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콘텐츠로 사주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
윤석민 회장의 장악이 시작됐나
SBS 8시뉴스의 대주주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SBS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에 대한 방송 경영 개입을 비판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SBS는 1990년 윤세영 전 태영건설 회장에 의해 창립됐고 현재 SBS 미디어홀딩스가 지주회사 기능을 하고 있다. 홀딩스의 대주주는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는 태영건설이다. 윤 전 회장은 2017년 9월 “박근혜 정권을 도와야 한다”는 보도지침을 세운 것으로 드러나 SBS 회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태영건설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런데 SBS 콘텐츠허브(허브)가 윤 회장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BS의 모든 영상 콘텐츠를 독점 판매하고 있는 허브가 뮤진트리(mujintree)와 13년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뮤진트리 대표는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아내다. 뮤진트리는 지난 10년 동안 SBS의 수출용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번역하거나 음원을 따로 제작하는 작업을 통해 약 2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로조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노조 긴급 기자회견의 모습. 윤창현 본부장이 PPT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창현 노조 본부장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뮤진트리의 2014년) 총 매출이 19억원인데 허브를 통한 매출이 16억원이다. 매출 이득의 85%다. 그 거래가 없으면 저 회사는 문을 닫아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재규 부회장은 사주인 윤석민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이고 사주의 특수 관계자에 부당하게 이익을 지원한 것”이라며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설 기세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도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하는지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논평을 통해 “윤 회장으로 인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심사에서 독립 경영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브는 오히려 뮤진트리로 인해 SBS의 콘텐츠 판매 실적이 좋아졌고 그에 따른 용역비를 지불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SBS 노사는 윤 회장이 SBS와 허브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노조의 문제제기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3월28일 성명을 내고 “윤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자마자 SBS 경영 불개입이라는 약속을 깨고 SBS 자회사의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회장이) 사원들의 임명 동의제로 뽑힌 대표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자회사의 관리권을 장악하는 것으로 이어질 게 뻔한 이사회 의장 교체를 시도했다. 일련의 행위는 윤 회장이 SBS 방송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든 독립 경영체제를 무너뜨리고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을 사유화해 다시 자신들의 돈벌이와 로비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비열하고 반역사적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노조는 “구성원들의 임명 동의제로 뽑힌 박정훈 SBS 사장과 이동희 경영본부장 등 SBS 일부 경영진은 대주주의 머슴 노릇을 했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독립 경영 원칙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다. 조직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워 SBS와 민영방송 개혁에 먹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BS 8시뉴스가 9일 대주주인 태영건설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캡처사진=SBS)

한편, SBS 8시뉴스는 지난 9일 이 소식을 보도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9일 있었던 기자회견을 전달하는 형태였다. 

리포트를 맡은 유병수 기자는 “2018년 3월 SBS가 실시한 특별감사에서 태영건설 임원의 사적 이익을 위해 허브가 부당 지원을 했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도 “(허브 측의 입장으로) 뮤진트리가 2017년 7월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로 재선정됐고 작업 수준과 가격 조건이 우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2013년 jtbc(홍정도 사장)에 손석희 사장이 스카웃된 뒤부터 jtbc 보도국이 사주의 큰고모(홍라희) 회사인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듯이, 이번 보도는 SBS 8시뉴스 역시 자사의 대주주를 비판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SBS 보도국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강하게 비판해왔는데 자기 대주주의 그런 의혹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내부의 저널리즘적 양심이 발휘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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