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자에 대한 ‘갑질’ ·· 제도 개선 이전 ‘우리의 노력’
아파트 관리자에 대한 ‘갑질’ ·· 제도 개선 이전 ‘우리의 노력’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04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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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문제를 다뤄온 김미란 변호사의 이야기
공동주택관리법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입주민도 얼마든지 갑질할 수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아파트 관리 노동자의 수모는 언론에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어떤 경비원은 입주민의 폭언과 갑질에 못 이겨 분신 자살을 기도하고, 입주자 대표 회장은 관리소장에게 “종놈”이라며 인격 모독을 하기도 했다.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관리 근로자에 대한 갑질 근절 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한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아파트의 관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주택 관리사들이 열심히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이루어줘야 입주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갑질이 자행되면 소신과 원칙을 가진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절대로 입주민들의 권익과 상반되거나 어느 일방을 편들어주는 게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미란 변호사는 아파트 관리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공동주택관리법 65조 2항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해 입주자에게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관리사무소장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이를 보고하고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아파트 분쟁 사례를 자주 취급해온 김 변호사는 “업계의 현실을 잘 모르는 분들은 도대체 이렇게까지 법적으로 보호받는 직역은 처음 본다고 한 분들도 있다. 일선 현장에서 업무를 보는 분들은 이 조항이 든든하냐. 그렇지 않다.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절대 하면 안 되고 어떠한 절차가 예정돼 있다는 그 선언적 의미는 큰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부당한 간섭이 발생했을 때 기댈 수 있는 보루가 되느냐. 다들 약간씩 의문을 표하고 있다. 활용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고용 불안정성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관리 노동자들이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김 변호사는 “불안한 업무 환경과 신분 때문”이라면서 “직을 걸지 않고서는 부당한 간섭을 받았다고 해도 사실 조사를 의뢰하고 시정 명령을 받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과태료가 제일 무거운 행정 제재이지만 사실 조사 의뢰 자체가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파트 관리 노동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 (사진=박효영 기자)

65조 1항에서 관리 노동자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있는 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구성원을 포함)”라고 돼 있는데 김 변호사는 “부당 간섭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입주자대표회의 가로 열고 구성원 이렇게 돼 있다. 입주자대표자회의의 동별 대표나 회장들에 의해서만 부당 간섭이 자행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입주민들이 다 갑질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정할 게 아니라 구성원 포함 및 입주자 등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6조 1항을 보면 “주택관리사 등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입주자 등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돼 있다.

이 대목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요건은 불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건 삭제하는 게 어떨까. 내 의견”이라고 강조했고 더 나아가 “사실 조사 의뢰를 관리소장만 의뢰하도록 돼 있는데 입주자들, 입주자대표회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도 확인하고 발각하면 사실 조사 의뢰를 할 수 있는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사태로 인해 국회에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됐다.

김 변호사는 위 문제와 연관지어서 “아파트 관리 종사자들 입장에서 입주민 모두가 상사이자 고객이다. 단순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뿐만 아니라 아파트 근로자 입장에서 이런 분들에 대한 갑질이 직장내 괴롭힘의 확장판 같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파트 입주민들부터 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김 변호사. (사진=박효영 기자)

궁극적으로 김 변호사는 “제도는 현상을 따라잡을 수 없다. 현상이 있어야 제도를 정비하게 된다. 그런데 부지런히 따라가야 한다. 제도가 다 정비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제도 개선 전에도 우리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내가 하는 이런 행동, 저 사람이 하는 그런 행동이 얼마나 아파트 관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종놈 발언과 같은 경우는 그 개인의 교양 수준에 따른 일탈 행위라고 볼 수 있겠지만 (모두가) 아랫 사람 부린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고 공동 주택 관리 전문가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인식 제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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