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감상(215) // 빈방과 산다 / 최한나
맛있는 시 감상(215) // 빈방과 산다 / 최한나
  • 최봄샘 기자
  • 승인 2019.04.15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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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과 산다

최 한나

 

일남일녀가 떠나고

두 개의 상자를 껴안고 산다

가끔씩 바람소리만 기웃거리는 저녁

한껏 텔레비젼 볼륨을 높여

열린 문틈으로 흘려보내거나 말을 걸거나 한다

 

빈방의 숨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침묵이건 낡은 책상이건 침대이건

방에는 여전히 숨소리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두 아이가 내려다보는 방안

스텐드불빛 저 혼자 시험공부 중이거나

불빛을 앉힌 회전의자

간식쟁반 반기며 빙글 돌고

커다란 눈 껌벅이며 하품만 물고 있던 곰 인형

배꼽을 눌러주니 여전히 까르르

 

방은 가족의 증거다

가장 오래 곁에 남아있는 가족

한밤엔 이불을 말아들고

방이 방으로 들어와서 곁에 눕는다

깜박 잊고 작은 방 쪽으로 수저를 놓는 일이나

깨워야 할 시간이 문을 여는 일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사들고 들어오는

가장이 있는 한

빈방도 여전한 가족이다

 

피자 한 판 사들고 저녁이 걸어 들어온다

와아 달려 나오는 빈방들

조막손 일기장에 그려 놓은 사이다 기포 같은,

텅 빈 상자들의 웃음소리

치맛자락에 매달린다

오늘도 빈방과 함께

피자 한 조각씩 나누며 저녁을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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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몸뚱이로 여전히 울고 있는 바닷가에 서 본다. 5년이라는 검은 이불이 덮였으나 더욱 시리고 아리는 통증이 있다. 그 어떤 진통제로도 다스릴 수 없는 고통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가족이라는 끊을 수 없는 영원한 끈이기에 가슴 치는 이들이 있다. 무슨 말이, 그 어떤 보상이 위로가 된단 말인가? 배를 타고 알길 없는 세월 속으로 돌아올 수 없는 수학여행을 떠나버린 그 아이들, 아직도 현실이 아닌 듯하다. 빈 방에 더 이상 아이는 오지 않건만 그 방을 껴안고 사는 이들이 있다. 유족들에게 작지만 뜨거운 위로를 보내는 마음이다. 어찌 잊겠는가?  2014년 그 잔인했던  4월을! 오늘 5주기에 조용히 명복을 빌며 마음 모아 염원한다. 신이여! 위로하소서!

[최한나]

사진 / 최봄샘 기자
사진 / 최봄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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