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점거 농성’ 비난한 한국당의 ‘육탄 저지’
대학생들의 ‘점거 농성’ 비난한 한국당의 ‘육탄 저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2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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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점거는 물론 국회 회의장 점거
채이배 의원 6시간 동안 감금
대학생은 구속영장까지 청구돼
한국당의 물리적 방어 총동원령
바른정당계의 저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이 지정될 디데이가 되자 자유한국당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물리적 저지에 나서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징계 대상이고 폭력으로 그렇게 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한국당은 “좌파 독재”를 막기 위한 결연한 의지와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2주 전 한국당은 대학생들의 국회 점거 농성에 대해 혹평하고 법치를 운운한 바 있다.

서울에 비가 오는 25일 18시 현재 국회는 일촉즉발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노숙 농성을 하면서 비상 대기 중이고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445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제3회의장 245호), 220호 공간 등 3곳의 회의장에 의원 30여명씩을 파견해서 점거하고 있다. 전날(24일)에는 국회의장실을 점거해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에 대한 문 의장의 성추행 논란 △문 의장의 병원 입원 등의 사태에 이르게 했다.  

정개특위 회의실을 점거한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오전 9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의원실(의원회관 633호)에는 엄용수·이종배·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이양수·정갑윤·여상규 등 한국당 의원 11인이 몰려가 사실상 6시간 동안 감금 상태를 만들었다. 채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오신환 의원 대신 사보임된 인사다. 11인은 의원실 안팎에서 소파로 가로막아 채 의원이 사개특위 회의실로 가지 못 하도록 물리적으로 감금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와 소방차가 의원회관 밖에 대기하기도 했다. 결국 채 의원은 15시 즈음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으로 현장을 빠져나왔고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로 향했다.

운영위원장실에서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상민 민주당 의원(사개특위위원장),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백혜련 민주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공수처 법안 성안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채이배 의원실 제공)

하지만 한국당의 이러한 행위는 얼마 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의 국회 점거 농성에 대한 논평과는 정반대라 내로남불 소지가 짙다. 지난 12일 대진연 회원들 20여명은 의원회관에 개별적으로 출입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점거했다가 밖으로 끌려나갔다. 의원회관 정문 앞에서 드러누워 스크럼을 짰던 이들은 한 명씩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됐고 이중 1명(윤태은씨)은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됐지만 기각됐다.

당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앞에서는 진보를 표방하고 뒤에서는 폭력 지향, 행동 지향 집단 행동으로 법과 질서를 흔들고 위협하는 행태가 과연 떳떳한 진보의 모습인가”라며 “대학생진보연합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다. 청와대와 대통령부터 법과 질서를 경시하니 과격한 일부 집단이 야당 원내대표 의원의 사무실까지 불법 폭력 점거에 나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치의 의미를 깨닫고 민주주의 정신의 올바른 길을 깨닫기 바란다. 세련된 정치 의사 표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구태와 좌파 이념에 경도된 극단적 행동이 과연 어떠한 말로를 맞을 것인지 자문하라”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의원회관 정문 앞에 드러누워 스크럼을 짰지만 전부 강제 연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이제 국회는 무법천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다. 그러나 합법적인 방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그들의 어리석고 불법적인 행태는 권리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행동”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기습 시위가 국회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다. 청년들이 비난하고 부끄러워하는 기성세대의 꼰대질을 어설프게 따라하지 말길 바란다. 거짓 출입, 사무실 무단 침입, 불법 점거, 정당한 사유없는 업무 방해, 억지 주장 등을 자꾸 반복하면 꼰대된다. 대학생진보연합이 아니라 대학생꼰대연합이 되려는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한성 대진연 상임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뉴스를 보고 화가 많이 났다. 오히려 한국당 의원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은 연행돼서 구속영장 청구까지 당했는데 한국당 의원들은 아무런 통제나 제재없이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는 게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윤씨에 대해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한국당 의원들은 단순 점거를 넘어서서 아예 채 의원의 이동을 6시간 동안 가로막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의원실을 점거하고 채이배 의원의 이동을 막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국회법 143조~148조에 따르면 국회의 공식 회의에서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충분히 제지 및 퇴장을 명하거나 경호권 발동을 할 수 있다. 국회법 166조 1·2항을 보면 이렇게 규정돼 있다.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 감금, 협박,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 등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회 선진화법 체제 이후 더 이상 국회 내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식 회의를 방해하게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12월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처리 강행 정국 때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거나 정성호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를 했을 뿐 물리적 저지 행위를 할 수는 없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2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존경의 대상인 국회의장을 공격하고 밀어붙여서 입원하고 계시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금 이런 민생 문제를 먹고 사는 문제를 (문재인 정부가) 등한시하고 이게 뭐냐. 이런 새로운 공격을 하면 국민들한테 굉장히 더 먹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증오하는 운동권식 과거식 그러한 장외 투쟁을 하고 있고 20대 국회는 없다 어쩌다 하면 국민들이 아 황교안은 좀 새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사람도 똑같네(라고 실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 한국당은 국회 곳곳에서 점거 농성을 하면서 패스트트랙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나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보좌진과 당직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임 의원 성추행 논란과 같이 방어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1차 방어선에 여성 의원과 보좌진을 배치하고, 2차 방어선에 남성 의원과 보좌진을 배치하는 전략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도 대응책으로 정개특위·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렸고 외부 일정이 있는 박완주 의원을 대신해 권미혁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으로 사보임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에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될 것 같은데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채증해야 할 것이다. 상임위원장석 점거는 윤리특별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징계 의결할 수 있다. 문 의장은 오늘 한국당 의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모 병원 앞에서 입장 발표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모 병원 앞에서 입장 발표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녹색당은 국회 의사과 사무실을 점거한 바른미래당 소속 바른정당계 의원 6인(유승민·오신환·유의동·지상욱·이혜훈·하태경)에 대해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6인은 24일 17시부터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조치 문서 접수를 막기 위해 의사과를 3시간 동안 점거했다.

인편을 통한 사보임 문서 제출이 봉쇄되자 김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팩스로 문서를 제출했고 문 의장은 여의도 성모병원 병실에서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6인은 문 의장의 사보임 불허를 촉구하기 위해 병실로 찾아갔지만 면담이 거부됐고 의장 비서진과의 대치가 이뤄졌다. 6인은 사보임이 허가됐다는 소식을 듣고 “의장의 날치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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