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뽕나무의 추억
[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뽕나무의 추억
  • 이재인
  • 승인 2019.04.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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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필자의 조모께서는 구한말에 태어나셔서 박정희 정부시대까지 사신 어른이다. 그때에는 환갑을 살면 다 살았던 단명의 시대였다.

그런데도 구십 가까이 사신 장수노인이다. 지금 나는 그분의 장수비결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아마도 할머니는 한학에 조예가 깊던 당신 아버지의 약선 식물 이용 방법이 아닌가싶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우리집 마당에는 여름철을 제외하곤 참나무 숯이 활활 타오르던 작은 풍로위에 약탕기가 설설 끓던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다. 그 한약 달이던 훈향은 큰 부잣집에서나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집은 식량 꾸러 다니지 않을 형편이었다. 그런 가정에서 사철 거의 약탕기에서 한약을 달이는 것 또한 동네에서는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 나도 할머니의 약탕기 달이는 그 속 소재를 살피게 되었다.

그 탕기 안에는 상백나무. 즉, 뽕나무 껍질과 더불어 뿌리를 잘게 썰은 게 들어갔다. 어찌 그것만도 아니었다. 구기자 열매 산수유 영매, 칡뿌리 말린 것과 감초가 들어갔다. 모든 게 지금처럼 경동시장에서 돈을 치르고 사는 물건이 아니었다.

시골 논 밭둑 산언덕에 지천으로 뻗어나던 풀과 열매였다. 이런 것을 약탕기에 달여 우리 형제는 물론 당신이 마셨다. 그런 풀나무의 효험으로 우리 형제들은 몸도 마음도 튼튼 감기 몸살도 없이 필자도 팔십 고개를 거뜬히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 할머니는 우리에게 무허가 한약사였다.

뽕나무는 그때나 지금도 우리에게는 고마운 나무이다. 이 뽕나무는 열매 또한 신선식품으로 널리 각광 받고 있다. 이 나무의 열매를 오디, 혹은 상심이라고 한다. 또는 상심자, 오돌개라 하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통칭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 칭하는 게 일반적 명칭이다.

이 오디는 루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제거에 고혈압, 고지혈증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동의보감은 밝히고 있다. 또한 귀와 눈을 밝게 하고 불면증 건망증 치료에도 그 효과가 크다고 의학계에 밝혀진 바가 있다. 

기침 천식 이뇨제로 중풍예방 목마름 변비 천식에 이르기까지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설화에 뽕나무 아래에서 남녀가 손가락을 걸고 미래를 약속하면 사랑이 염원대로 이루어진다고 전한다. 여기에다 항산 토코페롤의 일곱 배나 효능이 있다니 신비한 나무이고 귀물이다.

양잠산업이 한창이던 60년대에는 뽕나무밭 오십 주 만 소유하면 부자였다. 뽕나무 잎을 누에에 먹여 고치를 수확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뽕나무는 이파리 줄기 뿌리 견사 심지어는 번데기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없는 나무이다.

그러나 양잠산업이 쇠퇴한 이후지금 뽕나무는 전설 속에 남아 있는데 오디가 건강 산업으로 떠오르니 다행이다. 지금 논밭 산기슭에 가면 뽕나무 벤 그루터기에서 상황버섯이 우산처럼 펼치고 있으니 뽕나무는 이 시대에도 인간 구원의 나무인 듯하다. 

뽕나무 이것은 신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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