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콘텐츠 제작사’로 영토 확장…넷플릭스에 도전장
애플TV+, 넷플릭스에 경쟁력 있을까?…콘텐츠 확보에 달려
변혁이 필요했던 애플, 팀 쿡의 도전…시장 반응은 “너무 늦었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애플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콘텐츠 제작 사업자로 변신을 시도했다.

10억 개 이상의 모바일 디바이스 이용자를 확보한 애플이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자인 넷플릭스(구독자 1억3900만 명)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애플의 새로운 가입형 프리미엄 서비스가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 등의 입지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넷플릭스처럼 수백억 달러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만큼 서비스 사업에 치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번 애플의 도전에 대해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극적인 대전환”이라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찍었다.

애플 ‘콘텐츠 제작사’로 영토 확장…넷플릭스에 도전장

애플은 25일 미디어 행사에서 뉴스, TV, 게임 분야의 가입형 유료서비스인 애플뉴스+와 애플TV+, 애플 아케이드 등을 공개했다.

애플TV+는 올 가을 시작할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그동안 수년에 걸쳐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해왔으며 이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을 올 연말경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현재까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M. 나이트 샤말란, 영화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옥타비아 스펜서, 제니퍼 애니스톤, 제이슨 모모아 등이 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애플의 고객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인구는 1억8900만명에 달한다. 즉, 애플은 이미 미국에서만 약 2억만명에 달하는 잠재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이 외에도 미국 CNN의 모회사인 워너미디어가 올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워너미디어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시트콤 '프렌즈'다. 프렌즈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프렌즈를 상영하는 대가로 지난해 12월 워너미디어에 1억달러(약 1132억10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미디어가 넷플릭스와 함께 프렌즈를 상영할 수 가능성도 있지만 오는 2020년 1월 1일 넷플릭스에서 프렌즈 시리즈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애플TV+ 서비스를 공급할 경우 단기간에 수억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대등한 승부를 벌이기에 아직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의 유료회원수는 1억3천930만명이며 최근 1분기에 이 숫자는 1억4천820만명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애플TV+의 등장에도 넷플릭스는 전세계 가입자를 1억5천만명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TV 스트리밍 시장의 또 다른 복병 디즈니 서비스 가입자도 이미 8천900만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이번 도전은 OTT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넷플릭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새로운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이 시장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PC버전 화면 (사진=우정호 기자)
넷플릭스 PC버전 화면 (사진=우정호 기자)

애플TV+, 넷플릭스에 경쟁력 있을까?…콘텐츠 확보에 달려

애플은 글로벌 OTT 1위 넷플릭스와 경쟁을 위해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JJ 에이브럼스’ 감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을 섭외하고, 지금까지 10억달러(1조1370억원)이상을 투자해 독점 콘텐츠를 제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에선 애플이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2019년 하반기 등장할 디즈니 OTT ‘디즈니 플러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방송·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단기적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경쟁 업체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이 넷플릭스처럼 수백억 달러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만큼 서비스 사업에 치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 뮌스터루프 벤처스 기술 투자자는 애플이 2022년까지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42억달러(4조6342억8000만원)를 쓸 것으로 예측했다.

넷플릭스는 2018년 총 120억달러(13조4868억원)를 들여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 모두 70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확보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행보는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의 OTT서비스 '디즈니+‘도 애플에 큰 복병이 될 전망이다.

월트디즈니는 20일, 21세기폭스의 영화TV사업부문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월트디즈니는 마블과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영화 콘텐츠는 물론,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디즈니와 픽사 제작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에게는 디즈니 콘텐츠 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20세기폭스 영화 콘텐츠까지 애플티비+ 콘텐츠 위협요소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 영화 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는 2018년 기준 26.19%의 영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워너브러더스로 시장 점유율은 15.92%다.

월트디즈니는 3위 20세기폭스의 9.31% 시장 점유율도 손에 넣었다. 디즈니와 20세기폭스 점유율을 합하면 35.5%에 달한다. 2위 워너가 넘어서기에 너무 큰 벽이다.

애플TV에는 ESPN 등 월트디즈니 소유의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다. 애플TV에 있는 OTT ‘훌루(Hulu)’도 사실상 디즈니 소유다.

애플TV 속에서 서비스하던 넷플릭스는 애플이 OTT에 손을 대자 애플과 결별했다. 지금은 애플과 동거 중인 디즈니지만 언제든지 애플에 등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8월부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디즈니 콘텐츠는 사라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비롯해 뉴스, 게임 등 신규 구독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제공)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비롯해 뉴스, 게임 등 신규 구독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제공)

변혁이 필요했던 애플, 팀 쿡의 도전…시장 반응은 “너무 늦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애플의 도전에 대해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극적인 대전환”이라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찍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뛰어넘는 획기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폴 버나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진입이 너무 늦었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이미 기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CNBC는 “서비스 비전을 보여줬지만 애플에 대한 평가를 바꾸려면 더 많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애플TV 플러스는 투자 계획 등 콘텐츠 수급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이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제작에 투입한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다. 연간 100억달러 넘게 쓰는 넷플릭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야 하는데, 뉴스 서비스 외에는 가격 정책도 내놓지 않았다.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서 스포티파이보다 9년이나 늦은 2015년 애플뮤직을 출시해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뒤늦은 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반영된 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21% 하락한 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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