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캐나다로 돌아갈 윤지오
머니투데이와의 설전
김학의 사건 막은 윗선 수사
위안부급이라는 단톡방 내용
승리 필리판 파티서 성관계 확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초부터 묻히면 안 되는 주요한 사안으로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이 부각됐었고 꼭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각각 복잡한 사안인데 진행 상황이 다 다르다. 

윤지오와 기자의 설전

먼저 故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권력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다 만료됐고 딱 하나 남은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도 법정 공방 중이다. 하지만 장씨의 소속사 동료였던 윤지오씨의 적극적인 언론 활동으로 인해 법적 처벌과 무관하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해졌다. 덕분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활동 기한이 연장됐다. 

윤지오씨는 국회에서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윤씨의 노력으로 이 사건이 여기까지 이슈화될 수 있었다. 윤씨는 곧 캐나다로 돌아갈 예정인데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씨는 “현재로썬 내가 할 수 있는 증언은 모두 끝난 상태”라며 “나는 유일한 목격자가 아니라 유일한 증언자다. 나 자신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나중에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윤씨가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에 대해 뉴시스의 한 기자는 지난 8일 <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 선인가>라는 내용으로 기자수첩을 써서 출고했다. 

당시 수사 검사와 장씨의 두 매니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윤씨의 성향을 넘겨짚는 내용이었는데 윤씨는 북 콘서트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뉴시스가) 개인 블로그가 아닌데 책임을 안 지고 삭제한 이유를 분명히 말씀해주셔야 한다”며 “칼럼을 쓴 기자가 본인이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경호원에게 연락해 내 연락처를 물었다. 내가 전화를 못 받아 다시 연락을 드렸더니 5분 후 전화한다고 해놓고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

뉴시스는 해당 기자수첩의 제목을 한 차례 수정했다가 아예 삭제했다. 뉴시스는 뉴스1과 함께 머니투데이의 계열 통신사인데 관련해서 윤씨는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윤씨는 지난 8일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보니까 머니투데이 계열이더라. 그분(홍 회장)도 (2009년 와인을 마신 술자리에서) 뵀던 분이고 명함을 수사기관에 넘겼었다. 그런데 (홍 회장 측에서) 내가 살고 있는 여의도 아파트에 꽃을 배달했다. 무서워서 (신고했고) 경찰에서 수거해갔다. (홍 회장이 장자연 리스트에 있는 사람인가?) 리스트 자체는 언급하지 못 하고 있다. 내가 명함을 토대로 했을 때 그분이 언론에 관계된 사람으로만 즉 기억에 있는 인물은 조선일보 조씨인데 명함은 그분 것밖에 없으니까 경찰이 지목을 해줬다.”

윤씨는 이날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말했고 홍 회장이나 뉴시스 기자수첩을 두고 뉴스1·머니투데이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꽃을 보낸 사람이 홍 회장이 아니라 조희천씨인데 오해한 것은 아닌지 △머니투데이가 미디어오늘의 관련 기사에 대해 고소한 것이 적절했는지 △홍 회장이 와인 자리에 참석한 것이 왜 문제되는지 등 머니투데이 계열사 기자들이 윤씨에게 따져물었고 사주를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윤씨는 “밥자리였고 누군가는 와인을 마셨다. (그 사실 자체는) 문제 안 된다. (그러나 홍 회장이) 왜 내 주소를 수소문해서 꽃을 보냈을까”라고 응수했다. 

결론적으로 조선일보처럼 머니투데이 사주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 때문에 윤씨의 증언을 불편해하는 것 아니냐는 형국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단이 꾸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학의 캐던 경찰을 누가 막아섰나

김학의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 당시 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범죄 수사를 무마했느냐가 핵심이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의 별장 성접대 자리에 가서 성폭행을 범한 의혹이 있고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일단 김 전 차관의 모습이 담긴 성범죄 의혹 고화질 동영상이 YTN에 의해 폭로돼 파장이 일었다. 전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김 전 차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있게 보도됐고 김 전 차관은 바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응했다.

검찰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에 따라 대검찰청 산하에 특별수사단(여환섭 청주지방검찰청장)이 꾸려졌는데 14일 이세민 전 청와대 경무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이 전 경무관은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수사했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었지만 갑자기 좌천당했다. 인사보복 피해자인데 2013년 3월~4월 이 전 경무관을 막아세운 윗선을 캐기 위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김 전 차관을 보호하기 위해 청와대→법무부→검찰 라인이 동원돼 수사를 방해한 것은 아닌지 수사단이 밝혀내야 하는데 현재로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곽상도 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현 한국당 대표) 등이 조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위안부급”이라고? 승리의 필리핀 생일 파티서 ‘성관계’ 확인

버닝썬 게이트는 크게 △클럽 내 마약 유통과 성범죄 △연예인들의 단톡방을 통한 불법 촬영 △가수 승리의 성매매 알선 등으로 구성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승리와 정준영은 버닝썬 게이트의 두 축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 가수 정준영씨는 구속됐는데 주말 사이 BBC 코리아에 의해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한 여성을 단톡방에서 집단 성희롱하고 비난하면서 “위안부급”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곧바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온 강경윤 SBS funE 기자는 12일 방송된 스브스뉴스를 통해 “너무 충격을 받고 막 3일 동안 잠을 못 잤다. 너무 분노가 치밀어서. 총체적 난국이다. 이건 왜곡된 성의식 뿐만이 아니라 역사관도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심경을 드러냈다. 

더 나아가 단톡방에는 유럽 인종의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도 있었다. 단톡방의 존재를 알게 된 한 여성이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내부 고발을 했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됐는데 아직 다 열린 게 아니었다.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진술이 나왔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필리핀 팔라완 아만폴로섬에서 열린 승리의 생일 파티 때 투자자와 동원된 여성 간의 성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날 해외 유력 투자자들과 승리 지인들이 참석했는데 한국의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8명도 동원됐다. 그들이 참석한 사실 자체가 성매매 알선 정황을 짙게 만들고 있다. 이들 여성은 성관계가 이뤄졌으나 자발적이었고 누군가의 지시나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승리의 관여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여성들의 여행 경비를 승리 측에서 지불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따로 승리 측에서 사전이나 사후에 화대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를테면 경찰은 구체적인 성접대 오더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특정 투자자들과의 성관계가 이뤄지도록 넌지시 상황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승리는 변호인을 통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생일 파티를 기획한 업체 대표와 참석 여성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조사를 펼치고 있다.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는 승리의 뒤를 봐주는 방어막 역할을 했는데 유 대표가 성접대 문제에 개입됐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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