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가려 한다는 설에 비판
4.3 재보궐 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명분
조기 전당대회 또는 재신임 투표 주장
깨끗하게 분당하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3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바른미래당의 내분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바른정당계는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 책임을 묻고 △조기 전당대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당계에서는 손 대표를 디펜스하면서 이참에 깨끗히 갈라서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계에 대해 정가에서는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가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한 번 자기 결단을 내리고 새누리당을 나온 이상 멀리 보고 “죽음의 계곡”을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이 창당 1주년을 맞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5일 방송된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가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33명으로 출범했던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8명 남지 않았나? 먼저 간 사람들의 아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앞두고 자기 개인에게 어떤 게 유리하고 불리하고 하는가라는 부분에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정치. 이게 과연 새로운 정치인가 되묻고 싶다. 사실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분들과 대화했는데 아닐 거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5선으로 바른정당 초대 대표를 역임했고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함께  개혁 보수의 산증인이다. 

유 전 대표는 바른정당 마지막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죽음의 계곡”을 강조한 바 있는데 정 의원도 “어떤 현실적인 자기 개인의 유불리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나 통합을 한 것은 아니다. 한 번의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그런 것은 맞지 않고 긴 호흡을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며 “선거 결과의 책임을 묻고 그렇게 해서 비대위를 구성해야 된다는 접근방법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태경 의원과 손학규 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해묵은 갈등이 근본적으로 상존해왔기 때문에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가 있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사이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특별재판부 설치법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등 굵직한 사안마다 도저히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문과 비문, 자유한국당은 친박과 비박이 있지만 바른미래당의 불일치성은 유독 부각됐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당 지도부에서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이 손 대표의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권 의장은 지난번 당 연찬회 때도 전남 광주가 지역구임에도 개혁 보수 단일 노선에 찬성표를 던졌던 만큼 보수적으로 기울었다. 이들이 주목하는 명분은 △재보궐 참패 △패스트트랙 △이언주 의원 징계 등 3가지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선거 운동에 올인 중인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한 벽창호”라고 비난했고 바른정당계의 만류가 있었지만 당 윤리위원회는 이 의원에 대해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손 대표를 방어하고자 하는 이찬열 의원은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메시지를 던졌고, 주승용 의원(국회 부의장)은 꼭 패스트트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에 속한 분들이 본인의 양심과 기대 수준에 따라 여러 말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결과에 대해 지도부가 전체적으로 깊이 평가하고 있고 충분히 논의해 당 진로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선거 참패에) 당신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 제3정당이 운신하기가 어려워졌고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것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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