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우연히 고사리 뿌리를 산(山)에서 발견하여 한 다발 캐내 밭에 옮겨 심었다.

고사리는 온갖 그 많은 식물 가운데에서도 꽃이 피지 않는다. 포자로 번식하는 생리를 지닌 식물이다. 이 고사리는 생장력이 강해 박토에서도 군락을 이루면서 자란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생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사리가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새싹이 솟아오를 때 순을 꺾어다 더운물에 데쳐 햇볕에 말렸다가 계절에 따라 물에 불린 다음 조리하면 그 맛이 천하일미로 손꼽는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의 제사상에 음식으로 상좌를 차지한다.

고사리는 날것으로 식용하면 우리 몸 안에 있는 비타민 비원을 파괴한다하여 유독식물로 치부한다. 하지만 삶아서 햇볕에 말려서 조리하는 경우에는 우리 몸 안에 쌓인 오염물질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고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로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이점이 있기에 한국인들의 잔칫상에 고사리나물이 약방의 감초처럼 끼이게 된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과학의 증명 전에 고사리와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재학시절 봄철이면 식량이 부족하여 산나물 채취하는 일이 연례 행사였다.

나물을 뜯어다가 보릿가루를 섞어 죽을 쑤었다. 밥 대신 멀건 죽을 먹고 자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건강식이었으며 일종의 약식이기도 했다. 이런 것을 식용하면서도 체력을 단련하였으며 군대에 나아가 전투용 배낭을 걸머지고 산비탈을 탔다.

어려운 전후시대를 이겨내서 결국은 오늘의 번영과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을 수 있었다. 해방 75년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아픈 과거와 희망찬 내일을 위한 기백을 충전해야만 한다.

산업이 과학화·지능화됨으로써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해마다 격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러한 사태를 면밀히 사전연구와 대비책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길은 도처에 있다.

그 어느 길을 택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도 있지만 그것을 기대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현실이다. 집권자나 정치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믿을 대상이 아니었다. 처칠은 그의 회고록에서 “정치인은 강물도 없는데 다리를 놓는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럴진대 국민이 똑똑하다면 그들의 기득권 틈새로 파고든 지혜가 필요하다는 암시인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고사리 뿌리를 밭에다 심으면서 요놈들이 군락으로 번지게 되면 햇순을 따다가 햇볕에 건조시키려 한다.

그러면 햇볕의 영양소를 빨아들여 누구나 마음껏 즐겨먹을 일종의 나물이 될 것이다. 다년생 양치식물처럼 우리 민족도 군락으로 엉켜서 살아야 할 것 같다. 특히 진보, 보수로 판이 갈리고 적대시하는 이 시대에 고사리의 생리는 살아가는데 지혜를 가르쳐 주는 듯하다.

고사리는 중금속이나 화학비료로 노쇠한 땅에 토양소를 공급한다니 신통한 나물이다. 고사리는 약 3억 년 전 고생대 화석에서도 발견되는 귀물이다. 오늘따라 고사리가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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