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조항 완전 삭제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네이밍
임신 중기인 5개월 내에 중절 가능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
임신 초기 3개월 내에 조건없이 가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고 판정을 내림에 따라 국회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2020년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명령했고 그렇지 않으면 낙태죄의 효력은 상실된다. 그 첫 신호탄으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의 취지와 시대 변화에 부응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헌재 판결문의 한 대목을 인용해서 “핵심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는 대목이다.

이정미 대표는 가장 먼저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가장 먼저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의 법안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인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형법 269조·270조의 낙태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고 낙태죄 조항 완전 삭제 
②모자보건법에 임신 중기인 22주(5개월)까지 중절이 가능하도록 하고 기존의 중절 사유 외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 
③임신 14주(3개월)까지는 임부의 요청만으로 다른 조건없이 중절 가능 
④기존에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중절이 가능하도록 했던 조항을 삭제 
⑤재판 결과를 기다리면 너무 늦고 미성년에 대한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성폭력 범죄 행위로 인하여 임신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 조항 추가 

이 대표는 “태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의 낙태는 이미 가치 판단이 전제된 용어로서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도록 했다”며 “이번 헌재 결정에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인은 임신 3분의1 (이내의) 기간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판결 취지에 부합되도록 했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2가지 편견에 대해 반론했다.

먼저 “낙태죄를 폐지하면 마치 성형수술 하듯 손쉽게 임신중절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것은 여성의 삶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성의 자기결정 과정의 깊은 고뇌와 판단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임신중절의 선택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두 번째로는 “낙태죄를 폐지하면 출산율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2016년 발표된 바에 따르면 임신 중지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와 합법인 나라의 임신 중단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임신 중단율은 낙태죄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내실 있는 피임교육과 육아 복지 정책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동료 의원들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을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종교인 퇴직금 과세 법안이 일사천리로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듯이 국회는 기독교 눈치를 많이 본다. 마찬가지로 11일 헌재의 판결이 나기 이전까지 정의당과 민중당을 제외하고 그 어떤 원내 정당도 낙태죄 폐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개신교와 천주교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법안 발의를 위한 최소 정족수인 10인(정의당 소속 6인+김수민·박주현·채이배·손혜원)을 가까스로 채웠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낙태죄는 그간 우리 사회가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이자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해왔음을 보여주는 거울이었고 우리 국회는 이를 외면해왔다. 이번 헌법 불합치 결정은 절반의 여성 독립 선언이다. 이제 국회가 여성의 진정한 시민권 쟁취를 위해 독립 선언을 완성할 때”라며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론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낙태죄도 형법상의 처벌은 거의 사문화된 내용이다. 개정된 법률에 근거해서 최대한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장하는 방향으로 이 법의 처벌 조항이 바뀌었다는 그 취지를 이해해주면 된다”며 “집권 여당에서 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가톨릭 안에서 많은 걱정들이 있고 교인(종교가 있는 의원들)들이 선뜻 발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톨릭이 우려하는 생명권 보호의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사회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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