. 

폐점 위기에 몰린 5개 화장품 브랜드(이니스프리·아리따움·더페이스샵·토니모리·네이쳐리퍼블릭) 각각의 협의회들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맹점 연합회를 구성하는 발족식을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가 화장품 업계 불공정을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화장품 가맹점 연합회. (사진=박효영 기자)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화장품 가맹점 연합회. (사진=박효영 기자)

아리따움 협의회와 이니스프리 협의회는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생겼지만 나머지 3개 협의회는 작년에 출범했다. 조직화에 나섰다는 것은 현실이 고단하다는 방증이다. 개별 조직화는 물론 5개 브랜드의 연합회를 구성해야 할 정도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인데 당장 현안은 크게 4가지다.  

①가격 할인 이후 본사와 가맹점이 부담할 정산 기준의 불공정성
②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직영몰 판매로 가맹점 매출 감소
③면세점 화장품이 불법으로 국내 시장 온라인몰에 유통돼 매출 감소
④대기업 드러그스토어(편집숍)의 골목상권 진출과 영세 가맹점 퇴출

먼저 ①에서는 본사가 소비자 가격 할인을 진행하면 그 비용의 3분의 2는 가맹점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할인율이 높아지고 할인 품목이 많아질수록 가맹점에 부담이 강요되는 현실이라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할인율이 그리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맹거래법을 통해 본사와 점주의 할인 정산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브랜드가 손을 잡아 만든 가맹점 연합회. (사진=박효영 기자)

②과 관련 점주들은 본사의 온라인 직영몰이 가맹점보다 △화장품 종류도 더 다양하고 △할인도 더 많고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도 더 많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할 요소가 없다고 강조했다. 점주들은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지불해야 함에도 매출을 직영몰에 빼앗기기 때문에 폐점 위기에 몰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점주와 본사가 공동으로 쌓아 올렸기 때문에 본사의 온라인 수익 독점은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점주들이 2019년 요즘 시대에 온라인 유통망을 축소하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수익을 균형적으로 공유하자는 것인데 이를테면 이니스프리가 올해부터 직영몰의 수익을 점주들과 적절히 분배했다. 이처럼 모범 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③도 문제다. 현재 말 그대로 면세점에서만 판매돼야 할 가격의 상품들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구매한 뒤 본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국내 시장에 유통하거나, 면세점에 입점한 일부 회사가 중간 도매상에게 불법으로 물건을 넘기기도 한다. 점주들은 정상가를 지불해서 물건을 사오고, 세금내고 판매하는데 이렇게 편법으로 넘겨받은 물건을 유통하는 개인몰은 불법적인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점주들은 면세점 화장품과 국내 시판용에 대한 명확한 구별이 될 수 있도록 한글과 영어로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의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④은 어디에서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다. CJ의 올리브영, 롯데의 롭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같이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는 드러그 스토어(잡화점)가 사실상 화장품 전문 매장으로 곳곳에 침투해 있는 실정이다. 점주들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드러그 스토어들을 대상으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국내 화장품 시장을 장악하는 문제, 수입품을 주로 취급함으로 인해 국내 브랜드의 몰락 등 여러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정비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점주들의 목소리다.         

연합회는 향후 국회, 청와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등에 화장품 업계의 현안을 어필하고 해결책을 다방면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우원식 의원은 약자인 가맹점주들과 공감하기 위해 노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산증인 우원식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을지로위원회를 만든 게 2013년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처음 시작했다. 그 사태가 국회로 오기까지 피해 대리점주들이 겪은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맨 끝는 본사가 있다. 대리점주에게 (본사) 영업사원이 와서 장기를 팔아서라도 물건값을 내라고 했다. 그 과정에는 밀어내기가 있고 불공정이 있다. 욕설과 막말이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농성에 들어감으로써 국회에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절박한 하소연으로 본사를 설득하고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잘 안 되니까 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서 협의회가 구성됐다. 그것도 잘 안 되니까 여러 회사의 협의회가 하나로 뭉쳐서 이렇게 국회로 왔다. 여러분들 정말 갈 데 없어서 국회로 오셨지 않은가. 국회가 꼭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겠는가? 같이 싸우자”며 연대의 뜻을 표했다.  

우 의원은 그동안의 소회를 풀어내면서 “한 번도 가맹 본사들 대기업들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서 자기 것을 양보한 적을 본 적이 없다. 하다 하다 안 돼서 울고, 목숨끊고, 국회가 목소리 듣고, 제도를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나가서 싸우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이렇게 해서 본사의 위기가 올 때 조금씩 말을 듣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우 의원은 “관세청도 더 이상 그걸 관행이라고 얘기하지 말라. 그것이 불법이면 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명백하고 표시하기 어려우면 용기에다 표시를 해야 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마구 들어와서 겨우 만들어낸 그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야금야금 뺏어먹는 가맹점 패싱 이런 거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국회는 가맹점들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소매점들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침탈을 막기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만들어졌고 거기에 화장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