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패스트트랙의 걸림돌 공수처
기소권없는 공수처에 이해찬 대표 반대
바른미래당은 이번주 내로 의총 결정
청와대의 의중
절충안으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권없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을 통해 “그동안 공수처는 당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해왔다. 최근에 와서 분리해서 수사권만 갖고 기소권을 안 갖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그런 주장이 나왔는데 저희 당에서는 아직 그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 사찰하는 것처럼 비춰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기소권없는 공수처에 대해 명확히 반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2월 5당 지도부가 미국을 다녀온 뒤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이야기가 처음 나왔고 벌써 두 달이 흘렀지만 현재는 공수처로 인해 막혀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이고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합의한 <준연동 전국 권역별 비례대표제> 또한 이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못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면 다른 것들도 같이 올려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당초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정안 + 개혁 입법 9개를 같이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주장했다가 현재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 2개로 압축됐다. 그렇다면 3가지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되는데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이 공수처의 내용을 놓고 기싸움 중이고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는데 조만간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하니까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4.3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극심해지고 있다. 

재보궐 선거 이전에도 바른정당 계열 8명(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4명(권은희·박주선·김중로·이언주) 도합 12인은 패스트트랙 자체에 비판적이었다. 특히 구심점 역할을 해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나마 바른미래당 내부 질서는 공수처에 대한 내용 설계(기소권 없이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만 부여 등)를 민주당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봉합됐다.

내일신문이 15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이번주 중 결론을 낼 계획”이라며 “의원총회를 열어 가부 투표로 결정할 것이다. 가부 중 많이 나오는 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의총에 부친다면 바른미래당 활동을 하는 의원 총수 25명에서 찬반은 13대 12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추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해서 최고위 의결 절차까지 마칠 수 있다. 다만 후폭풍으로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이날 이 대표가 기소권없는 공수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12인 없이 바른미래당이 당론을 정한다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 2명(김동철·김성식)은 국민의당 계열이라 패스트트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패스트트랙 반대파들의 알력 싸움이 상존하지만 패스트트랙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패스트트랙 반대파들의 알력 싸움이 상존하지만 패스트트랙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무엇보다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높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성취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민주당의 강경 원칙이 유연해질 여지도 있다. 청와대도 명시적으로는 이 대표처럼 기소권없는 공수처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내세울 성과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되는 쪽으로 타협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칙론을 고수하는 것이고 원내 협상은 타협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여기서 청와대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열린 국정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에서 “기존의 제도적인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과 대통령 주변의 비리 등에 대해서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특별 사정기구로서 공수처의 설치가 2002년 대선 때 이미 당시 노무현, 이회창 후보 모두 공약이 되었던 것”이라며 거듭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은 16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입장이 조금 알쏭달쏭한 게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공수처 처리를 강력히 주문했다. 그 뜻이 협상을 해서 타협해서라도 통과시키라는 것인지 원안을 고수한다는 것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아예 빼버리는 것은 좀 힘들 것 같으니 결국 바른미래당에 공이 넘어온 것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현재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내놓은 절충안은 크게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되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다시 사건을 가져오거나 재정 신청권을 주는 것 △공수처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부여하는 모델은 2년 후에 실시하고 그 전까지는 수사권만 있는 모델로 시범 운영해보는 것 등이다.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절충안으로 합의를 이뤄낸다면 이번주 내 의총을 밀어붙이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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