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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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세월이 흘러 문화와 생활상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97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과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를 주축으로 제정한 5월 5일 어린이날.

1922년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方定煥)선생은 3·1운동의 민족정신을 어린이들에게 고취시키고 어린이를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하지만 어린이날이 5월5일 법정공휴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풍속도 다양하게 변모했다.

특히 1970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가족동반 나들이객이 늘어  전국의 놀이공원은 물론 박물관, 미술관 등은 몸살을 앓았다. 어린이날 선물도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모를 가져왔다. 어린이날 선물을 따로 챙길 만큼 여유가 없었던 1950~60년대는 눈깔사탕, 70년대는 과자종합선물세트, 80년대는 프로스포츠 출범 영향에 축구공, 야구공과 글러브, 배트 등 스포츠 용품들이 인기를 끌었고.

전자제품들이 가정마다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는 휴대용 카세트, 삐삐 등이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 품목이었다. 오늘날에는 그것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기기들이 선물품목으로 자리를 차지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드론 등.  해외 유명 인기 캐릭터 완구도 빼놓을 수 없는 어린이날 선물로 상위권의 자리에서 어린이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이처럼 어린이날은 기성세대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의 공유로 그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저출산 시대의 어린이날의 의미는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 귀한 내 아이, 조카, 손주에게 어린이날 어떤 기쁨을 안겨주어야 하는 것일까.

23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합정동에 위치한 한 키즈카페를 찾았다. 어린이 신장 140cm 이상이면 보호자 동반 없이 입장이 가능한 어린이 실내놀이터. 다양한 놀거리· 체험기구가 갖추어져 있는 이곳 키즈 카페는 입구부터가 어린이들의 천국이라는 느낌이다.

풍성한 볼풀장에 빠져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에 매달려 시간을 잊고 있는 아이. 색깔별로 나누어 놓은 과일과 야채 모형 앞에서 부지런히 그것들을 수레에 옮겨 담는 아이, 수레를 어떻게 하나 지켜보니 아이는 수레에 실은 오이와 당근 토마토를 밭이랑처럼 길게 늘여놓은 소파매트 사이에 마치 농부처럼 꽂아놓는 모습이다. 그리고 제법 흐뭇한 미소다.

또 그 옆에는 미니가게 컨셉의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굽는 아이, 편백나무 톱밥에 파묻혀 뒹구는 아이, 미끄럼틀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힘을 자랑하는 아이, 비눗방울을 날리며 혀로 받아먹는 아이. 그렇게 다양한 경험과 놀이에 빠진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안전을 살피고 있는 안전요원은 잠시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곳 키즈카페 이용 요금은 시간당 8천원, 보통 아이들이 한번 들어오면 2시간은 이용하고 간다고 안전요원의 설명이다.  마침 3세 어린아이와 동반 입장한 아이돌보미 김미선 (60세)씨는 일주일에 3번은 키즈카페를 이용하기 때문에 회원제로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고 말한다. 어린이날 계획을 묻는 물음에는 매일매일 어린이날인데 무슨 어린이날이 필요하겠냐며 웃음이고. 
 

(사진=신현지 기자)

“요즘 아이들 부족한 것 없이 자라는데 어린이날이 무슨 필요하겠어요. 우리 때야 워낙 살기 힘들었던 시대라 어린이날에야 겨우 장난감 하나 선물을 받았으니... 그때는 눈깔사탕이면 최고였잖아요. 잘하면 자장면을 먹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애들이 왕이잖아요.

애들 장난감 하나에 몇 십 만원하는 것도 방이 넘치도록 사주고, 옷 하나 사면 형제들이 물려받아 나중에 막내는 헝겊으로 여기저기 기워 입었는데 요즘은 그런 건 상상도 못하잖아요. 먹는 것도 아이들이 먹기 싫어 못 먹는 거지, 없어서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매일매일 어린이날인데 또 어린이날이 필요한가 싶네요.”

하지만 키즈카페 밖에서 만난 회사원 이지영(34세) 씨는 여전히 어린이날은 특별하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날 받은 선물은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면서. 특히 그는 “어린이날 그날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했던 기억과 그날의 선물들 중 푹신한 곰돌이 인형, 눈이 말똥말똥한 강아지 인형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을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행복하다.”라며 자신의 아이도 그런 기억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어린이날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날 들른 서울 중심의 OO백화점에서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수입 캐릭터 완구들이 선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10만원은 기본, 백만 원대를 넘는 고가 상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유모차 경우는 백만 원대가 기본이다. 그래도 요즘은 거리낌 없이 구입한다는 직원의 말이 따른다.

(사진=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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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귀한 만큼 아이들에게는 아낌없이 돈을 쓰잖아요. 물론 서로 돌려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주는 편이에요. 특히 요즘에는 단순 장난감을 벗어나 스포츠완구, 교육 놀이완구 등 신체활동이나 두뇌활동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완구나 교육완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장난감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부모들이 많아요.”

한편 과천시 어린이 대공원은 어린이날을 맞아 오는 5월 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앙공원 분수대 일원에서 어린이날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 날 진행되는 '아이조아 키즈콘서트'는 어린이들이 여러 종류의 악기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 할 수 있는 악기에 대한 이해와 오감자극을 통해 새로운 재미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어린이날의 특별한 추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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