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 논의 지지부진하게 진행
한국당 고립 자초
심상정 위원장의 증언
의원 정수 270석 축소 법안은 청개구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4당의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공조에 극렬 저항을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그렇게 고립될 수밖에 없도록 자초한 측면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장실을 찾아가 문희상 의장에게 패스트트랙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소속 의원들과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저희가 다수당일 때도 민주당보다 두 배 많은 의원수를 가지고 있을 때도 선거의 룰인 선거법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가지 않았다. 공수처법! 얼마나 많은 우리의 토론이 필요한 것인가. 이러한 것을 무자비하게 패스트트랙에 태운다고? 의장님 이런 법은 없다.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이런 법은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은 1996년부터 무려 23년간 논의됐던 정치권의 숙원 사업같은 것이었다. 1998년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공수처 설치를 추진한 바 있다.

심상정 위원장은 한국당을 논의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이 애썼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접수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당의 지금의 대응은 자신들의 반개혁 의지를 덮기 위한 과잉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 절차는 합법적인 입법 절차이고 이걸 선택하기 이전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한국당 의원들만 개별적으로 40~50명 만났다. 밥도 같이 먹고 그 다음에 지도부도 만나고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설득 과정을 거쳤다.”

심 위원장은 “한국당이 지금 자기들이 참여하지 않은 정치 일정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속은 상하겠지만 자초했기 때문에 과잉 대응하지 않길 바란다”며 “한국당은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법을 존중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열망에 동참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권력구조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현재 한국당의 입장으로 봤을 때 회피하고 싶은 △비례성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참여했어야 가장 원하는 분권형 개헌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작년 12월에 도출된) 5당 원내대표 합의 사항(6항)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있기 때문인데 그 합의 사항을 전체적으로 존중한다(비례성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고 할 때 성립되는 얘기지 그 합의 사항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개혁을 봉쇄하는 차원에서 개헌 문제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을 무마하기 위해서 그런 제안(분권형 개헌)이 역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같은 날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국회법 85조 2항(위원회가 이유없이 지정된 심사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의장이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에 의거해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부정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선거제 개혁 모두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그동안 국회를 보이콧했고 의견 개진은 커녕 방해만 해왔다. 4당이 국회법에 의거해 합의한 개혁 사안의 처리를 무력화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저지 강경 투쟁 전선에 나선 황교안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로 직전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비례성 강화 위주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 흐름에 힘을 실었지만 나 원내대표는 인수인계를 하지 못 했다. 오히려 거꾸로 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3월10일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완전 폐지하는 선거제도 모델을 제시했고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심 위원장은 이에 대해 “법안이 제출됐으니 당연히 형식적인 논의 대상이 됐지만 5당 간의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대국민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다. 그 안은 선거제도 개혁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5당 원내대표의 합의(2항)에는 10% 범위 내에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걸 논제에 포함시켰다. 오히려 (나 원내대표는) 10%를 삭감했다. 그래서 청개구리 안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입법을 하는 것인데 타협의 의지가 없다는 증거가 바로 그 법이고 실제 한국당이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참여하는 의지의 표현이 개악하는 법안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은 특정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하는 법안 처리 절차의 한 방법이지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며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 3항도 즉시 한국당과 성실히 협상에 임해 한국당을 포함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고 돼 있어서 그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당을 빼고 가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당이 실질적으로 협상에 참여하도록 독촉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은 신속하게 협상에 나서면 되고 본인들의 의견과 생각을 내놓고 토론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겠다는 것은 내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모두 거부하겠다는 것이고 모든 정당들은 내 말을 들어야만 한다는 몽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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