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광화문 풍경...“그날의 아픔 잊지 않겠다”
세월호 5주기 광화문 풍경...“그날의 아픔 잊지 않겠다”
  • 신현지 기자
  • 승인 2019.04.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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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기억의 공간 외벽의 추모의 벽 (사진=신현지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기억의 공간 외벽의 추모의 벽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그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세월호천막이 지난달 18일 모두 자진 철거되고 광화문 광장 북단에 80㎡ 크기의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설치되었다. 2014년 7월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외치면서 설치한 지 4년 8개월 만이다. 

기억의 공간으로 꾸며진 이 추모관은 세월호 뿐만 아니라 성수대교 붕괴 등 사회적 참사를 포괄하는 전시관으로 지난 12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16일, 이곳 전시관에 5년 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또 이날은 오전 12시부터 보컬팀 '어쩌다 떠난 여행'에 이어 오후 4시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가 '기억과 다짐의 릴레이콘서트'를 개최하며 전시관을 찾는 시민들과 함께했다. 이날 본지도 서울지하철 5호선 역사를 나와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전시관을 찾았다. 80㎡(약 24평) 규모의 목재 전시관의 외벽이 멀리서도 서늘하게 들어왔다. 

(사진=신현지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쓰여 있는 외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 역시 숙연했고. 바로 추모의 벽'이었다. 벽 아래에는 조명 등이 설치되어 희생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얼굴을 내밀 듯 시민들의 걸음을 붙잡았다.

그날 그 사고만 없었더라면 수없이 불리어졌을 그들의 이름.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추모의 벽을 지나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오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 사진들이었다. 2013년 봄 수련회에서 찍은 단체사진. 깔깔거리며 웃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액자 속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싱싱했다. 

하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시민들 표정은 조심스럽고 어두웠다. 사진 앞에서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발을 떼지 못하던 한 시민이 기어이 작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이었다.

흰봉은 아이를 만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촛불이 확장되는 모습을 추상화했다(사진=신현지 기자)
흰봉은 아이를 만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촛불이 확장되는 모습을 추상화했다(사진=신현지 기자)

혹 가까운 지인이라도 되는 것일까. 아니라고 했다. “아이고, 그날 얼마나 무서웠을까. 우리 아들 딸 또래들이라, 맘이 더 짠하고 안타깝네.”  어찌 그만 그러한 심정이겠는가. 

1년 뒤 닥쳐올 비운을 알아채지 못한 채 웃고 있는 그들의 사진 옆 빈 공간으로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노란 프리지아 꽃다발과 흰 장미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처럼.   

그곳을 지나자 맞은편에는 암막 커튼이 쳐진 어둠의 공간이었다. 커튼을 걷고 한발 안으로 들어오자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공포가 엄습했다. 어둠 속에 철썩이는 파도소리였다. 스피커를 통해 일부러 바닷소리를 흘러나오게 설치해둔 것이라고 했다.

자연으로 돌아갔을지 모르는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를 두기 위해. 그리고 기다란 흰색 봉들이 줄을 맞춰 빛을 내고 있는 모습. 아이를 만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촛불이 확장되는 모습을 추상화한 것이라고.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흰봉을 손으로 당기면 아래에 있던 빛이 위로 올라온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흰봉을 잡아당겨 보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고 그냥 마음이 불편해서.대신 전시관 벽면에 설치된 기록물들을 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호 침몰 과정을 시간대별로 기록해둔 그림과 그 옆에 처벌된 국가책임자가 1명에 불과하다는 내용, 희생자들의 유품과 그 가족들이 들어 있던 천막의 의미를 재구성한 작품들,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침몰하는 세월호와 진도 앞바다를 지도처럼 그린 풍경화. 벽면에는 1970년 남영호 참사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곳을 지나 벽면에 걸린 대형 TV 앞에 서자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 장면이 반복해 나오고 있었다. 그 장면에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다는 회사원 김모씨는 “당시 대학생 때라 긴박했던 모습들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그러니 가족들 마음은 오죽하겠냐 하루 빨리 사고의 원인이 규명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13년 봄 수련회에서 찍은 단원고 단체사진 (사진=신현지 기자)
2013년 봄 수련회에서 찍은 단원고단체사진 (사진=신현지 기자)

대학생이라고만 밝힌 한 학생은 “매일 광화문 앞을 지나는데 꼭 한번은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 들렀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국가적 대형사고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궁금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에 앞서 하루 전 15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념하는 추모 미사가 집전되어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이날 미사는 교인과 시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교구 나승구 신부는 희생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한편 세월호 5주기를 맞은 16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진행되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다시,4월' 추모행사에 이어 단원고등학교에서는 오전 10시부터 강당에서 추모 행사를 연 뒤 각 학급에 노란 리본을 만들며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 등 261명을 기억했다.

기억식에는 유은혜 부총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이재명 경기지사와 유가족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5주기다. 늘 기억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기억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다짐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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