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은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어주는 것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대 이유 되물어
한국당 집단 반발 후 퇴장
정의당의 가치와 요구사항
창원 성산은 박근혜와 노회찬의 싸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며칠 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처지가 비슷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맹공을 쏟아냈다. 촉매제였던 “김정은 수석대변인” 뿐만이 아니었다. 경제정책은 “위헌이자 헌정 농단”이라고 규정하고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본회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한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 민주당 의원들은 일어서거나 나가버리거나 고성을 지르거나 단체 구호를 외쳐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20분간 방해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비판 불수용 태도에 대해 “오만과 독설”이라며 제발 존중하고 경청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무리 양당제 체제에서 나 원내대표가 여권을 견제하고자 했고 대여공세는 일종의 관습이라고 치더라도 너무 과했다는 비판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 싫어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 연설 도중에 방해한 것, 이후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것 등 진보진영에서도 민주당의 반응이 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연설 시작부터 나경원 원내대표를 거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비교섭단체 연설을 했고 초반부터 “(나 원내대표가) 여기 계신가 모르겠는데. 나 원내대표께 묻겠다. 정말 이 말이 사실인가?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돼서 반대한다고 한 것이 정말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고 조금 늦게 본회의장에 들어온 나 원내대표가 바로 나가자 모두 따라 나갔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듣고 나가라”거나 “싫은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했으면서?”라며 산발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간혹 한국당 구역에 임이자·정유섭 의원이 남아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아니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윤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직후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연설문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이 항의성 집단 퇴장을 제안해서 그렇게 감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설이 끝나고 두 당 대변인들 간의 논평 공방이 치러지기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텅빈 한국당 구역.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나 원내대표 때 민주당의 반응을 두고 되려 국민들이 알아서 지적했을텐데 민주당이 흥행시켜줬다는 정무적 실책도 회자됐었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도 그 지점을 라디오에 나와 언급할 정도였지만 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듣고 조용히 있거나 퇴장하지 않았더라면 윤 원내대표의 연설은 별로 이슈화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일단 윤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에게 물었던 대목은 사실이다. 

나 원내대표는 18일 아침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 참석해서 “한국 정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았을 경우에 구도는 어떻게 되느냐. 한국당, 민주당, 정의당 구도로 된다. 이 연동형의 핵심은 뭐냐.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어주는 그런 선거제도다. 그래서 저희가 결단코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오늘 아침 조선일보의 분석은 20대 (총선) 득표율 기준으로 한 것이고 19대 득표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정의당이 내년 선거에서는 교섭단체가 된다고 본다. 결국 의회 세력이 한국당, 민주당, 정의당의 경우로 되면 어떠한 법을 우리가 통과시킬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좌경화되는 소지는 다분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작년 나 원내대표는 당선된 직후 단식 중인 이정미 대표를 찾아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나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작년 12월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매우 뼈아픈 자충수다. 한국당은 동상 113몽이라고 할 정도로 선거제도 모델에 대해 당론을 모으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김성태 전임 원내대표 체제 때와 달리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원래부터 강력한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여러 선거제도 모델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수준으로 연동형을 명시한 4당의 합의문 요구에 수락해버렸다. 물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주효했다. 아무튼 그럴려면 왜 합의했냐는 차원에서 4당이 나 원내대표의 최종 합의 사실을 꼬집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하다. 

윤 원내대표는 “양심이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보라. 누가 국민을 무시했나. 5당 합의 내용을 휴지쪼가리 만들어 국민을 우습게보고 무시한 건 바로 한국당”이라고 꼬집었다.  

선거제도와 한국당 문제로 시작된 윤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①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②노동존중사회 ③국회 개혁 셀프방지 3법 ④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 ⑤쌀 목표 가격 ⑥골목상권 보호 ⑦미투 법안 통과 ⑧창원 성산 재보궐 선거의 의미 등 각론으로 전개됐다.

윤 원내대표는 ①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좀 더 과감한 조치”로 “평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관련 제재 해제 요구 △4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북미 간의) 합의는 포괄적으로 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전세계에서 딱 세 집단만이 북미 대화를 가로막고 한반도에 냉전의 어두운 과거를 다시 드리우려 하고 있다”며 “미국 강경 매파, 일본 아베 정부, 한국당”을 지목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 의원들 외에 나머지 정당 소속 의원들은 끝까지 윤 원내대표의 연설을 경청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중당도 있지만 원내 유력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은 노동의 가치를 중시한다. 

②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노동존중사회로 가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노동시간 52시간 단축 유예 △탄력근로제 기간 3개월 연장 △최저임금 인상 후 산입범위 확대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도대체 “왜 자꾸만 개혁을 해놓고 다시 뒤로 돌아가는 것인가?”라며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한국당은 노동법 개악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에 노동 정책이 있는가. 노동에 관한 한국당의 유일한 구호는 귀족노조 망국론 뿐”이라며 한국당이 주휴수당 폐지 법안을 발의해서 취약 노동계층의 임금이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최소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권리 보장 △실업급여를 받지 못 하는 실직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자신에게 적용될 룰을 자기가 만드는 국회의 특권이 있다. 윤 원내대표는 ③에 대해 이미 정의당 당론으로 발의한 3가지(자체 세비 결정 방지·해외출장 자체 심사 방지·자체 징계 방지)를 소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원내대표는 8가지 화두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원내대표는 ④~⑦까지에 대해 3월 임시국회 때 꼭 처리돼야 할 사안이라면서 “우리 국민의 70% 가까이 사법농단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3월 국회에서 양심적인 정당 그리고 의원들과 함께 반드시 사법농단 법관들을 탄핵시킬 것”이고 “밥 1공기 당 300원, 쌀 1kg에 3000원으로 쌀 목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이미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민 기본소득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자”고 제안했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관련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 김학의·버닝썬·장자연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을 상품화하고 권력을 이용해 유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징표”라고 역설했다.

마지막 ⑧은 정의당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이야기다.

윤 원내대표는 “창원은 우리 당의 대표 정치인이었던 故 노회찬 의원의 유지가 깃든 곳”이라며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정의당 후보가 한국당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창원 선거는 되살아나고 있는 박근혜의 망령과 노회찬 정신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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