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보따리’ ·· 4차 ‘남북 정상회담’과 트럼프 ‘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보따리’ ·· 4차 ‘남북 정상회담’과 트럼프 ‘방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1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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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일정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대화
미국 고위 참모 다 만나
청와대의 구상
곧바로 귀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칫하면 거절당할 수도 있어서 위험하지만 협상가(Negotiator)로서 문재인 대통령은 카드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2일 새벽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조만간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공식 초청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르면 5월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소식은 현지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의해 새벽 4시쯤 발표됐다. 정 실장의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과거 대북 비핵화 협상과는 달리 탑다운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재확인했다. 

정 실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 내부 동향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면서 “특히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북한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핵 개발 보다는 경제 건설에 집중)을 계속 유지한 것과 북미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두 정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 일정의 의의에 대해 정 실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제기된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북미 간 후속 협의를 개최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했다. 대화와 외교를 통해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Oval Office)에서 부부 동반 회담→단독 회담→확대 회담→업무 오찬 등 2시간 넘는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사진=청와대)
한미 정상 부부가 회담했다. (사진=청와대)

항상 그랬듯이 문 대통령은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칭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뢰를 표명해주고 북한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준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계속 제기했던 한미 엇박자 문제가 있는데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 비핵화의 목적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빛 샐 틈 없는 공조로 완전한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공조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한다.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핵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로 반드시 해결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둘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며 “하노이 회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낙관적인 관점을 견지했다. 

(사진=청와대)
수많은 현지 취재진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매번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는 클리셰를 반복한다.

이를테면 “나와 김 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 김 위원장은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이고 이런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북 관계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이제 시간이 흐르고 아주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에게 행운을 빈다.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서도 훨씬 나은 대북관계를 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기 바란다”고 표현했다.

짧게 진행된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훨씬 더 중요한 지점이 나왔다.

남북미 3자 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있다. 전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달린 것”이라며 결정권을 넘겼고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다. 현 수준의 제재는 계속 유지돼야 하고 적정 수준의 제재라고 생각한다. 제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이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내가 지원할 것이다.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기가 되면 북한을 지원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미국·중국 등 여러 나라가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라며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북한에 식량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를 위한 북한의 결단을 유도하기 위해 매번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환기하곤 하는데 “북한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고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 두 면이 바다에 접하고 러시아와 중국, 한국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빅딜이 되면 좋겠지만 북미 간에 케케묵은 불신의 벽이 있기 때문에 오직 빅딜만 추구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딜도 일어날 수 있다. 단계적 조치를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빅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바로 비핵화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미 행정부 고위 인사를 모두 만나 폭넓게 의견을 청취하고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접견하기 전에 백악관 영빈관에서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을 다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참모들에게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만큼 중대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냥 일정을 잡은 게 아니다. 청와대의 촉진자적(Facilitator) 구상은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이다. 즉 북미가 로드맵이 담긴 포괄적 합의에 이른 뒤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걸 미국 참모들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먼저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위대한 여정에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노고와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 (두 참모의) 공헌으로 한미 동맹이 더욱 견실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측 카운터파트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협의해달라”고 치하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또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북 대화 노력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사진=청와대)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과 대화 중인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펜스 부통령과 회담 중인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그 다음 펜스 부통령과 만났을 때에는 △키스 켈로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니콜라스 스나이더 부통령 아시아담당 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앨리슨 후커 백악관 NSC 한반도 보좌관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우리 측은 △정 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했다. 

강경파로 알려진 펜스 부통령은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 대화 재개에 희망적”이라며 “미국은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일정 자체가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즈음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한국행 전용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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