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노숙인 1만1340명...여성 노숙인 2814명

(사진=신현지 기자)
여성노숙인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아이에게 수유를 하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대한민국의 얼굴을 대표하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에는 유독 노숙인(homeless)이 많다. 처음 노숙인이 서울역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이 해 여름에만 약 2,000여 명 가량의 노숙인이 서울역에 모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정부는 1997년 IMF 경제위기가 만들어낸 사회적 경제상황으로 단기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길거리를 주거지로 삼는 노숙인이 증가하면서 2003년 7월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서 노숙인 및 부랑인 보호(제34조 제4항)를 명시하고 보건복지부령 제307조로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설치 운영규칙’을 공포했다. 

더불어 뜻있는 종교단체들과의 위탁 관계로 시내 전역에 소규모 쉼터를 마련, 노숙인 숙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숙인 제기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쉼터보다는 거리가 좋아

지난 3일 한낮의 서울역 광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거나 햇볕을 찾아 졸고 있는 노숙인들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캐리어를 베개 삼아 누워있는 노숙인이 있는가 하면, 마치 자신의 안방인 듯 바닥에 옷과 용기들을 넓게 펼쳐놓고 잠들어 있는 노숙인도 보였다. 

그 중 한 노숙인은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피 흘리는 모습 그대로 벽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사통팔달의 행인들 그 누구도  그런 노숙인들을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들이 다소 위협적기도 했지만 워낙 그런 모습이 눈에 익었기 때문인 듯 했다. 외국인들 역시도 살짝 눈살을 찌푸렸을 뿐 특별한 반응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런 모습들을 지나 노숙인 쉼터 가까이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 노숙인도 눈에 들어왔다. 이 모(48세)씨, 행인들의 시선을 피해 돌아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이 술에 취해 아무데나 쓰러져 있는 노숙인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남편은 있지만 제 하나도 감당도 못해...

아직은 꽃샘바람에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인데 얇은 입성으로 건물 그늘에 숨은 이들의 자세가  기자의 걸음을 붙잡았다는 뜻이다.  처음 다가서기 망설였던 것과 달리 의외로 그녀는 순한 눈빛이었고 여느 여인처럼 대화도 순조로웠다.

남편이 있지만 가난한 예술인으로 제 밥벌이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아이와 친정에 얹혀살다 눈치가 보여 나온 것이 노숙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씨. 지난겨울을 노숙인 쉼터에서 보냈는데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게 이씨의 첫마디였다. 

“우리 아이가 올해 3살이라 한참 뛰어 놀고 싶어 하는데 쉼터에서는 아이가 조금만 뛰어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또 일하는 사람들도 아이가 나다니지 못하게 단단히 붙잡고 있으라고 주의를 주고, 그래서 밤에만 쉼터에 들어가고 낮에는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된다.

(사진=신현지 기자)

추위와 배고픔보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는 게  좋다” 라고 말하는 그녀는 애써 웃는 표정이었지만 눈가는 촉촉했다. 그런 그녀는 "내가 노숙자 신세가 될 줄을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안고 있는 아이가 둘째라고 했다.

“큰애는 시골 시어머니가 데리고 있는데 거기도 워낙 생계가 안 돼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둘째까지 보낼 수가 없다. 또 아직은 애기가 젖을 먹고 있어서 떼어 놓을 수도 없다. 친정에도 천덕꾸러기라 보낼 수도 없고 애를 봐줄 사람이 없어 내가 취업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됐다.”

정부의 싱글맘 지원 혜택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는 이미 알고 있다며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큰애 때는 싱글맘에 입소해서 혜택을 받았다. 그때는 서류상 내가 혼자라서 그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받을 수 없다. 남편이 서류상에 같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이혼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그냥 그 사람이랑 이혼 하는 건 싫다. 친정이 진도인데 남편이랑 이혼하고 들어와서 같이 살라고 하는데 나는 무조건 싫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는 나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씨는 남편의 얼굴을 언제 본 지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자주 연락을 하느냐는 말에는 설핏 웃기만 할뿐 말을 흐렸다. 더욱이 아동수당을 물으니 말을 버걱거리며 자신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고만 했다. 친정언니가 가끔씩 우유와 아이의 용품을 사준다면서.

아이를 놀이방이나 유아원에 보내면 지원금이 나오니 취업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말에는 누가 아이를 해코지 할까 겁이 나서 절대 맡길 수도 없다고 했다. 특히 어린아이 장기매매가 우려된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다 불안한 기색으로 주위를 살펴보기까지 했다. 또 쉼터에서 무슨 건강검진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무서워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잖아요. 요즘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내 몸을 맡겨요. 피를 빼가면 내 신체에 대해서 낱낱이 알게 되고 나중에 나를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는 일인데.” 그래서 오늘 밤부터는 당장 노숙인 쉼터에도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니 당장 차가운 밤공기를 어디에서 피하게 될 지 맞은편 노숙인 쉼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정부의 수급비 술 사먹는 비용으로...

“아유, 노숙인 신고 들어와 데려다 놓으면 금방 사라져요. 나가서 술 마시고 싸우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자고,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것들을 자제시켜야 하니. 그런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데려다 놔도 필요 없어요.

정부에서 수급비 나오면 그것으로 다 술 사 먹고, 또 술값이 떨어지면 구걸이라도 해서 마시죠. 물론 제기하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은 예외지만. 암튼 지난겨울까지는 이곳 쉼터에서도 저녁에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이제 여기서는 낮에만 들어와 쉴 수가 있어요. 밤에 잠을 자려면 숙대입구 노숙인 종합상담센터를 찾아가면 돼요. 그래서 여기 쉬고 있는 노숙인들도 이따 밤에는 다들 그리로 갈겁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서울역 노숙인 ‘다시서기 종합센터’에서의 사회복지사의 말이었다. 특히 그는 “길거리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고집이 세고 현실 판단이 흐려져 걸핏하면 싸우게 된다”며 “여성 노숙인들도 정신병력에 우울증, 알콜중독이 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겠냐” 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본인이 제기하려고 하면 일자리는 여기서 다 연결해준다. 숲가꾸기 공공근로, 직업훈련 등 소득활동 기회가 있는데 대부분 제기하려는 의욕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라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 남성 노숙인 보다 비율 낮은 이유... 성폭력 노출에 거리 노숙 최대한 피해

이와 관련하여 복지부의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노숙인은 1만134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여성 노숙인은 2013년 3204명(25%), 2014년 2929명(24%), 2015년 2883명(25%), 2016년 2899명(26%), 2017년 2814명(26%)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노숙인 비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에는 성폭력 노출 등 거리 노숙을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는 여성 노숙인의 특성이 있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었다.

한편 서울시는 취약한 주거환경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결핵 발생 우려가 높은 거리노숙인 및 쪽방 주민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오는 3일부터 5월8일까지 결핵검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검진 장소는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 밀집지역과 쪽방촌 지역인 돈의동 등 5개소이며 의료 취약계층의 결핵 예방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하여 서울시와 대한결핵협회 서울지부, 다시서기종합센터, 창신동 쪽방상담소 등이 함께 실시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거리 및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700여 명과 쪽방 주민 1,300여 명 등 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검진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무료진료소에 X-ray기를 설치하여 상시 결핵검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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