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낙화암, 72.5x60.8cm, Acrylic on Canvas, 2018,2019  (사진=누크갤러리 제공)
부여낙화암, 72.5x60.8cm, Acrylic on Canvas, 2018,2019 (사진=누크갤러리 제공)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오랜 시간 풍경이라는 고전적인 장르를 새롭게 해석하고 어떻게 그 의미를 살릴 것인가를 숙고해온 서용선 작가의 풍경 전시가 누크갤러리에서 4월5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장을 찾아 그린 드로잉 14점과 페인팅 19점을 볼 수 있다. 갤러리 중정에는 나무조각 ’여자’와 자연의 돌, 나뭇가지, 물과 공산품인 캠벨스프 깡통으로 제작된 ’물’이 설치되어있다.

역사는 장소와 분리될 수 없다고 믿는 작가의 발길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사건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장을 찾아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의 산과 나무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고 기억이다. 서용선의 산을 넘은 시간들을 암시한다.

양평 다릿골 작업장에서 폐탄광촌인 태백시 철암으로, 단종과 세조 안평으로 이어지는 역사화의 중요한 배경인 인왕산, 세조의 원찰이었던 상원사가 있는 오대산 노인봉에서 미황사의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해남의 달마산, 백제 멸망의 전설이 내려오는 부여의 낙화암까지 작가는 기억을 옮겨놓는다.

또한 백제의 사비성이 함락될 때 3천 궁녀가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낙화암을 그린 작품'부여 낙화암'에서 하늘에 흐르는 구름과 뒤섞인 붉은보라 빛의 생생한 기운은 강물에 물든 인상적인 색조들과 어우러져 그 당시의 전율을 그대로 전해준다.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에 자리한 해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의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절벽과 잇닿은 하늘도 서용선 특유의 강렬한 붉은 색 노을이 푸른색과 층을 이루며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켜켜이 펼쳐낸다. 

역사의 한 자락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서용선은 자신의 발걸음이 닿는 곳의 풍경을 거친 붓터치와 강한 원색들로 표현하는 중심을 둔다.  

한편 작가는 지난겨울 거의 매년 찾게 되는 미국의 뉴욕 그리고 워싱턴, 남부의 아틀란타, 동북부의 알바니를 돌며 새로운 도시에서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만났다. 이에 다양한 세상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무심한 표정과 몸짓 속에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드로잉은 관람객에게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서용선의 ‘산을 넘은 시간들’의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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