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변호사 ·· 사법농단 앞에 어떤 판사도 “정직한 말을 하지 않는다”
신평 변호사 ·· 사법농단 앞에 어떤 판사도 “정직한 말을 하지 않는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1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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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판사 재임용 탈락한 신평 변호사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사법농단 너머에 있는 관선 변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법농단의 판도라를 최초로 열어버린 것은 분명 판사(이탄희 전 판사)였지만 사실 수많은 판사들이 침묵하고 동조했다. 1993년 법원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가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신평 변호사는 양심 선언을 하지 못 하는 판사들의 속사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판사가 그러면 그 사람은 나중에 나와서 (변호사로서) 전관예우로 몇 십억원을 버는 그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신 변호사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에 초대됐다. 신 변호사는 작년 동명의 원작을 책으로 냈다.

신평 변호사는 작년 책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를 발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배우들은 연극 시연이 끝나고 짧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짧은 연극 시연이 끝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신 변호사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 사실 우리가 획기적인 발전을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사법농단이나 관선 재판은 정말 숱하게 이뤄져왔다. 돈봉투는 일상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양심 선언을 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신 변호사는 “판사로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면서 그러한 시스템적 이익을 향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불이익을 목전에 두고서 어느 누구도 정직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처럼 법원의 탄압을 받아 쫓겨나다시피 한 서기호 전 판사나 이탄희 전 판사가 가끔 있지만 거의 드물다. 오히려 그런 탄압 사례들로 인해 법원 내부의 암묵적인 분위기는 더욱 강화된다.

90년대 초중반 신 변호사는 돈봉투를 대놓고 건네받는 사법부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정풍 운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철저히 짓밟혔고 응징당했다. 대법원은 조직적으로 신 변호사의 개인 성격을 이상한 것처럼 묘사해서 언론에 흘렸고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도 활동하지 못 하게끔 집요하게 공격했다.

연극에서 ‘선배 판사’(김용선 배우)는 법원 밖으로 퇴출된 ‘신평호 변호사’(맹봉학 배우)에게 “네가 (그렇게 된 이유는) 사법체계 전체를 건드려서 그래”라며 “성역은 없어야 해. 사법부가 성역이야”라고 고압적으로 말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배 판사(김용선 배우/가운데)는 신평호 변호사를 회유하고 집요하게 괴롭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배 판사는 신평호 변호사를 회유하고 협박하면서 뻔뻔하게도 무척 당당하다. 신평호 변호사는 법원을 나와서도 동료 변호사와 법원의 유착관계 의혹을 폭로한다. 바로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지만 재판에서 불리하지 않았다. 꼼꼼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의 결과는 정해진대로 패소였다. 신평호 변호사는 분노에 떨었지만 그 와중에 ‘수연 기자’(김지은 배우)를 통해 노동조합위원장 ‘경중’(문창완 배우)의 억울한 사연을 접한다.

맹 배우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수연 기자가 야속했다. 나 지신이 힘들고 억울해 죽겠는데 더 고통을 받고 있는 경중을 소개해줘서”라며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서 이야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주인공 신평호 변호사 역을 맡은 맹봉학 배우.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나 신평호 변호사는 경중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건을 수임하게 되고 연대의 힘을 느끼고 의지를 불태운다. 신평호 변호사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법원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끝까지 하겠다!”

연출을 맡은 박장렬 감독은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스토리 전개를 대부분 창작으로 채웠고 특히 사법농단의 현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사법 적폐는 3가지가 있다. 첫 째는 (일반화된)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법조 비리다. 두 번째는 촛불 혁명 이후 밝혀졌듯이 권력자의 재판 개입이다. 이게 사법농단이다. 더 심각한 세 번째는 관선 변호다. 돈있고 힘있고 빽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고위 법관 인맥을 통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쳐왔는데 동료 법관을 통해 재판에 개입해왔다. 이걸 관선 변호라고 한다. 국선 변호와는 아예 다른 말이다. 이 관선 변호는 전관예우와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전관예우가 하나라면 관선 변호는 여러 라인의 힘을 갖고 있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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